월간네트워커

PC방 실험, 정보격차를 없애자!

By 2003/10/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표지이야기

서현주

PC방이 우리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98년에만 해도 PC방은 일부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고작 1백여 개의 PC방이 대학가 근처를 중심으로 영업을 했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스타크래프트’의 발매에 힘입어, 그 해에만 무려 3천 5백여 개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 IMF 한파와 구조조정으로 생겨난 명예퇴직자, 실업자들이 대거 PC방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히 pc방 공화국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99년도에는 PC방의 수가 1만여 개로 늘어났고, 2002년에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만 5천여 개에 이르는 PC방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98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PC방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퇴폐적이거나 음습한 ‘방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졌고, 게임에 중독 된 학생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PC방의 다양한 가능성

한편에서는 PC방을 정보화의 첨병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PC방을 정보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야심에 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PC방=게임방’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했고, 이름도 ‘인터넷플라자’로 바꾸도록 했다. PC방을 정보통신부에 예속시킨 후, 전자상거래, 교육, 통신 등 다양한 정보화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때 만들어진 보고서들에서 PC방의 사회적 활용가능성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서민층과 농어촌 주민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가형 컴퓨터보급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됐던 것이 바로 PC방이다. 저소득층에게 PC방 무료·할인쿠폰을 발급하거나 정액이용권제도, 이용서비스에 따른 차등 요금제를 둠으로써 저소득층의 정보통신이용기회를 늘리자는 것이다.

PC방을 지역사회의 정보화교육공간으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비교적 PC방이 한가한 오전시간이나 낮시간을 이용해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낮시간 동안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는 곳들이 있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PC방들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금까지 10만 명이 지역 PC방을 통해 교육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PC방은 ‘게임방’이라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플라자, 게임방, PC 까페테리아, 플스방, 멀티방 까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PC방은 나름대로 다양한 색깔을 갖기 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단순히 사업적 성공을 꿈꾸는 PC방 주인들의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PC방은 사회·문화적 의미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채, 사업적 변신만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200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