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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1년에 1천 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남용 논란

By 2018/03/15 5월 9th, 2018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통신자료 제공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근거법률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 제3항이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수사기관 등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가입자의 이름, 개인식별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정보를 특별한 절차 없이 제공할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정보주체에게 사후 통지하는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통지서’ 이미지

통신자료 요청에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인구가 5천만명인 우리나라에서 한 해 1천만 명 이상의 통신자료가 제공되는 등 그 남용 정도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수사상 밀행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 제공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역시 밀행성이 요구되는 통신감청,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이나 금융계좌 조회의 경우에는 모두 통지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아직 잔존해있는 상태에서 통신자료 제공은 인터넷 게시물의 신원을 확인하고 때로는 사찰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가 언제든지 은밀하게 인터넷 게시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 행사에 위축적 효과를 불러온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통신자료 제공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기업의 재량에 의한 행위라고 결정하고(2010헌마439), 2016년 3월 대법원은 통신자료 제공에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여 어느 쪽에서도 권리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14년 6월 인터넷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에 대해 최대한 좁게 해석하고, 해당 요구의 범위와 법적 근거와 관련해서 정부에게 명확한 설명을 구하며, 정부의 정보 요구 전에 법원 명령을 요구하고, 정부 요구의 위험성과 그 준수에 대해 이용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자료 제공 헌법소원’ 캠페인

2016년 3월 이동통신사에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확인해 본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특별히 수사대상으로 소환된 적 없는 국회의원, 기자, 평범한 직장인의 통신자료가 광범하게 제공된 것이다. 2016년 5월 통신자료가 제공된 피해자 5백 명이 다시 한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2014년 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가입자 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처럼 법원 허가를 받아서만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 허가를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 권고를 불수용하였다.

2015년 11월 5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한국 정부에 이용자 정보는 영장이 있을 때만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