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밤과 낮은 다르다

By 2003/10/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표지이야기

고영근

‘딸깍 딸깍’ 요란하게 마우스 버튼과 키보드를 눌러대며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채팅을 하고 있는 사람. 온라인증권프로그램을 통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아저씨. 온라인으로 상대편과 바둑·장기·고스톱을 하고 있는 직장인. DVD나 CD,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 인터넷에서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메신저로 채팅을 하면서 리포트를 쓰고 있는 여대생. 낮시간에 수원역 근처의 S PC방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인식되어 있는 ‘PC방=게임방’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낮 시간에는 PC방에서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반면 낮과 달리 밤에 보이는 PC방은 또 다른 모습이다. 역 근처나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위치한 PC방들은 밤에는 밤새 쉬면서 잘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 못간 사람들이 만화방이나 찜질방, 수면방, 24시간 사우나 등을 찾았지만, 요즘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눈도 붙일 수 있는 PC방을 많이 찾는다. 밤 12시. 집에 못간 사람들과 함께 올빼미 족들이 서서히 PC방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은 대부분 밤에 활동을 시작한다. PC방에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소위 ‘고수’로 불리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밤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올빼미 족들이 밤에 PC방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낮에는 요금을 시간당으로 계산하지만, 밤에는 낮보다 훨씬 저렴한 심야정액제가 있기 때문이다. PC방에서는 밤을 세우는 올빼미들을 위해 밤 열 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사용요금을 대부분 5천원 정도로 저렴하게 받는다. 이러한 PC방의 마케팅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밤을 새우는 동안 배가 고프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이나 간식거리를 PC방에 비치해 놓고 배고픈 올빼미들을 유혹한다. PC방에서 밤을 세우는 배고픈 올빼미들은 편의점에 갈 필요 없이, 그냥 PC방안에서 먹을 것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PC방이 밤에는 편의점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밤을 새우면서 인터넷으로 만화도 보고, 채팅도 하고,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졸리면 자고. 무엇을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PC방에서 파는 컵라면, 빵, 쥐포, 소시지, 과자, 음료수로 배를 채우면 된다. 이렇듯 PC방은 재미있는 놀 거리와 먹을거리, 휴식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밤에 부담 없이 쉬러 또는 놀러 올 만한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PC방의 밤과 낮의 모습은 다르지만 항상 흐르는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다. 바로 ‘자유로움’이다. 이제 PC방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쉼터’로 또는 ‘놀이터’로 ‘일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0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