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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통신비밀보호법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서

By 2005/07/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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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서

2005. 6. 8. 입법예고된 개정령안 중 제21조의4 제2항, 제21조의5 제1항, 제2항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1. 2005. 5.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의 취지

○ 국회 본회의에 제출되었던 통신비밀보호법 법률개정안(의안번호 1778호)에서는 제안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헌법 제18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신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침해는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적법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하는 것임.
범죄의 수사나 국가의 안보를 위하여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그 남용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감안, 엄격한 절차를 마련하여 그 통제의 수준을 격상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이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공의 요청을 통신제한조치에 버금갈 정도로 제한하려는 것임."

○ 누가 누구를 상대로 통신을 했는지, 언제 몇 번이나 했는지, 어느 위치에서 통신을 했는지 등의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 내용만큼이나 보호받아야 할 통신 비밀의 대상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 취지는 이러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공요청을 감청이나 비밀녹음에 준하여 영장주의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동법의 해석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시행령의 개정에 있어서도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2.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에 관하여

개정령안 제21조의5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에 필요한 설비, 기술, 기능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 제2항은 "법 제15조의2 제2항에 따른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 보관기간은 다음 각호의 1에 정한 기간 이상으로 한다. 1. 법 제2조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바목에 규정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12월 (다만, 시내전화역무와 관련된 자료의 경우는 6월) 2. 법 제2조 제11호 마목, 사목에 규정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6월"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자는 설비 등의 제공의무와 12개월 이상 고객의 통신비밀을 보관해야 하는 일반적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나중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수사의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범죄수사가 중대한 공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래에서 상술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일반적 의무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모법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개정령안은 모법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모법에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자의 의무보다도 오히려 그 범위를 확대하여 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별한 보안책도 없이 모든 국민의 통신 내용, 통신 일시와 장소, 통신의 상대방 등에 관한 정보를 12 개월 이상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결국 수사기관이나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그 피용인 등에 의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남용이나 누설 위험성을 한층 높여 놓은 것이어서 모법의 개정취지에도 어긋난다.

○ 법률 근거 불명확

개정령안 제21조의5에 의하면, 전기통신사업자로서는 장기간 고객의 통신비밀에 관한 내용을 누설되지 않도록 보존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통신비밀의 주체인 국민으로서는 통신비밀의 누설이나 침해의 높은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동 규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므로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임을 받아야 한다.

법 제15조의2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협조할 사항,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기간 그밖에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빌보호법의 개정 취지가 통신비밀에 관한 강제처분을 제한하려는 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제15조의2 규정도 엄격한 해석을 요한다. 그렇다면, 제1항의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의 요청"이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개개의 통신제한조치나 자료제공 요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전기통신사업자가 "협조해야 한다"는 것은 수사기관의 개개의 요청에 대하여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따라서 요청 당시에 사업수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보관 중이던 자료가 법 제2조 제11호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되는 경우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이에 따라 요청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개정령안이 규정한 것처럼 수사기관의 필요가 장래에 있을 것에 대비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설비 등을 구비하여 제공하는 한편 사업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고객의 동의 여하에 불문하고 고객의 통신비밀에 관한 사항을 보관하여야 하는 일반적, 추상적인 협조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제2항의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기간"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그 당시 전기통신사업자가 보관 중인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보관해야 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를 대비하여 사업목적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 통신비밀에 관한 사항을 보관하게 한 것으로 해석할 때는 마치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고객의 비밀스런 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통신비밀’보호’가 아닌 통신비밀’이용’법으로 모법의 성질을 왜곡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법 제15조의2가 개정령안 제21조의5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개정령안이 수사기관의 장래, 현재의 필요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가 일반적인 보관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규정한 법 제15조의2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 모법의 개정취지에 역행

개정령안이 12 개월 이상 고객의 통신비밀을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역으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기간 제한없이 고객의 통신비밀에 관한 정보를 폐기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어서 국민의 통신비밀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함에 있어서 최소한의 보안확보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러한 위험성은 더욱 크다. 이는 본래 통신비밀보호법이 당초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더욱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영장주의를 도입한 취지에는 역행하는 것이다.

○ 전기통신사업자의 부담 가중

또한 고객 서비스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자료까지도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통신 내용 혹은 통신과 관련된 기록을 전기통신사업자가 보존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보존의 필요가 있다면 서비스 제공이나 요금 정산 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 위치 정보나 인터넷 로그 기록은 요금 정산이나 서비스 제공과 관계가 없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자는 사업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까지, 필요한 설비 등의 제공 부담뿐만 아니라 장기간 보관시 전기통신사업자의 피용인이나 제3자에 의한 누설이나 남용의 위험성으로부터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도 지게 될 것이다.

○ 통신의 자유 등 국민의 인권 침해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으로서는 1년 이상 자신의 통신내용이 수사목적을 위해 보관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그 자체로 통신비밀의 자유는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장래의 수사상 필요를 위해 국민의 통신기록을 보관하게 하는 것은 구체적인 범죄혐의 없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3.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의 절차에 대하여

개정령안 제21조의4 제2항에서는 "범죄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의 가입자에 대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이 필요한 경우에는 1건의 허가청구서에 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법 제13조는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요청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법에서는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 이외의 자에 대하여 범죄수사 목적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청이나 비밀녹음의 경우 "피의자별 또는 피내사자별"로 통신제한조치를 청구하도록 하여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통신의 일방 당사자인 경우에 통신제한조치를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 통신제한조치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신 내용에 대한 감청이라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은 이른바 ‘사후적 감청’에 해당되므로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이번 모법의 개정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에도 통신제한조치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적 통제를 가하려는 취지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개정령안이 피의자나 피내사자 아닌 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제공요청을 가능하게 규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하겠다.

또한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 아닌 자, 즉 범죄의 혐의도 없는 참고인 등에 대하여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 보다도 훨씬 더 수월하게 강제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참고인 등에 대하여 대인적 강제처분을 불허하며 대물적 강제처분의 경우에도 피의자나 피고인에 비하여 엄격한 조건 하에서 허용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결 론

○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기간은 구체적인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구체적인 사건과의 관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의 수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기간으로 정하여 져야 한다. 보관자료의 경우에도 본래 사업상 필요하여 고객의 동의하에 보관 중인 자료 중에서 통신보호비밀법 제2조 제11호에 해당되어 수사기관이 열람이나 제공요청할 수 있는 자료로 보아야 할 것이지, 사업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일반적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을 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개정령안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따라서 보관기간을 정하는 것이 옳다.

○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 아닌 자에 대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요청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만일 허용하는 경우에도 피의자나 피내사자와 동등한 또는 그보다 엄격한 절차에 따라야 할 것이다.

200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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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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