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프라이버시

위치기반서비스

By 2003/10/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이동영의 ‘떼끼’

이동영
자동차의 네비게이션 역시 GPS을 이용한다.

요즈음 정보통신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위치기반서비스이다. 위치기반서비스란 단말기(즉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알아내서 그 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간단한 예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는 서비스, ‘현재 위치의’ 날씨를 알려주는 서비스, 가까이 있는 가게의 광고나 쿠폰을 보내 주는 서비스 등이 있다. 심지어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상대와 채팅이나 미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사용자의 위치는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먼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용자가 어느 기지국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휴대전화망과 같은 무선 네트워크에서 사용자의 단말기는 가까운 기지국에 연결되어 통신을 한다. 각각의 기지국이 맡은 범위를 ‘셀’이라고 하는데, 이 셀의 크기는 한두 개 동 정도(몇 km정도)이다. 그러므로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이 정도의 정밀도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전화를 하려면 그 사용자가 어느 기지국에 있는지를 어차피 알고 있어야 하므로, 별로 추가되는 기능이나 노력 없이 가능한 방법이다. 최근까지 사용된 위치정보 서비스는 이 방법을 이용하였다.

정밀해지는 기술

좀더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한 개의 기지국이 아니라 주위 여러 개의 기지국을 사용한다. 단말기가 보내는 무선 신호를 주위의 기지국들이 받아서, 각각의 기지국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신호의 세기, 각도 등을 분석하면 훨씬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말기에서 보낸 신호가 A기지국보다 B기지국에 30만분의 1초 먼저 도달한다면 (전파의 속도가 초속 30만km이므로) 단말기는 A기지국보다 B기지국에 1km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지도상에서 이런 위치들을 연결하면 곡선을 얻을 수 있고, 3개 이상의 기지국의 신호를 비교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곡선들이 만나는) 점으로 찍을 수 있다. 이 기술도 단말기에 특별한 기능을 부가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사용자 몰래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는 함의가 된다. 이 기술의 정밀도는 최고 100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위에서와 반대로 여러 개의 기지국이 보내는 신호를 단말기가 받아서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방법의 경우 더욱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대신, 단말기에 이를 위한 기능을 부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 단점은 거꾸로 생각하면 사용자에게 위치정보의 통제권이 있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또다른 방법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하는 것이다. GPS는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기술로써, 기지국 대신 지구 주위에 배치된 미국의 인공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이용한다. 정밀도는 상당히 높지만 멀리서 오는 신호를 받아야 하므로 전원을 많이 소모하고, 인공위성의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실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더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인공위성 신호와 기지국 신호를 모두 이용하는 절충형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빅 브라더에 대한 우려

최근 이러한 정밀한 기술이 발달하고 보급됨에 힘입어 교통안내 등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한편, 개인에 대한 더 세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이 증가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거기다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수집되어 데이터베이스화되었을 때 더욱 위험하다는 것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의 자세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누가 언제 어디에 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익명성을 위해 PC방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더라도 그 시간에 그 PC방에 누가 있었는지가 쉽게 드러날 수 있다. 회사가 노조 간부들이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부인이나 남편이 요즘 누구를 자주 만나는지 감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을 빼먹는 것도 앞으로는 쉽지 않아질지도 모른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의 또 한 가지 예는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이다.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이 쉽지 않다는 논리 중 하나는 전화기를 복제하더라도 같은 셀 안에 있지 않으면 도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치정보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가 드러나는 경우, 이러한 논리는 더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응급구조시 위치확인을 명분으로 휴대전화에 위치확인기능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 것(E911 법)은 이런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백지화된 것은 큰 다행이다.

200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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