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RSS, 복잡한 웹을 요약해주다

By 2003/10/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인터넷트렌드

노경윤

웹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전체 웹 트래픽의 70% 이상이 사용자가 원하지 않은 컨텐츠에서 유발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확실히 지난 몇년 사이에 조금의 여백도 남기지 않고 화면을 빼곡 채우는 웹 디자인이 하나의 뚜렷한 ‘사조’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회원가입, 로그인. 처음 가고자 했던 페이지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패킷을 낭비해야 하는가. 로그인에 성공한 후에도 팝업, 플래쉬, 아바타 등 뜻하지 않은 복병들이 도처에서 정보의 흐름을 막아서고 현기증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초창기에 비해 컴퓨터 사양은 10배 이상 나아졌지만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조금도 줄어든 것 같지 않다.

RSS의 탄생

최근 블로그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RSS가 이 어지러운 문제에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SS는 1999년 넷스케이프사가 My Netscape Network
(my.netscape.com)라는 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식현황, 스포츠 소식, 날씨, 별자리 정보 등 여러 채널의 정보를 수집해서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한 XML 형식의 파일이다. 당시에는 ‘RDF Site Summary’의 약자로 사용되었는데, RDF(Resource Definition Framework)란 사이트, 페이지, 저자 등과 같이 웹상에 존재하는 정보가 스스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메타데이터를 기술하기 위해 W3C(World Wide Web Consortium)가 정의한 표준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 블로그의 원조인 유저랜드(userland.com)가 자사의 블로그 발행 프로그램을 위해 원래 버전을 개량한 포맷을 공개하면서, 여러 소스에서 추출한 뉴스를 통합하고 배급한다는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넷스케이프로부터 빠져 나와 RSS-DEV Working Group이 자체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RDF Site Summary 1.0과 Userland사가 소유하고 있다가 표준화를 위해 최근 비영리기관인 하버드대의 버크먼인터넷센터로 저작권을 양도한 Really Simple Syndication 2.0이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두 버전간에 큰 차이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2가지를 모두 지원하고 있어 버전 문제로 고민할 일은 거의 없다.

푸쉬 모델의 장점

최초의 RSS는 이질적인 정보를 간추려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이제는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필수요소가 되어, What’s New에 해당하는, 최근 추가되거나 변경된 페이지들에 대한 헤드라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 RSS 파일의 위치만 기억해두면, 나중에는 이 파일에 요약된 내용만 보고 대문을 거칠 필요 없이 직접 해당 페이지로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되어 방문자들의 수고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장점이 확산되면서 아예 RSS 파일만을 전문적으로 모아 카테고리별로 통합된 정보를 제공하는 신디케이션 사이트들(moreover.com, syndic8.com, newsisfree.com)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RSS가 방문자들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했는데, ‘구독-배급(subscription-syndication)’ 모델의 장점이 바로 그것이다. 개별 페이지에 대해 ‘요청-응답(request-response)’을 반복하는 모델하에서는 결국 사용자가 주소를 타이핑하거나 링크를 클릭하여 일일이 페이지를 찾아다녀야 한다(브라우저는 이와 같은 일을 쉽게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RSS 역시 웹을 이용하는 이상 요청-응답 프로세스 위에 존재하지만, 시간에 따른 변경사항을 기록한 요약본을 통해 요청-응답을 통제하거나 주기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과거에 실패한 기획이었던 푸쉬 미디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에는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여건과 제한된 컨텐츠, 컨텐츠 제공자의 열의 부족 등의 문제로 실패했지만, 사용자 중심의 부활은 그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을 것이다. RSS 전용 프로그램–Reader, Aggregator 따위의 이름을 가진–들을 사용하다보면 이 푸쉬가 주는 느낌을 더 잘 실감할 수 있다. 먼저 사용자 인터페이스 면에서 RSS 전용 프로그램들은 브라우저보다는 메일/뉴스그룹 프로그램에 가깝다. 뉴스그룹에 가입하거나 메일링리스트 구독을 신청하듯이, RSS를 구독할 위치만 명시하면 뉴스그룹/메일링리스트 이용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필터로 살아남기

‘골라리스’라는 프로젝트는 스포츠신문 연재만화의 이미지 URL만 추출해서 여러 사이트에 개별적으로 로그인할 필요 없이 한 사이트에서 모두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과도한 방문자수로 인해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서비스에 사용한 소스를 공개했고, 이 소스를 이용하여 여러 개인이 현재 게릴라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골라리스’ 이전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었으나 신문사 측의 요구로 모두 중단되었고, ‘골라리스’는 소스 공개를 통해 저작권자의 위협을 우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 짧은 에피소드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웹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허비하는 것이 많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도 그 심플함과 신뢰할만한 여과 능력 때문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웹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한 방법들이 계속 연구될 것이다. RSS는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200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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