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성명]4개 여성성적소수자단체 연대체(가칭)의 목적별 공부안에 대한 지지성명

By 2005/01/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안녕하세요?
<4개 여성성적소수자단체 연대체(가칭_이하 <4개단체연대체>)> 입니다.

오늘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의 기자회견을 맞아 <4개단체연대체>는
호주제 폐지 이후의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대한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의 목적별 공부 대안에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반드시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의 목적별 공부 대안이
새로운 신분등록제의 양식으로 채택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호주제 폐지 이후 새롭게 개편될 신분등록제가, 양성 간의 평등을
지향하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사회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답습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간의 호적
제도가 양산해 냈던 여러가지 차별의 문제를 배격하고 반드시 개인의
인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개인이 동성애자이든, 양성애자이든,
트랜스젠더이든, 또는 어떤 존재 조건을 가지고 있든, 국가에 신분을
등록하고 국가에 의해 본인의 신분이 관리될 때, 결코 자신의 존재
조건으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들이 반영되지 않은 신분등록제가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채택된다면 호주제 폐지를 결코 환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여전히 가족 사항의 명시를 통해 본인을
증명하는 방식의 신분등록제가 만들어진다면 여성성적소수자인 우리들이
기존의 호적제도로부터 받아 온 차별이 전혀 시정되지 않을 채 존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틀에 박힌 양성평등의 원칙에 대해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개개인들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별로 신분을 등록하되 기본적으로 1대 직계 가족과 배우자를
기입하는 란을 개인의 신분등록부에 두도록 하는 대법원의 ‘혼합형
일인일적제’ 대안과 기존의 호주가 갖던 포지션을 대체할 기준인만이
개인이 될 뿐 기존의 호적 양식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형태로 신분을
등록하도록 하는 법무부의 ‘가족별 편제’ 대안 이 두 가지 대안 모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얼핏 보기에 이 두 가지 대안 중 대법원의
안은 개인별 편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부부와 미혼 자녀
중심의 호적 편제인 법무부의 안 보다 훨씬 앞선 안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안은 모두 소위 정상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이성애를
중심으로 한 핵가족 형태를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데 필수적인 요건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가족 형태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양식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공통된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두 가지 안 중 어떤 것이 새로운
신분등록제로 채택이 되더라도 그러한 가족 형태를 충족시킬 수 없는
성적소수자들은 언제까지나 공란으로 남겨질 배우자 란과 자녀 란의
존재에 의해 여러가지 차별을 당할 상황에 여과없이 노출되게 됩니다.
새로운 신분등록제 자체가 소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또 한번 담당함으로써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삶의 기본적인 양식으로부터 비껴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본인들의 인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월 임시 국회에서의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통과가 거의 기정
사실화되자, 이후의 대안을 논의함에 있어, 법무부도 대법원도 각종
언론도 모두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 운운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입니다. 그간의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이지만 그와
더불어 새로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국민’ 이
가리키는 대상이 대체 누구인가를 새삼스럽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누가 ‘국민’ 입니까. 최근 매체를 넘나드는 논의의 흐름들을 보면,
이성애 중심의 핵가족만을 정상적인 삶의 형태로 간주하는 분위기와 그런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는 온갖 제도로부터 끊임없이 차별을
받고 있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성적소수자들은 ‘국민’ 취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만들어질 신분등록제가 우리의 인권,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형태여야만 호주제 폐지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의 목적별 공부안을 지지한다는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월 13일

<4개 여성성적소수자단체 연대체(가칭)>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이상 가나다 순)

200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