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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민변, “인터넷 선거 게시판 실명제를 반대한다!”

By 2004/03/0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민변에서 2004. 3. 9.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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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거 게시판 실명제를 반대한다!>

1.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에 ‘인터넷 선거 게시판 실명제’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습니다.

2. 이에, 모임은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결코 도입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1)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비판의 자유는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따라서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박탈된다면 진정한 정치적 비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름없는 시민의 과감한 비판과 용감한 고발은 언제나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 왔고, 이런 소중한 익명표현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이기도 합니다.

(2) 선거에 국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시킵니다.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시기 유언비어의 유포를 막기 위해서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주권의 원리가 실현되는 과정인 선거시기에는 오히려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선거시기에는 국민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며, 비밀투표의 원칙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선거시기 익명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만약, 선거시기에조차 국민으로부터 비판의 자유를 빼앗는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해지고 국민은 정치인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3)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는 현실적인 난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입니다.

개정안 제8조 5항은, 인터넷언론사를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거나 기사를 매개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관리하는 자와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관리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 개인 홈페이지까지를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비영리사회단체나 개인 홈페이지들조차 매회 인증에 따른 비용이 소요되는 실명확인시스템을 갖추든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거기간 동안 사이트를 폐쇄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4)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 없이도 사후 수사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국회 정개특위는, 마치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가 없어서 선거시기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막지 못해왔던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IP 주소나 쿠키 정보 등 다양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최근 경찰은 전국의 거의 모든 PC방의 IP 주소를 확보하여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후에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실명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5) 주민등록번호로 실명확인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은 한번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이미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정보통신부 산하 개인정보침해센터의 지난 1년간 개인정보침해유형 통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고가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도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정보를 민간신용정보업자에게서 확인받을 경우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은 기록이 없기 때문에, 실명확인이 되지 않아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없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6) 외국에서는 이미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침해로 보고 있습니다.

1996년 미국의 조지아주는 인터넷에서 익명표현을 금하는 법률을 만들었다가 연방지방법원의 위헌결정을 받자 법안을 폐기한바 있으며, 프랑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나라는 법률에서 익명권의 보장을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선거시기에 익명으로 된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가 가장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선거시기에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3.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국회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된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불복종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당리당략에만 눈이 어두워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 채 강행방침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에, 모임은 인터넷 선거게시판 실명제가 포함된 채 선거법이 통과된다면,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 등을 취해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04. 3. 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

200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