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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반대] 청소년보호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By 2004/02/2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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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 청소년보호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1. 청소년유해매체물 개별 심의기준중 ‘다’의 ‘동성애’ 표현 삭제에 찬성합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의 별표1 개별 심의기준의 ‘다’는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의기준은 동성애를 이상성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심의기준이 반영된 음란물차단프로그램은 동성애사이트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광범위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워원장 김창국)는 지난 4월 2일 청소년보호위원장에게 심의기준 중 ‘동성애’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 권고에서 국가인권위는 동성애는 정상적인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명시한 것은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 제11조(평등권) 제21조(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성 정체성 문제로 갈등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동성애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거나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의기준에서 ‘동성애’ 표현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합니다.

2. 청소년유해매체물 개별 심의기준중 ‘자’도 삭제되어야 합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의 별표1 개별 심의기준의 ‘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6월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에 대한 결정문에서 다음과 같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관계있는 국가 규제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 표현의 자유와 명확성의 원칙
법률은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그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을 예방할 수 있다(헌재 1992. 4. 28. 90헌바27등, 판례집 4, 255, 268-269).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며,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금지와 같은 원칙들에도 명확성의 요청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2)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원칙은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원리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도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표현의 자유의 경우에 과잉금지원칙은 위에서 본 명확성의 원칙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과잉금지원칙과 조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역시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게 통신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 있어서도 정치역사사회적인 매체에 대해 추상적인 규정을 두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국민의 정치역사사회적인 표현물에 대하여 행정부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된다면 정부에 반대하거나 사회성 있는 매체들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이러한 심의규정으로 실제로 <1926년 영국 총파업>이나 <멕시코의 현실과 농민문제>와 같은 사회과학서적들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심의기준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는 표현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합니다.

200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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