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테러방지법안에 관한 시민사회 의견서

By 2003/11/0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테러방지법안에 관한 의견서

2003. 10. 20

반민주 반인권 악법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
○ 문의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02-522-7284, m321@chol.com
인권운동사랑방 02-741-5363 humanrights@sarangb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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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에 역행합니다.
우리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합니다.

1. 국정원개혁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국정원의 도청과 정치사찰논란은 국민들과 정치권이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의 국내사찰업무 일체를 중지시키고 해외정보만을 다루는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공약하였다. 이회창 후보도 국정원의 국내정치관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국회와 감사원을 통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현정부 들어 국정원장 임명에 반발하면서 국정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 대북정보, 대테러정보의 수집업무만을 전담하는 해외정보처를 신설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의욕적으로 추진기획단까지 만들었으나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국정원은 자체적으로 그 동안 정치사찰역할을 해왔던 대공정책실을 폐지하고 국익증진을 위한 해외정보수집역량을 강화하였으며 북한과 해외 간첩을 제외한 국내보안사범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 이관하는 내부개혁조치를 취하였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국정원은 대대적인 내부개편작업을 펼치면서 정치사찰을 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정치사찰논란은 없어지지 않았고 수지 김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는 등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인 전력에 비추어볼 때 국정원의 자체 개혁노력이 성과를 거둘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정원의 체제를 제도적인 면에서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고 조직 축소나 인원 축소라는 미봉책으로 접근할 경우 언제든지 집권세력의 필요성과 국정원자체의 팽창논리, 정치권의 역학관계에 따라 탈법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바꾸고 국내정치사찰을 금지시키겠다는 방안에는 여야 간에 의견이 거의 일치가 된 듯하다. 그 외 인권유린과 사건조작으로 지탄받아온 보안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폐지하여 국정원을 정보수사기관이 아닌 순수정보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 국회가 국정원의 예·결산에 대한 심의를 실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보완하고 국정원이 갖고 있는 행정기관에 대한 조정권한을 폐지하여 정보기관이 국가정책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여지를 없애며 보안업무의 범위와 대상을 축소하는 등 권한 남용의 근거를 정비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밀정보기관의 권한이 집중될 경우 권한이 남용되고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업무특성상 비밀은 보장하되 권한을 분리하고 적절한 통제를 통해 민주적인 정보기관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되는 개혁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국정원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고 여야 간에 국정원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법제도적인 개혁작업은 전혀 성과가 없는 가운데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다. 테러대책기구를 설치하여 각종 대테러 업무를 국정원이 주도하도록 한 것은 정보기관의 본연의 업무를 넘는 것으로 국정원에 대한 개혁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2. 정보기관의 역할은 테러정보의 수집과 배포 등 순수 정보활동에 국한되어야 한다.

정보기관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정보수집의 중요성 때문에 예외적으로 조직과 활동내용을 비밀로 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활동의 적법성에 대한 통제가 느슨하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다른 행정부서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있으며 국회에서의 통제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오직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지는 조직으로 편제되어 있다. 또한 예산에 대한 국회의 통제도 제한되어 있어 예산편성과 사용에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중대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감청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보기관의 속성상 조직과 활동의 비밀성을 불가피하게 인정하더라도 그 역할은 정보업무와 방첩업무에 국한되어야 한다.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국가정책의 결정과 그 정책의 집행, 그와 관련된 행정권한의 행사는 합법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아닌 일반 행정기관에서 집행하는 것이 옳다. 서로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비밀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정보기관이 정보업무와 무관한 영역에서 정책수립을 주도하고 그 정책을 집행에 옮기는 역할까지 담당할 경우에는 통제되지 않은 권한을 비밀스럽게 사용하면서 필연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테러방지법안에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설립하여 국가대테러정책의 수립과 테러사건에 대한 대응, 테러의 예방·방지에 대한 정부의 시책을 심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발언권이 셀 수밖에 없기 때문에 테러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국가정보원장이 위 대책회의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정원은 대테러센터를 설립하여 테러정보의 수집 외에 대테러활동의 기획·지도 및 조정을 하고 관계기관에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설치하여 국정원의 지도를 받도록 하며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운영하고 특수부대나 군 병력의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러정보수집을 위해서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대테러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체 정보업무를 넘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업무범위를 넘는 지나친 권한 확대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이 국가의 테러정책을 수립하고 특수부대와 군까지 동원하여 대테러활동을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01년에 국정원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테러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씩 모여 길거리에서 공동 응원하는 가운데에서도 월드컵을 무사히 치른 바 있다. 결국 9·11 테러와 월드컵을 계기로 테러와 관련된 권한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했던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웠고 그 불신은 지금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원은 불필요하고 중첩되는 기구설치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인 테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더욱 전념하여야 한다. 일단 국정원이 테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 테러의 예방이나 진압은 기존의 정부조직에 의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관건은 테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어떻게 입수하느냐다. 예컨대 미국에서도 9·11 테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만 있었다면 그 테러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기관이 테러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엄청난 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테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면 테러의 예방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며 일단 테러가 발생하면 테러의 진압과 대응조치는 기존의 정부기관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새로운 테러관련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3. 대테러업무는 기존의 정부기구로도 충분하다.

가. 정부차원에서 대테러활동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대책회의를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나 재난대책기구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은 위 회의 및 산하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참석하여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국내외정보를 수집·평가하여 회의에 보고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산하에 국가안전보장회의사무처를 설치하여 국가안전보장 관련 현안정책 및 업무의 조정과 국가위기 예방·관리 대책의 기획 및 조정업무 등을 수행한다. 사무처 산하에는 전략기획실, 정책조정실, 정보관리실, 위기관리 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각 기구에 모두 국가정보원 직원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위기관리센터는 각종 국가위기의 예방 및 관리체계에 관한 기획 및 조정업무와 긴급사태 발생 시 상황전파 등의 초기조치, 국가재난·재해 관리체계의 종합조정, 상황실의 운영 및 유지업무를 담당한다. 이와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미 테러를 포함한 국가안전관련업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테러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국가대테러대책회의나 사무처산하 위기관리센터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내에 중복하여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정원장 소속 하에 대테러센터를 둔다는 것은 테러혐의자 규제, 위험물질의 안전관리, 시설·관리의 보호 및 국제행사의 안전확보, 테러위협에의 대응, 무력진압 등 광범위한 대테러활동을 정보기관이 주도하여 관계기관에 설치된 테러사건대책본부를 통해 관련 행정부처를 지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 현재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재난의 예방이나 수습 기타 재난관리에 관한 정부 중요정책의 심의 및 총괄·조정, 정부 재난관리업무의 협의·조정을 위해 국무총리산하에 중앙안전대책위원회가 설립되어 있고 행정부처 장관들과 정부투자기관의 장이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별로는 지역안전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지역 내 재난의 예방과 관리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에 재난의 예방이나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앙사고대책본부와 지역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기구를 통해 정부는 해외재난(대한민국의 영역 밖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재난으로서 정부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을 포함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거나 재난이 발생한 때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명구조·응급조치 기타 필요한 모든 긴급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재외공관과 교육청, 검역소, 지방환경·항공·철도청과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체, 원자력발전소 관리기관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은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점검과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긴급구조에 관한 사항의 총괄·조정과 긴급구조기관간의 역할분담, 구조활동의 지휘·통제를 위해 중앙긴급구조본부 및 지역긴급구조본부를 두며 119구조대와 경찰, 응급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긴급구조활동을 벌인다. 재난정보의 수집·전파, 신속한 지휘 및 상황관리를 위하여 상시 긴급구조 상황실을 설치하여 운영한다.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민방위대원의 동원을 명하거나 관할 경찰서장,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 또는 군부대의 장에게 응급조치를 위하여 출동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 외 특별재난지역의 선포와 응급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에 이르기까지 재난관리에 관한 세세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테러 등으로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는 재난관리법 상 기구를 통해 테러의 예방이나 구조 등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 법에 의한 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로서 자연재해가 아닌 것을 말하므로 테러로 인한 피해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만약 테러의 개념이나 테러대응의 특수성이 위 법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법을 개정하여 그러한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재난의 개념에 에너지, 통신, 교통 등 국가기반 피해를 포함하고 재해·재난·민방위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안전관련 법령의 주요 기능을 통합하기 위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안)이 입법 예고되어 있다.)
그 외 경찰은 각종 테러 등 특수범죄의 진압을 위하여 경찰특공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테러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해상에서의 테러예방 및 진압은 해양경찰청에서, 테러관련 물품의 반입방지는 관세청에서, 항공기의 피납 방지 대책 및 대테러 예방대책의 수립은 건설교통부에서, 대테러와 관련된 출입국관련업무는 법무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는 군과 관련된 테러정보의 수집업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위와 같이 정부기관이 각기 대테러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재난관리법에 재난관리에 관한 국가기관의 역할분담 및 대응체계가 자세히 규정되어 있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테러에 대한 대응체제를 효과적으로 꾸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면에 테러방지법안에는 국정원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여 대테러활동을 지휘한다는 내용 외에 테러대응에 관한 세부규정이 없어서 사실상 대테러센터가 테러대응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다. 테러방지법안의 국가대테러대책회의는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중앙안전대책위원회, 대테러센터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산하의 위기관리센터나 재난관리법상의 긴급구조상황실, 테러사건대책본부는 중앙과 지방의 긴급구조본부와 사고대책본부, 관계기관으로 구성되는 대책기구는 중앙과 지역의 안전대책위원회의 기능과 중복된다. 테러방지법상의 기구는 기존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기능과 재난관리법상의 등 각종 기관의 기능과 중복되며 국가정보원이 대테러활동을 주도할 경우 이들 기관의 일부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정원은 대테러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안은 중복되는 기구설치, 부실한 규정 등으로 오히려 테러대응체계의 중첩과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

4. 국제협력과 무관한 테러방지법안

테러방지법안을 심사할 소관부처인 국회 정보위원회의 위원장은 테러방지법 제정의 재추진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법률의 제정이 ‘국제협력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협력이 국제인권법과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질서의 훼손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안보리는 9·11 테러 직후의 결의안 제1373호 등을 통해 반테러협정(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the Financing of Terrorism 등)에 각국 정부가 조속히 가입하고, 테러자금의 차단 등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라고 했지만, 시민의 자유권을 대폭 제한하는 ‘반테러법’ 체제를 구축하라고 위임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국 정부는 9·11과 유엔 안보리 결의 제1373호 등을 적절히 이용하여 정보기관 및 형사소추기관의 권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2002년 11월, 제57차 유엔총회는 대테러조치로 인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러한 결의는 각 국이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처하고, 유엔안보리 결의안 제1373호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취한 대테러조치들이 인권의 효과적인 향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상황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테러 위협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바야흐로 ‘인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제기되고, ‘위기에 처한 국제인권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국제인권법이 요구하는 법 원칙에 따른 대테러정책을 시행하여야 하며, 국제협력을 매개로 정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국제협력은 비밀정보기관간의 비밀스러운 정보교류강화의 형태가 아니라 외교, 경찰, 사법당국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교류·협력강화로 실현되어야 한다.

5. 구체적인 법안내용과 비판

가. 테러의 개념정의가 불가능하다.
우선 국제적으로 합의된 테러의 개념이 없어서 테러의 개념이 모호하다. 법안에는 테러와 관련하여 9개의 협약을 열거하고 있는데 협약에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가 바로 테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가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일 경우 테러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 그 한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국제민간항공에 사용되는 공항에 소재한 자에 대하여 중대한 상해나 사망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폭력행위나 국제민간항공에 사용되는 공항의 시설 또는 그러한 공항에 소재하고 있는 취항 중에 있지 아니한 항공기를 파괴하거나 중대한 손상을 입히는 경우 또는 공항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1971년 9월 23일 몬트리올에서 채택된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의 억제를 위한 협약을 보충하는, 국제민간항공에 사용되는 공항에서의 불법적 폭력행위의 억제를 위한 의정서 제2조)가 단순 범죄인 지, 아니면 공항에서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테러행위가 되는 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합법적인 권원이 없는 핵물질의 수령, 소유, 사용에 의해 사망 또는 인명에 대한 중대한 상해 또는 재산에 대한 본질적 손해를 야기하거나 야기할 우려가 있는 행위나 핵물질의 절도 또는 강탈, 유용 또는 사취(핵물질의 방호에 관한 협약 제7조)가 모두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해당되는 지도 불분명하다.
테러의 정의에 내국인 범죄나 외국인 범죄, 개인적·개별적 수준의 범죄나 조직적·집단적 범죄사이의 구별도 없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와 조직적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테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테러방지법은 후자의 행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추상적인 기준만으로 둘 사이를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법의 적용범위를 구체화하기가 힘들다. 이처럼 테러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9개의 국제협약에 규정된 범죄가 바로 테러방지법상의 테러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위 협약 상 범죄행위를 빌미로 대테러활동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조약일 경우 국내법으로 범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국제협약은 항공기테러, 외교관 및 인질보호, 핵·폭탄테러, 해상테러범죄의 형사처벌에 관한 협약인데 우리나라 형사사법기관이 이들 범죄에 대해 처벌을 해왔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심각한 테러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위 국제협약을 빌미로 이들 범죄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 정보기관이 테러의 예방과 대응을 주도할 이유가 없다. 국제협약과 관련하여 법안에는 현재 9개의 국제협약이 나열되어 있는데 아직 비준하지 않은 조약도 들어 있고 앞으로 테러와 관련된 국제협약이 늘어난다면 이 법에 포함될 것인데 그럴 경우 국정원의 권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 특수부대의 출동요청과 군 병력의 지원
대테러센터의 장은 테러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 군과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속의 특수부대의 출동을 요청할 수 있고 대책회의 의장은 군 병력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에서는 이미 대테러부대로 경찰특공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특수부대를 둘 필요가 없다. 그리고 대테러센터장의 판단으로 군과 경찰의 특수부대출동을 요청하도록 하여 사실상 그 부대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다.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규제 등
법안에 의하면 대테러센터의 장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정보수집을 위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확인결과 테러를 할 우려가 있을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규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금도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정보수집활동을 할 수 있으며 법무부에 출입국규제를 요청할 수 있다.(출입국관리법시행령 제2조 제1항) 츨입국관리법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서 정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을 위법하게 가지고 입국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법 제11조) 또한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어 출국이 부적당한 외국인의 출국을 정지할 수 있으며(법 제29조) 강제 퇴거시킬 수도 있다.(법 제46조) 출입국공무원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조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법 제47조) 출입국관리법에는 강제퇴거대상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절차도 마련되어 있다.(법 제55조, 60조)
따라서 국정원은 외국인의 출입국이 테러와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의 규제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에 중복하여 위 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

라. 상황전파
법안은 테러사건이 발생하거나 그 징후가 발견된 때 관계기관으로부터 신속히 통보받고 또 신속히 전파하는 업무를 대테러센터가 담당하도록 하였는데 기존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산하의 위기관리센터나 중앙긴급구조본부내의 긴급구조상황실이 처리하면 될 것이므로 불필요한 규정이다.

마. 허위신고죄에 대한 수사권
허위임을 알면서 테러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신고 또는 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협박하거나 협박을 가장한 죄에 대하여 데테러센터의 공무원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올바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의 폐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의 수사권을 폐지하기는커녕 새로운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바. 테러에 대한 감청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대상에 "테러"를 포함시키고 있다. (법안 부칙 제2조 제3항) 국가안보를 위한 감청대상에 테러행위를 포함시킬 경우 테러행위의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국민의 통신의 자유와 비밀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하면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의 통신에 대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감청을 할 수 있다.(제7조 제1항 제2호) 현행법에 의해서도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테러행위에 대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테러방지법에 의해 통신제한조치대상에 테러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사. 금융정보제공
대테러센터의 장이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금융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법안 부칙 제2조 제1항) 그러나 대테러센터의 장은 불법재산 또는 자금세탁행위와 관련된 형사사건의 수사, 조세 및 관세범칙사건의 조사 또는 금융감독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금융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필요하다면 국정원이 제공한 테러관련정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한 테러관련 수사기관이 정보를 제공받으면 되므로 대테러센터의 장이 금융정보를 받을 필요가 없다.

200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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