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분증

통합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

By 2010/05/17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정보화가 심화되어 가면서 국가의 검열‧감시 또한 확산되었고, 컴퓨터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활용으로부터 출발한 국내 정보통신운동은 이에 대응하면서 정보화에 대한 비판적 대응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 갔다. 이러한 측면의 형성되었던 초기 활동은 ‘통합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과 ‘통신검열 반대운동’이다.

정부는 1997년 초에 전자주민카드를 실시하기 위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자주민카드는 주민등록증, 의료보험증, 운전면허증, 국민연금증 등을 하나의 IC카드에 통합하여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의 행정편의를 증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의 실체는 국민의 각종 개인정보에 대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통합하겠다는 것으로서, 국민을 전자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의 소산이었다.

이에 대응하여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전국적인 반대운동이 일었다. 국가통제 수단으로서 주민등록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프라이버시권"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었다. 수십년 간 계속된 군사독재와 주민등록제도로 인해 국가의 통제에 익숙하고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인식이 취약한 남한의 상황에서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이 넘어야 할 벽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 사업에 반대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당선과 IMF 경제위기로 인한 긴축 재정으로 인해 전자주민카드 사업은 결국 1998년 초에 폐기되었다.

하지만 1999년에 들어 기존의 주민등록증을 대신하는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 사업이 시작되고, 일본에서조차 완전 폐지된 ‘강제 지문날인’이 전자적 형태로 반복되자 이에 반대하는 지문날인 반대운동이 다시 시작되어 현재까지 오고 있다.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은 우리 사회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문제 의식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최초의 활동이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