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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자료] 민변-민교협 공동 기자회견문

By 2003/05/2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5.23 민변·민교협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NEIS 정책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 NEIS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정보화시대 인권의 중대한 이정표이다

0.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NEIS 정책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약속을 뒤집어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교육부이다. 약속을 인권위 권고안이 나오면 이를 따르겠다고 몇 번이나 공언했던 교육인적자원부의 말바꾸기가 지금의 NEIS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NEIS문제를 전국민적인 인권문제로 보지 않고 단순히 전교조와 교육부 사이의 교단 갈등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청와대의 인식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NEIS 문제는 단순히 전교조와 교육부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국민의 인권에 대한 문제이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누릴 권리를 헌법적인 권리로 확인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법률로서만 제한해야 하지만 NEIS의 인권침해부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30여 만 명에 육박하는 학부모가 개인정보이관동의거부서를 작성했고, 조직적인 활동이 어려운 학생들조차 2,000여명이 동의거부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NEIS를 반대하는 선언에 1,000여명이 함께 했고, 지난 19일의 인권위 권고안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는 60여 개의 사회단체가 함께 하는 등 잘못된 제도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그간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국민들이 자기정보통제권을 자신의 중요한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NEIS문제를 전교조와 교육부의 문제만으로 보는 것은 정부의 시야가 좁은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문제를 왜곡하여 NEIS를 강행하려는 계산인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결정이 난 마당에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월권 운운하는 것은 NEIS에 인권침해여지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인권침해를 무시하고, 많은 국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서도 NEIS를 강행하려는 것인가?

1. 인권 – 국가인권위 결정의 중요성
이번 NEIS갈등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이 확고한 권리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이 중요한 권리로 인식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개인정보가 계속 전산화되고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있는 추세에서, 그리고 이런 추세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자기정보통제권을 중요한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는 국민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되며, 특히 효율성의 논리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선언인 것이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의 제한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에 한정하여 법률로서만 제한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헌법상의 요건에 따라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기록에 있어서도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수집되어야 하며, 수집된 자료가 다른 목적에 유용될 가능성이 봉쇄되어야 하며,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며, 사상·신조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의 수집은 본인에게서 직접 해야 하며, 계속적, 포괄적, 무제한적으로 수집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시스템은 본인에게 공개적으로 운영되어 정보 열람, 정정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언된 것은 우리 인권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의미가 있는 선언을 교단간의 갈등 문제로 치부하여 무시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2. 전자정보를 통한 인권침해
개인정보의 전산화는 그 편리함만큼이나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전산화된 개인정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 이용이 가능하며,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를 이용할 수 있고, 분실이나 손실의 가능성이 적어 오랜 기간동안 보관할 수 있다. 또한 대량의 정보를 한 곳에 보관하여 상호대조할 수 있고, 정보의 일부만을 추출하거나 일관적인 변환도 가능하다. 이런 편리함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유출이나 오용의 가능성이 높고, 한번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파기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부작용은 가능성이 아니고 현실이다.
또한 지금의 개인정보의 전산화와 네트워크로의 통합은 개인정보의 집중이라는 과정을 동반하는데, 개인정보의 집중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된다. 개인정보의 유출은 유출된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데, 집중된 개인정보는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유출위험성을 높인다. 전산화된 개인정보의 유출을 그 규모가 대규모여서 피해가 더욱 치명적이다. NEIS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집적된 개인정보는 한 학생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그 학생에 대한 엄청난 폭력이며,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인권위가 밝힌 바와 같이 행정의 효율성이 인권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에 이후 전자정부 사업등 국가의 정보화 사업도 인권을 최우선 원칙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NEIS나 전자정부와 같이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취급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경우에는 그 사업을 꼭 추진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는지, 기본권 제한의 대원칙인 목적의 명확성, 피해의 최소성, 수단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NEIS와 교육문제
그리고 NEIS를 통해 각급 학교의 행정정보가 시도단위로 집적됨에 따라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침해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 헌법은 31조 4항에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이라고 하여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운영과 행정은 교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등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운영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피교육자의 상황이나 성격, 능력, 성장의 배경에 적합한 것이어야 하고 성장기에 시민적인 가치관의 형성에 기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교육행정청의 획일적인 규제로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에게 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육환경과 여건의 조성에 상당한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행정청이 교육에 관하여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일일이 간섭하는 경우에 교육의 현장성, 피교육자와의 밀접성, 교육의 창의성은 침해당하게 된다.
그래서 교육기본법은 14조에서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의 운영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보장을 하고 있다. 일례로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학교의 예산과 결산은 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하여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NEIS로의 교육행정정보 집중은 교육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이러한 모든 제도들을 무력화한다. 통일되고 규격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 프로그램에 의해 수행되는 일을 통일시키고 규격화한다. 전국의 1만여 학교의 교사들에게 학교의 예산, 결산, 교사의 교육 및 평가계획과 일정, 교원의 인사고과 등을 모두 입력하도록 하고 이를 국가에서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학교와 교사들을 알게 모르게 국가에 종속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교육의 상이 아니다. 교육부의 권고안도 ‘계량화되고 획일화된 NEIS가 장래에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침해하고 획일화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 또한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NEIS문제를 교훈삼아 이후 교육현장에 교육정책이 도입될 때에는 인권영향평가와 교육현장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4.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NEIS 정책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NEIS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정보화시대 인권의 중대한 이정표이다
정부와 교육부는 NEIS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안을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인권위의 인권침해결정을 무시한다면 이 사회에서 인권을 존중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즉각 인권위 권고안을 받아들여 NEIS에서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영역을 제외하여 개인정보는 학교 안으로 되돌려보내고, 학내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말바꾸기와 무책임한 결정으로 고통받은 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 반인권적인 정책을 행정혼란을 이유로 지속할 수는 없다.
– 정부와 교육부는 인권위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 교육부는 인권위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여 이후 실무대책을 마련하라.

2003년 5월 23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200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