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기사] 책 <유비쿼터스: 공유와 감시의 두 얼굴>

By 2003/03/1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겨레신문 2003/03/14

‘유비쿼터스’와 ‘비밀 없는 세계’

멋진 신세계가 당신을 엿본다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레인지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조리법을 검색하여 요리한다. 냉장고에 내장된 컴퓨터는 자동으로 야채, 과일 따위를 주문한다. 인공위성과 연결된 휴대전화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이것은, 이미 실생활에서 이뤄지고 있거나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는 이야기이다. 바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세계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일상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물건을 쓰고 있는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 말하자면“ 탑승차량의 현재 위치, 개인의 음식 취향 따위를 컴퓨터가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작동시키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군가일 수 있다.

<유비쿼터스: 공유와 감시의 두 얼굴>(2002)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만들어왔고 만들어나갈 세상을 ‘비밀 없는 세계’라 요약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분야 기술개발·자문 회사인 가트너사의 부사장을 지낸 바 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비밀 없는 세계, 곧 유비쿼터스 시대의 비즈니스, 범죄, 사생활’의 문제를 두루 아우르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모든 사물에 고유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가 내장되고 이것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에나 있는’이라는 뜻. 그런데 이 말은 어원상 ‘(전제권을 가진 왕이나 신처럼)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그러니까, 다가올 미래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일상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한국 정보기술업계가 곧바로 전략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는 기술체계이기도 하다.

만약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두루 실현된다면, 한 개인이 집에 있거나 거리를 활보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거나 간에, 이 모든 일상은 기록되고 감시되고 분석될 수 있다. 예컨대 정보 보유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침입자를 파악하려고 집안에 설치해 놓은 무선 카메라’가 집 주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의 눈’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미국 플로리다의 탐파 시는 2001년 거리에 범죄자 색출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침은 ‘예외적인 범죄자’를 색출하겠다는 무인카메라가 그 ‘예외’에 속하지 않을 모든 통행인의 일상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은 2000년 이 사이트에 드나드는 고객 정보를 하나의 자산으로 취급해 타 기업과 공유하거나 팔겠다고 공표했다.

이 책은 ‘유비쿼터스’가 불러올 사생활 침해 가능성과 정보 독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물론 그 ‘정보의 독점’에 맞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개인들’(=네트워크 군대)의 움직임도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당신의 개인 정보는 안전할 것인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200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