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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대응안 마련

By 2003/10/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오병일

지난 5월 10일, 성공회 대학교에서는 약 7-여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 워크샵’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들은 9개의 주제별 워크샵을 통하여 ▲인프라와 보안 ▲문화적 다양성 ▲지적재산권 ▲환경과 정보화 ▲노동과 정보화 ▲교육과 정보화 ▲장애인 정보접근권 ▲민주적 거버넌스 ▲프라이버시 등 정보사회와 관련된 제반 이슈들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였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이 행사를 주최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이하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공식 발족식을 가졌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올해 12월에 UN 주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예정인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이하 WSIS)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시민사회단체 및 관심있는 개인들의 네트워크로, 현재 정보통신, 환경, 여성, 노동 등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워크샵 이후, ‘정보사회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이 선언문과 실천 지침은 ▲인권의 보장, ▲표현의 자유,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과 지속가능성, ▲정보불평등 해소와 정보접근권 보장, ▲정보사회에서 지식의 생산, 유통, 향유와 지적재산권, ▲프라이버시권의 보장, ▲보안(Security), ▲민주적 거버넌스,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인권 교육과 교육 정보화, ▲문화의 공공성, 다양성 강화, ▲안전한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 ▲지구적 협력과 개발도상국 지원 등 정보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원칙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정보화 과정을 이러한 원칙 속에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SIS는 1990년 리우 환경개발회의, 1993년 비엔나 인권회의, 1994년 카이로 인구와 개발회의, 1995년 북경 여성회의, 1995년 코펜하겐 사회개발회의 등 지금까지 UN이 개최했던 여러 이벤트의 하나이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정보격차 문제의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제안되었으나,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정보격차 문제를 포함한 정보화의 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년부터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서아시아 등 각 대륙별로 지역별 회의와, 2회에 걸친 준비회의가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올 12월 열릴 정상회의에서 선언될 선언문과 실천 지침 문서의 초안을 마련하게 된다.

WSIS는 각 국 정부뿐만이 아니라, 기업 및 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논의과정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WSIS에 참여하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룹은 ‘커뮤니케이션 권리(Communication Right)’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CRIS(Communications Rights in the Information Society)라는 네트워크이다. 하지만, 많은 활동가들은 점차 WSIS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선언문과 실천 지침의 논의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에 있었던 2차 준비회의 때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은 3일 동안 매일 10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점차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Walk out), 시민사회의 독자 회의를 개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RIS는 12월 정상회의 기간 동안, 별개의 장소에서 ‘커뮤니케이션 정상회의(Communication Summit)’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시민사회 네트워크 참여 단체인 영상미디어센터 김명준 소장은 WSIS에 대응한 시민사회의 활동에 있어서 한국이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진보적인 정보통신운동단체가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 노동, 환경,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꾸린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독자적인 국내외 활동뿐만이 아니라, 학계나 정부와 협의틀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지난 5월 23일-24일에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한국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것이다. 이 행사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강내희 대표는 기조 발제를 통해 경쟁력 강화와 정보통신산업 육성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정보화 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정보 인권’의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한국 포럼은 그 결과물로 ‘권고문’을 발표하였는데, 지나치게 추상적인 수준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공동의 원칙을 선언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7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WSIS 중간 회의(Intersessional Meeting)가 개최된다. 선언문과 실천 지침의 초안 작업이 지체됨에 따라, WSIS 사무국은 예정에 없던 임시 회의를 소집하게 된 것이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이 회의에 4명의 활동가를 파견하여,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회의 공간을 통하여 최근 논란이 되었던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 인터넷 실명제 등 한국 정보화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려낼 예정이다.

<참고>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 홈페이지 : http://www.itu.int/wsis/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홈페이지 : http://www.wsis.or.kr/

200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