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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칼럼] 신자유주의로 프라이버시권도 위기에

By 2002/10/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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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
– 신자유주의로 프라이버시권도 위기에

윤현식 ( 지문날인 반대연대 | nojisimiya@hanmail.net )

교육인적자원부는 NEIS, 즉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구축하여 창의성 있는 인재의 육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의 생산, 공유, 활용의 증대를 목적으로 이를 운용하겠다고 한다. 교무, 학사, 보건, 시설을 비롯한 27개 영역을 총괄하며 전국 16개의 교육청과 교육부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으로 전산망을 연결하여 교육행정전반을 실시간으로 관리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그러나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의 자본합리화과정의 일환일 뿐이다.

이미 2000년부터 구축된 CS 즉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하여 교육행정의 대부분은 전산화과정을 밟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1400억원이라는 재원이 투자되었다. 그런데 CS는 각 단위 학교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서 교육행정의 중앙관리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데이터의 전산화는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데이터의 이용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랐던 것이다. 여기에 불만을 느낀 중앙정부는 전자정부추진의 일환으로 NEIS를 추진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교육공공성의 파괴와 프라이버시권의 파괴를 비롯한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된 문제는 언급을 피하기로 하겠다. 교육의 시장구조화와 관계된 논의는 다른 훌륭한 이론들을 참조하는 것으로 대치하고 여기서는 이와는 다른 각도로 프라이버시권과의 관련성을 확인하도록 한다.
CS를 통하여 축적되는 정보에는 단순한 행정업무상의 정보만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개인의 정보가 집약적으로 축적되어있다. 학생 개인의 정보(영문 및 한자가 포함된 성명, 주민등록번호, 성별, 연락처, 주소, 이메일주소 등)는 물론 가족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30여 개 항목으로 분류된 부모의 학력정보까지 포함되어 있고 질병정보를 비롯한 민감한 개인정보 내역까지 소상하게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개인정보는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하여 가장 요긴하게 쓰인다. 현재 각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CRM 즉 소비자관계관리(엄격히 얘기하면 전사 고객정보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은 바로 이 개인정보들을 통합집중관리하여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수요의 창출과 이윤의 추구를 위한 계획 수립에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의 개인정보가 세세하게 수집된다면 기업으로서는 이들의 정보에 따른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수행하는 한 편 아예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다음 세대의 입맛을 결정해버릴 수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NEIS 계획에 민간기업체가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과정을 볼 때 결국 이 시스템의 운용으로 축적된 개인정보가 필연적으로 기업의 목적에 따라 재활용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프라이버시권을 단지 개인에게 전속된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한정시킬 경우 모든 개인정보유출의 책임귀속은 개인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되어버린다. 전형적인 시장논리의 적용이며 부르주아 권력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적 개인주의사고방식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논리다. 그러나 프라이버시권은 사회구성의 기본 단위인 개인의 발전과 자아성취를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보호해야할 가치라는 개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프라이버시권은 "각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 중 하나이고, 이러한 권리를 지키는 것은 단지 한 개인의 능력에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단결된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부연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한사회에서는 사회의 인적자원을 생산하는 교육과정에서 이토록 중요한 프라이버시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논리로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한편 자본의 이윤추구구조를 더욱 강화하려는 측면에서 시도되고 있는 NEIS 정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할 것이다.

200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