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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반대 의견서

By 2002/10/07 4월 4th, 2017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시민사회단체, 정보통신부의
■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 제정에 반대 의견 발표
■ “정보통신부는 제밥그릇 욕심에 강행말라”

1. 이땅의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귀사 혹은 귀하의 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2. 정보통신부는 2002년 9월 25일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늘 오후2시부터 이에 대한 공청회를 갖습니다.

3.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정보공유연대 IPLeft·진보네트워크센터·평화마을 PeaceNet에서는 정보통신부의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법률안은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타(KRNIC)가 수행해 온 역할을 문구만 조금 바꾼 채 정부의 권한으로 귀속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KRNIC을 중심으로 이미 잘 짜여져 있는 법적 제도적 구조 하에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주소자원관리에 대한 토론회>와 5월 29일 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 모임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인터넷주소자원 운용에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인터넷주소위원회와 인터넷 관련 기업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이 법률안에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4. 이에 활동에 참고하실 것을 요청합니다. 끝
<별첨>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정보공유연대 IPLeft·진보네트워크센터·평화마을 PeaceNet

■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 제정에 반대함

2002년 9월 25일 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안)(이하 법률안)에 대해 아래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합니다.

1. 법률안은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거쳐 형성된 국내의 민주적인 인터넷 주소자원관련 의사결정구조를 붕괴시키고 정부에 의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정책결정과정을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1982년 국내에 인터넷이 공식 출범한 이래, 국내의 민간 인터넷 전문가들은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인터넷 주소자원 정책결정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현재는 1999년 민간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kr에 대한 등록, 운용 업무를 수행하고, 각계의 전문인사들로 구성된 인터넷주소위원회(NNC, Number & Name Committee)에서는 개방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주소자원의 운용과 관련된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소자원의 운용과 관련된 정책은 RFC-KR 절차를 통해 수립되는데, 이는 국제적인 인터넷 정책 결정 프로세스인 RFC(Request for Comment)를 국내에 도입하여 정착시킨 것으로서 이 분야에서 관련 이해당사자 및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며 자유롭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의사결정의 전통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RFC-KR 절차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국제적인 인터넷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논의의 단계에서부터 누구에게나 참여가 열려있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이러한 RFC-KR 절차는 오랜 군사독재의 경험으로 민주적 토양이 척박한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의 귀감이 될만한 것으로서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키고 다른 영역에까지 확대하여 적용되어야 할 가치있는 선례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kr 주소자원 운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kr 도메인 이름의 2단계 구조(co.kr, go.kr, or.kr 등)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도메인 공간의 효과적인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초창기 1기관 1도메인 원칙을 채택하여 도메인 분쟁을 예방하면서도 이후 자유로운 등록을 허용하여 .kr 도메인을 활성화하였습니다. 또한, 베리사인이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이 정해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한글 도메인 등록을 허용하여 수많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한 것과는 반대로,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공공성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있는 관점에서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주소자원 관리기구인 ICANN에도 한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더 많은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보다 더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 민간위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오히려 정부 또한 이러한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할 형편입니다.

하지만, 이번 법률안은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권한을 정부에 귀속시킴으로써,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정착해온 민주적 정책결정 구조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현재 민간재단법인인 한국인터넷정보센타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특수법인인 인터넷진흥원으로 이관하고 정책결정과정에 관련 이해당사자나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폐쇄함으로써 사실상 정부에 의한 일방적이고 직접적인 주소자원관련 정책 시행을 꾀하고 있습니다. 법률안은 형식적으로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이 위원회는 인터넷진흥원이 계획한 모든 계획과 업무를 심의하는 권한을 가진 기구로서 의사결정기구라기 보다는 장기계획에 대한 자문만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민간의 참여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사실상 정부정책 수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기능만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법률안은 민간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주소자원관리의 국제적인 관행과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정부의 경직되고 일방적인 정책결정 방식은 유연함이 요구되는 인터넷 환경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도는 지금까지 헌신해온 민간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오히려 위축시키고, ICANN이나 APNIC 등 국제활동에서 이제까지 형성해온 한국인터넷공동체의 위상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2. 법률 제정의 필요성도 명확하지 않고,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가 반대하고 있는 법안을 정보통신부가 굳이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정보통신부의 조직을 확대하고자 하는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번 법률안은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타가 수행해 온 역할을 문구만 조금 바꾼 채 정부의 권한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미 민간 영역에서 인터넷주소자원 운용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점이 존재하며, 이 법률안이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정부는 정보화촉진기본법 제16조 3(정보통신응용서비스 이용 등의 활성화)과 기본법 시행령 제17조의 2(인터넷의 주소에 관한 업무)에 의거하여 주소자원관리의 민간위탁의 제도적 틀을 정비하였고, 2001년 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련된 시책강구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공공이익을 위한 국가의 개입권한을 확립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정보센타는 현재 정보통신부를 감독관청으로 하는 민법상의 비영리 민간재단법인으로서 정보통신부가 승인한 정관에 따라 이사회에 정보통신부 정보기반 심의관, 한국전산원장, 도메인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가 임명하는 3인을 당연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국가가 공공이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미 이와 같이 잘 짜여져 있는 법적 제도적 구조 하에서 이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이 법률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2002년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주소자원관리에 대한 토론회> 및 2002년 5월 29일 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 모임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인터넷주소자원 운용에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인터넷주소위원회와 인터넷 관련 기업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이 법률안에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 개월 동안 이와 같은 우려와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가 법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며 통과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이 법안 제정의 목적이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의 공공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보통신부의 조직과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하고자 하는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3. 정보통신부는 사이버스쿼팅에 대한 규제필요성을 내세우면서 도메인보유자의 권리보다는 오히려 상표권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정보통신부가 대변하고 옹호해야 할 도메인 보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제까지 여러 사례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정보통신 이용자의 권리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앞세우는 입장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없다 하더라도 이미 도메인영역에서의 상표권자의 권리는 기존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하여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제안된 법안의 상당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부정경쟁방지법과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법안입니다.따라서 도메인분쟁관련 법률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미 타 법률을 통하여 보호받고 있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또다시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실상 기존의 법률로서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정당한 도메인보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은 상표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기존의 법률보다도 한걸음 더 나아가 도메인이름의 단순선점에 대해서조차 규제하도록 함으로써 상표권자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시 도입되었던 “희석화방지조항”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냈던 정보통신부의 이제까지의 입장에도 배치되는 것입니다.

정통부가 이 법안에서 인터넷 도메인이름 보유자의 권리보호와 관련하여 유일하게 제시한 도메인이름의 정당한 보유자의 제척기간(등록후 5년 경과 또는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년 경과) 또한 국내 도메인등록이 사실상 한국인터넷정보센타 출범 이후인 99년 이후인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거의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보유자의 요건도 전혀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제로는 전혀 정당한 도메인보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소자원관리법안이 현재 민간부문에서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온 주소자원관리구조를 정보통신부가 지나친 부처이기주의와 업계이익 보호를 위해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영역으로 환원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구태적 발상에서 제안한 것이라 보아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합니다.

2002년 10월 7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공동대표 : 김정헌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91-17 4층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 홍성태
주소 :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 강내희
주소 :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평화마을 PeaceNet
사무처장 : 전응휘
주소 : 서울시 양천구우체국 사서함 81호

200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