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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버넌스/칼럼] ORG 도메인의 향방은 어디로?

By 2002/06/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ORG 도메인의 향방은 어디로?

오병일 (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 antiropy@www.jinbo.net )

ORG는 COM, NET과 더불어 대표적인 일반 최상위 도메인, 즉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등록가능한 도메인 중의 하나이다. COM이 회사를 위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이라면, ORG는 비영리 단체를 위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RG 도메인은 COM, NET과 함께 베리사인(Verisign)이라는 미국의 대기업에 의해서 운영이 되어왔다.

작년 2001년 5월 25일, 국제적인 인터넷 운영의 규칙을 정하는 인터넷주소자원기구(ICANN, http://www.icann.org)는 베리사인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인즉, 베리사인이 COM의 도메인 등록소(도메인 등록을 담당하는 회사로 레지스트라라고 한다) 역할을 계속하는 대신에 ORG와 NET의 운영 권한을 다른 곳에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베리사인이 양보한 것이 아니다. 그 정황은 다음과 같다. 1998년 ICANN이 설립되면서 ICANN은 도메인 등록에 있어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래서, 그 전에는 베리사인에게 독점되어 있었던, COM, NET, ORG 도메인에 대한 등록 권한이 여러 회사에게 경쟁적으로 주어졌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98년 이전에는 국내에서 COM 도메인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베리사인(그 당시에는 NSI라는 회사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영문 페이지를 보면서 도메인을 등록해야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등록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한글 도움말을 보면서, 더 저렴한 가격에 등록할 수 있다. 베리사인이 애초에 ICANN과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에는, 베리사인은 2001년부터 등록소의 역할을 맡지 못하고, 도메인 서버 운영 업무만 맡도록 되어있었다. 하지만, 베리사인은 COM 도메인의 등록으로 인한 막대한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고 (COM 도메인의 폭발적인 증가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COM 도메인 등록자는 2,200만, 그리고 ORG는 300만 등록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ICANN에 COM 도메인의 등록소 권한을 계속 유지하는 대신 ORG와 NET의 운영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다른 등록소 업체들은 베리사인의 독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베리사인의 제안대로 계약은 체결되고 말았다. 어쨌든 이 계약에 따라, ORG 도메인에 대한 베리사인의 운영은 2002년 12월 31일로 종료가 되고, ICANN에 의해 새롭게 지정된 기관에서 그 운영을 맡게된다.

이후 관심은 어떤 원칙에 의해서, 어떠한 기관이 ORG의 운영을 맡느냐는 것으로 옮겨갔다. ICANN은 ORG 운영 기관의 자격, 운영에 필요한 정책 등을 정하기 위해 ‘ORG 논의를 위한 작업반’을 만들었다. 작업반의 논의 결과가 2001년 10월 8일 발표되었는데, 그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www.dnso.org/clubpublic/council
/Arc06/msg00142.html)

첫째는 ORG 등록에 있어서, 현재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떤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ORG 도메인을 원하는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등록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또한 등록자가 비영리 기관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ORG 등록에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ORG는 분명 비영리 조직을 위한 도메인이며, 비영리 조직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ORG의 운영을 담당하는 후원조직(Sponsoring Organization)이 있어야 하며, 이 후원조직은 ‘국제적인 지원과 .org 등록자 및 비영리 단체의 참여가 있는 비영리 후원조직’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거대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COM 도메인과 마찬가지인 하나의 상품일 뿐이었지만, 향후에는 비영리 기관의 주도하에 ORG 도메인이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물론 ORG 도메인도 여전히 하나의 상품일 것이고, 또한 300만이라는 적지않은 등록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 운영에 있어서 거대 자본과의 결부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ORG 도메인과 같은 정책 운영과 그 수익금의 이용에 있어서 비영리 기관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운영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임은 틀림없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3월에 가나에서 열렸던 ICANN 회의에서 ICANN 이사회는 ORG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메인 운영의 안정성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작업반의 보고는 참고사항일 뿐, 꼭 비영리 기관에게 그 운영이 넘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몇 개의 비영리 조직들이 ORG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제안서를 준비중이다. 한국에서도 ORG 도메인의 운영이 비영리 조직으로 이월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에 독점되지 않고 아시아 등 제3세계로 운영권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식아래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하였으나, ICANN의 높은 벽과 국제적인 사업화의 어려움을 실감하며,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향후 일정은 6월 18일까지 제안서 제출이 마감되며, 제출된 제안서들은 6월말에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리는 차기 ICANN 회의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그리고, 8월 말 경에 최종 결정이 날 것이다. 어느 곳으로 결정이 날지 두고봐야 알겠지만, ORG 운영권의 이전을 계기로 상업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도메인의 운영에서 인간적 가치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2002-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