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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스팸메일의 근본대책은 옵트인방식 채택에 있다 – 함께하는시민행동

By 2002/05/1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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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의 근본대책은 옵트인방식 채택에 있다.

 

[프라이버시] (2002-04-23/ 조회: 6450)


스팸메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물론, 기업계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들 논의가 경제 논리나 기업 논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일반 네티즌들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팸메일 규제 입법으로서 옵트-인(opt-in) 방식이 채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왜 옵트인 방식이 스팸메일을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인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스팸메일 규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은 옵트인 방식의 채택이다.

1. 옵트 인(opt-in)이란 무엇인가?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명시적인 수신거부 의사에 반하여"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메일 수신자가 거부할 때까지는 자유롭게 보내도 좋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일단 광고성 메일을 보내는 것은 자유롭게 하되, 수신자가 수신 거부를 하면 더 이상 보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옵트-아웃(opt-out) 제도입니다. 반면, 옵트-인 제도는 "명시적으로 수신동의 한 경우에 한하여" 광고성 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 옵트-아웃, 무엇이 문제인가?

2.1. 옵트-아웃은 수신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스팸메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왜곡된 비용 구조입니다. 수신자는 스팸 메일을 열어보고 삭제함으로써 시간적 피해를 입습니다. 또, 원하지 않은 메일을 받게 되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정신적 피해를 입습니다. 또한 스팸 메일들을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메일 서버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메일 서비스 제공자에게 서버 운용 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또 기업의 경우에도, 직원들이 스팸 메일을 삭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므로 업무 손실로 인한 비용 증가가 발생합니다. 이 역시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스팸 메일로 인한 손실비용에 관한 더욱 구체적인 내용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스팸메일 FAQ를 참조할 것)

그런데, 옵트-아웃은 이러한 비용 구조 개선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제도입니다. 옵트-아웃 하에서 수신자는 스팸메일을 열고, 수신거부하고, 삭제하는 등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발신자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백만, 수천만 명에게 스팸메일을 발송할 수 있게 됩니다.

2.2. 옵트-아웃은 스팸메일의 양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한 통의 스팸메일을 수신거부했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잠재적인 스팸메일 발신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여전히 이용자는 스팸메일의 공세에 시달리게 됩니다. 게다가 수신거부 의사는 "이 메일을 사용중입니다"라고 알려주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오히려 수신자들이 더 많은 스팸메일을 받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2.3. 발신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신자의 수신거부 의사를 회피한다.

수신자가 수신거부를 하더라도, 발신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신거부 의사를 회피합니다. 수신거부 메일을 발송해도 "잘못된 주소입니다"나 "메일박스가 가득 찼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되돌려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옵트-인에 대해 지적되는 문제점과 시민행동의 반론

3.1. 옵트-인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우리 헌법은 분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 표현 역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져야 함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듣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듣기를 강요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표현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3.2. 옵트-인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는 행위이다?

e-메일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옵트-아웃 제도가 원리상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신자들의 수신거부 의사 표명이 실제로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팸메일에 관한 한 더 이상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3.3. 사전에 동의받지 않은 메일이라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물론 스팸메일의 광고 효과가 약 2.5% 정도는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민행동이 지난 3월 12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2.5%의 시민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메일을 수신한 경우 대부분, 혹은 전부 읽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보기 ) 즉, 1백만 통을 보내면, 약 2만 5천명 정도가 읽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채택은 균형의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과연, 2만 5천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머지 97만 5천명에게 피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3.4. 옵트-인을 채택하면 인터넷 산업, 특히 마케팅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다?

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82.6%의 시민들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메일을 수신한 경우 읽지 않고 삭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현재 스팸메일에 대해 느끼는 피로도가 매우 높고, 광고 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전에 수신동의한 광고메일조차도 광고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때문에, 옵트-인을 채택하는 것이 오히려 마케팅 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3.5. 옵트-인은 대기업에게만 유리한 제도이다?

이미 e-메일 마케팅이 진행중인 상황이므로에서, 옵트-인은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만 불리한 경쟁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는 옵트-인에 대한 가장 설득력있는 비판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옵트-인을 시행하더라도 대기업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도 대기업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사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한 후,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수신 동의를 받아서 메일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은 이처럼 회원을 유치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옵트-인이 후발주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피해를 이유로 다수 소비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기업이 대개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방치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한 문제입니다. 또한, 과거 스웨덴의 경우 동일 직종 노동자들에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연대임금제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임금 감소를, 중소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임금 증가를 가져오면서 중소기업들로부터 반발을 샀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가시켰고, 사회의 연대의식이 확대되는 등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물론, 오히려 부실한 다수 기업들을 퇴출시킴으로써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효과까지 가져온 바 있습니다.

3.6. 오프라인 상의 광고행위와 비교해볼 때 옵트-인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오프라인 상에서 전단지를 돌리거나 DM 우편물을 발송할 때, 옵트-인을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e-메일에만 유독 옵트-인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또한 옵트-인에 대한 설득력있는 비판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옵트-인을 적용할 경우, 초기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법적 안정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도 옵트-인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무선랜이 보편화되면,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PDA 등 이동통신기기를 이용한 스팸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수시로 경보음과 함께 들어오는 스팸 문자메시지는 스팸메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옵트-인의 채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며, 유럽연합에서도 모바일 부문에 대해서는 옵트-인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는 장기적으로 옵트-인을 채택하는 것이 대세라고 판단한다면, 스팸메일에 대해서도 오히려 옵트-인을 채택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더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2. 4. 23

함께하는 시민행동

200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