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정보화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 환상과 공포, 희망,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한국 사회는 인터넷에 미쳐있다!

By 2003/10/05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좌담

서현주

이종회(이하 사회) :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정보통신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위주로 해서 부탁드립니다.
제 경우는 97년도 총파업 때, 인터넷을 통해 파업현장을 알렸는데 그 효과가 컸어요. 국제적으로 30여개 국가에서 동참했고 호주는 한국물건 하역거부 얘기까지 나왔으니까. 영국의 리버플 파업 효과처럼 느껴졌는데, 그 힘을 모아서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을 만들게 됐습니다.

남희섭(이하 남) : 대기업 연구소에 있을 때 특허제도에 심각한 독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부차적인 모순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과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이 있다는 거죠. 주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는, 당시의 분위기가 그랬어요. 그러다 99년에 시민단체의 지적재산권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웃음). 그래서 정보공유연대(IPLeft)를 만들고 활동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이원재(이하 이) : 90년대 말에 대학원을 다녔는데, 당시에는 대학원의 석·박사들이 너도나도 인터넷에 관한 논문을 쓰는 분위기였어요. 조금 과장해서 그 당시 논문의 절반이 인터넷과 관련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를 전공했는데, 이때부터 디지털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문화연대 정책실장을 하면서 정보통신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박윤정(이하 박) : 직장에서의 제 위치가 국제사회에서의 비영리법인을 대표하는 거였어요. 그때 시민사회와, 나와, 내가 일하는 단체들간에 연대가 없다는 고민 속에서 ‘어떻게 하면 같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죠. 그러다 2000년에 인터넷주소위원회를 통해 약 30개 시민단체를 지원해서 요꼬하마 ICANN회의에 가게됐어요. 그렇게 해서 정보통신운동에 발을 들여놓게 됐어요.

신기섭(이하 신) : 좀 특이한데….. 신문사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 도스(DOS)를 조금 배웠는데, 신문사에 들어가서 보니 컴퓨터가 있어도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러다 92년에 부장이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네가 좀 써봐라’해서 떠맡게 된거죠. 그렇게 해서 96년까지 4년을 정보통신관련 기자를 했는데, 그 와중에 겪은 일이 많아요.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부터….. 그때부터 인터넷이 막 뜨기 시작해서 PCS 사업자 선정까지 말썽 많은 건 다 겪었어요.

김칠준(이하 김) : 사무실에 젊은 변호사가 날보고 ‘너무 호기심이 많아 탈’이라고 해요. 90년에 거의 변호사 업계에서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를 사고, 랜설치까지 하고….. 홈페이지에 내부게시판을 만들어서 ‘제발 하루에 2번은 들어가라’, ‘가상공간에서 논의하기가 얼마나 좋은지 아느냐’고 설득하고 다녀요. 개인적으로는 인권운동을 해왔는데 인권운동은 ‘사람이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거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정보화사회가 사람들을 규정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그런 세상이 눈앞에 닥쳐있는 거에요.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오병일(이하 오) :정보운동에 대한 관심은 94년 정보연대 sing에서부터 입니다. 전 사회주의가 붕괴되는 시점에 대학에 들어간 세댄데, 사회주의라고 하면 국유화를 떠올렸거든요. 근데 정보의 공유라는 말을 들으면서 ‘어떤 통제도 없이 누구나 이용하는 아주 이상적인 사회화 형태’라고 느껴졌어요.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사회구조의 근본을 건드리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 물론 당시의 그런 생각은 아주 원론적인 수준이었죠. 정보의 특성은 남한테 줘도 내가 없어지지 않는 거라는 등.

사회 : 붉은 악마 동원과 가두 행진, 효순이·미선이, 대선 때의 대중동원을 보면서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커졌어요. 그 자체를 진보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초기에 제기됐던 정보화 사회와 정보화가 진전된 후 우리의 삶을 비교해 보면 좋겠습니다.

신 : < being digital >을 쓴 네그리 폰테를 인터뷰했는데, 그 사람은 정보통신사회에선 정보가 평준화되고 공유 될 거라고 전망했어요. 근데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이 몰리는 사이트는 이미 정해져 있었거든요. 예컨데 검색을 하려면 야후, 뉴스를 보려면 뉴욕타임즈, 한국에서는 어디, 이런식으로. 그때도 이런 게 보이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정보가 많아질수록 기존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고 한쪽에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는 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낚시하고 요리를 꼭 뉴욕타임즈에 가서 봐야만 하냐? 하더라구요. 전 좀 생각이 달랐어요. 지금 ‘구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은 구글에 가면 모든 게 다 있다는 걸 알아요. 구글이 잘 찾아준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구글의 기준에 따라 분류된 순서대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구글에서 맨 처음 나온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닌가요.

남 : 네트워크의 구성하는 요소 중에 노드(node)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이 노드에 접속하는 걸 링크라고 하는데, 이 네트워크 내에서 노드들은 링크를 얻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 거거든요. 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원래 하나의 노드가 있고 거기에 링크가 붙어서 노드가 하나 생겨나고…..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제일 먼저 생긴 노드에 링크가 생길 확률이 가장 많아요. 근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가 그렇게 해서 링크를 얻는 게 아니거든요. 스노저 비행별(?)이 있다는 거에요. 구글의 승리를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하기도 해요.

김 : 처음에 ‘페루의 농민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환상적인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오프라인의 역사발전이 사이버상에서 압축적으로 일어났구나 싶어요. 원시공산주의 다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면서 계급이 발생하고, 국가통제, 자본주의, 제국주의까지, 20년만에 원시공산주의부터 제국주의까지 온거거든요. 처음엔 수평적인 네트워크와 자유로운 정보소통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가 모이고, 여기서 이윤이 발생하자 자본이 몰려들고, 권력은 권력대로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권력과 자본이 경쟁관계와 협력관계를 가지면서 사이버 세상을 재편하고 있는거죠.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술력과 사회시스템을 의미하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양칼날을 이용해서, 사이버 세상을 자유로운 세상에서 철저히 통제된 세상으로…. 그리고 궁극에 가서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주의로 재편을 끝낼 것 같아요. 아주 간단히.

이 :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문제라고 봅니다. 처음엔 환타지였어요. 우리는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1980년대 환경파괴라든지 자본의 제한성이 없다라는 환타지였죠. 디지털이나 테크놀로지는 단지 정보 전달방식의 변화일 뿐인데 마치 물질자체의 변환인 것처럼 생각한거죠. 가장 많았던 건 사이버와 현실, 온라인이랑 오프라인이라는 이분법이었구요. 전 사이버가 현실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금 인터넷을 보면 아바타도 계급이 있고 퀴즈게임에도 서열이 있어요. 굉장히 신기한 것처럼 언론이 홍보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보면 현실의 논리가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고, 근래에 들어와서 리니지같은 걸 보면 현실의 은유정도가 아니라 그냥 현실이에요.

오 : 정보화라는 사회변화가 기존 사회시스템의 모순을 증폭시키고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소리바다나 디지털도서관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과연 정보접근권과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겠나 싶어요. 기존의 저작권 시스템이 바뀌지 안으면 안되거든요. 프라이버시를 문제를 보더라도 정보의 선택자체는 더 민주화될 수 있고 정부의 마인드도 민주화될 수 있지만 정보화를 통해서 통제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생겨나잖아요. 단순히 현실사회 안에서,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룰을 만들자는 걸로는 안돼요. 기존의 사회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건드려야 하는거죠.

신 : 정보화 초기상황과 지금의 상황에서 생각해봐야 할 건, 정보를 누가 통제하고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에 자본은 거부해요. 인터넷을 좌파들이 먼저 시작하고 뉴스넷도 있고, 그게 커져서 자리가 잡았다 싶으면 자본들이 들어오죠. 그리고 다 장악했어요. 한국에 인터넷 문화가 다양해지고 민주화된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촛불시위나 붉은 악마를 보면서, 대중을 한군데로 몰아서 동원하는데 이제는 인터넷이 가장 유용한 시대가 됐구나 싶어요. 얼마 전에 캄보디아를 갔다왔는데 싱가포르 대통령이 오니까 애들을 동원해서 국기들기를 하던데, 사실 우린 더한 동원을 했거든요. 물론 자발성이 있지만 인터넷이 대중을 한곳으로 몰아가는 위력을 발휘했고,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원하는 정보만을 제공하던 때하고 과연 얼마나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회 : 자연스럽게 정보의 독점과 통제, 그리고 감시의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같은데요.

박 : 저는 정보의 민주화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정보의 독점화라는 말보다는 권력의 독점화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도메인 네임 시스템이라든가 인터넷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본의 독점화는 일부에 지나지 않거든요. 결국은 국가의 독점화로 가는 단계 단계가 아닌가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 : 도메인 네임 시트템은 분산네트워크가 아니라 하나의 위계적 역할을 하는 기술적 기재거든요. 시공간의 거리자체를 단축시킴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는 특성에서, 네트워크 자체의 속성이 나와요. 그래서 과거에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이익이 분산돼고 나눠졌다면, 지금은 네트워크 효과가 적용돼서 이익의 독점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김 : 정보화 세상에서는 사람이 정보의 생산·유통·소유·독점의 주체적인 역할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람자체가 정보가 되어 버렸어요. 사람이 상품이 되어 버린거죠. 더 나아가 정보는 필연적으로 수집하면 가공 과정을 거치는데, 개인정보도, 사람의 삶도 얼마든지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재편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결국은 개개인의 삶이 목적과 요구에 따라서 재구성되고 짜 맞춰진다는 이야긴데, 전자는 정보의 집중과 불평등의 문제지만 다른 하나는 정보세상에서의 인권이 왜곡되는 문제, 소외의 문제가 되거든요. 이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 : 예전에 네트(net)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정말 남 얘기같지 않았어요. ‘사이버 세상에서 개인이 왜곡된다’라는 전형적인 영화였거든요. 주인공이 우연히 국가권력의 비리를 알게 되고 국가권력은 주인공을 처치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가공해요. 그런 게 정말 쉬워 보였어요. 전 인터넷에 낙관적인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요새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감시 문제에요. 활동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네가 쓴 이메일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 나올 수 있다는 걸 가정하고 써라." 이런 말을 하거든요. 우리를 감시하는 사회를 살고있고,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오 : 감수성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자료 검색할 때 예전에 찾았던 검색어가 쫙 표시되면 ‘와 편리하다’하거든요. 하지만 전 편리하다는 느낌 이전에, ‘프라이버시 침해다’라는 생각 때문에 좀 섬뜩해요. 박윤정씨가 이메일 보낼 때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이런 것들이 감수성이 바뀌어 나가는 과정이죠. 문제는 그런 감수성을 변화시키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논리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적 문제들로 접근해야 할 것같아요. 자신의 감수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사회 : 최근 유비쿼터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하철, 버스, 은행 등의 정보통신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다면 인간의 삶은 그 안에서 손바닥 보듯이 볼 수 있게됩니다. 그게 가능한 건 사람들이 편리하게 느낀다는 거 하나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환경운동진영에서 ‘더럽게 살자’라는 것을 내걸었다면, 우리는 ‘좀 불편하게 살자’를 내걸면 어떨까요(모두 웃음 ^–^)

김 : ‘불편하게 살자’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정말로 불편한 걸 감수하라고 하면 대중적인 운동은 못될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할 일은 편리함이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편함이 있다라는 걸 연결시켜서 보여 줘야 합니다. 어제 접속했던 사이트에 편리하기 때문에 남겼던 메일주소 때문에 오늘 내가 무수히 많은 스팸메일을 받는 이 메카니즘을 설명해 주는거죠. 만약에 끝까지 편리하다면 그 편리함을 버려야 하는가를 고민해 봐야하는 점도 있으니까요(웃음). ‘어제 편리한 것이 정말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연결고리를 찾아줘야죠. 아마 환경도 그럴 겁니다. 오늘 편리하지만 그것이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식으로.

사회 : 감시사회에 대한 역감시 효과를 이야기하는데 나는 부정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최근에 그런 효과가 있는 건 사실아닌가요?

신 : 언론의 상대화는 확실하게 이뤄졌어요. 인터넷에서 글 좀 보는 사람들은 ‘이 신문기사를 어떻게 믿을까’ 이렇게 생각하니까요. 전에는 혼자 알고 있던 것을 인터넷에 와서 ‘요기요기 틀렸다’ 라고 쓰면 금방 퍼져요. 그런 의미에서 수다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감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과제로 남는거죠. 구글의 기준에 맞서는 것이 싸움들이 많이 벌어져야 한다는 거구요. ‘네트워커’에서 할 수 있다면 인터넷을 통한 조직화만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조직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 : 인터넷이 하나의 메카니즘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물리적인 힘은 없었어요.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로 의식화되고 의식화시키는 과정들이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의 단순한 펌질을 통해서, 수다를 통해서 정보의 출처가 다양화되면서 일단 신문이 거짓말을 못하게 됐어요. 전 그게 펌을 자유롭게 하는 정치적 함의라고 봅니다. 그것은 기존의 권력을 상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엄청난 의식변화의 계기일 수 있어요. 물론 그것이 물리적인 힘으로 현실세상에 나오려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비젼이나 전략과 연결시켜야 하겠지만요.

박 : 어떻게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전 수다문화가 발전된 형태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용자 개개인이 뭉쳐서 견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안타깝지만 미국의 권력이나 다국적기업을 통제하는 건 정부나 기업들이 대신해주길 바라고, 이용자들은 그 기업을 대상으로 훨씬 더 민주적인 구조로 만들어 가는 2단계 게임을 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 : 긍정적인 것은 붉은악마 현상이 대자본이나 기획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통제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역량들, 일종의 변혁이나 변화를 바라면서 저항세력들이 남아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들은 사이버세상에서 훨씬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적어도 ‘페루의 한 농민이 인터넷에 뭘 올렸더니 어떻더라’하는 게 전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계는 있지만 아직은 열려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정보 독점의 위험성·통제가능성·인간이 자본에 의해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들을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알려야 하겠지만요.

사회 : 최근에 문화자체가 바뀌는 현상이 있는 것 같은데, 사이버 네트쿠스, P세대 등 새로운 인간형의 등장도 이야기하고……인터넷을 민주주의 구조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떤가요?

신 : 전 동의하지 않아요. 순전히 한국적인 상황으로, 한국적인 것 중에 하나라는 거죠. 최근에 뉴욕타임즈는 미국이 꿈꿨던 디지털혁명이 한국에서 살아나고 있다고 썼는데, 사파티스타 지지자들이 비판적으로 하는 말이 ‘클릭하고 이메일 보내서 항의하는 것과 팜플렛을 들고 길거리로 나와서 나눠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거에요. 그 간격이 너무 크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현상을 볼 필요가 있는데, 막 떠들고 별별 이야기 다하고 토론하는 거 같지만, 막상 컴퓨터 끄고 난 다음은 어떤가요? 만약 한국사회가 그렇게 토론이 활성화된 사회라면 사이버상에서 토론하고 난 다음에, 내 아이하고는 그렇게 토론을 하나요? 내 옆사람하고는요? 안하거든요. 옆사람하고 인터넷으로는 토론해도 현실로는 안해요. 그래서 난 인터넷이 한국인의 수다의 장이라는 비판적인 생각도 한거죠.

오 : 전 전자민주주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마치 전자적으로 민주주의에 뭔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죠. 사실 국회에 참여한다는 게 단순히 이메일을 보내고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실질적으로 권력이 분산되고 주변의 정책결정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구조적 형태로 바뀌어야 하는데 전자민주주의는 온라인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일으키잖아요.

박 : 전자민주주의라는 게 가능하냐고 하는데 전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2000년도에 인터넷주소자원 결정과정에서 이상적인 전자민주주의를 실험했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대표를 뽑는데 10만명한테 투표권을 주고 직접민주주의를 시험해 본거죠. 그때 그 시스템 자체는 너무 좋았는데, 미국의 편파성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은 폐기됐어요. 8천명의 미국인이 투표권을 받았는데 일본과 독일 중국에서 3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투표권을 신청했거든요. 미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원칙적으로 그런 시스템을 도입해야하지만 지금은 여건상 어렵다고 하면서 간접민주주의 시스템으로 되돌아 갔었거든요

사회 : 마지막으로 정보통신사회에 대해 한마디씩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 : 우리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정보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처럼 이야기하는데, 통계를 보니까 지구상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가 20%인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정보화라는 걸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공동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정보불평등이나 정보격차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 운동권내에서 전산화·정보화가 비약적으로 이뤄졌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는 정보화나 장애인들에 맞는 정보화, 국제연대…. 이런 식으로의 적용이나 활용은 아직 미흡합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적이고 개발주의적인 정보화, 경쟁적인 정보화에 익숙하지 않나 싶어요. 정보운동이 굉장히 도구적으로 이용돼 왔으니까요. 더불어 정보통신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배제된 나라에 대한, 제3세계로 시각을 넓히는 것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오 : 일반사회운동도 정부의 정책이나 법에 반대하는 게 있고 커뮤니티 중심의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문화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소리바다 문제를 제기하면 ‘그럼 음악생산자들은 어떻게 먹고 삽니까’하고 물어요. 하나의 정책이나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실제 문화생활에서 다양한 실험이 있어야하는데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런 실험이 드물었어요. 이런 실험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모델들을 발굴하고 활성화시키고 매개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죠. 사회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의 활동들이 나와야 하구요.

박 : 항상 고민되는 것이 신뢰의 문제에요. 어떻게 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굉장히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는데 거기다 내 흔적을 남기기 두렵고, 그러다 보면 사회가 점점 인증시스템을 요구하는 그런 프로세스로 가게되고…. 그래서 전 이런 ‘네트워커’를 통해서 가능하면 신뢰를 쌓는 인증프로세스를 다원화했으면 좋겠어요. 국가나 기업이 아닌 대안을 찾고,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죠. 더불어 영화 중에 최첨단화 되면 될수록 적응하지 못하고 지하 하수구로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인간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불편하게 살자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전체 웃음). 체재에 맞게 감시당하면서 잘 사는 대다수가 있는데 우리는 감시당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 하수구에서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거죠.

사회 : ‘네트워커’를 매개로 해서 하수구에 같이 사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면 어떨지…(모두 웃음).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종회: 네트워커 발행인
김칠준: 다산인권센터 운영위원
신기섭: 한겨레신문 기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남휘섭: 정보공유연대
박윤정: 네임컴 위원
이원재: 문화연대 정책실장

200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