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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칼럼] 인터넷링크 : 링크하고 공유하라!

By 2002/02/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터넷링크 : 링크하고 공유하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 antiropy@www.jinbo.net)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언어는 HTML, 즉 Hyper Text Markup Language이다. 여기서 하이퍼 텍스트(Hyper Text)라는 개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즉, 홈페이지는 기존의 책, 음악, 영상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련의 흐름을 따라 가야하는 구조가 아니라, 문서의 중간에 어떤 내용과 연관된 다른 문서로 건너뛸 수 있고, 이러한 연쇄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구조이다.

이와 같이 문서를 연결시켜주는 것을 ‘링크’라고 하는데, 이 링크는 사실 인터넷의 ‘생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링크가 없는 인터넷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하나하나의 문서를 읽을 때마다, 서로 다른 책들을 서재에서 찾아보듯이, 새로운 주소를 주소입력창에 입력해야하는 수고를 해야할 것이고, 인터넷은 이러한 문서들의 단조로운 저장고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링크는 단지 문서 이동의 편리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링크는 새로운 ‘생산’이며, 이로 인해 인터넷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환경과 관련된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한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매일 뉴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나는 기자들을 모아 현장에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 각 일간지의 환경 관련 기사, 정부의 보도자료, 환경 단체들의 소식 등을 모아서 기사 내용별로 분류해서 제공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검색을 하고, 분류를 하여 링크를 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가 직접 기사를 쓰거나, 내용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작업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환경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정부기관 종사자, 환경운동가, 연구자, 일반 시민들 혹은 다른 기자들까지-에게 유용한 사이트가 될 것이다. 즉,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책을 쓰는 것과 같이 내가 모든 내용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자원이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며, 여기에 나의 지식과 나의 노동력을 덧붙여 또 하나의 유용한 자원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홈페이지 기획은 자료집 기획과 다르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의 생명력이고, 인터넷이 기하급수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시장화하려는 자본의 탐욕은 이러한 생명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2001년 12월 7일, 서울지방법원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7일 전자지도 개발업체인 지오스테크널러지가 ‘계약을 어기고 전자지도를 무단 링크시켜 저작권이 침해 됐다’며 넥스텔과 신세기통신(현 SK신세기통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에서 ‘피고측은 연대해서 3천9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물론 이 판결이 모든 링크가 저작권 위반이라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 의하면, 피고측은 프레임을 이용한 링크를 한 것으로 보이며, 프레임 링크가 저작권 분쟁을 일으킨 사례는 해외에서 이미 발생한 바 있다. 예컨대,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와 토털 뉴스(Total News) 사이의 분쟁이 있다. 토털 뉴스사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뉴스 사이트를 프레임 링크시켜 서비스하자, 워싱턴 포스트사가 토털 뉴스를 상대로 부실표시, 부정경쟁,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1997년에 미국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이 건은 당사자간의 화해로 종결되었는데, 이들은 ‘원고의 정보에 대한 링크 자체는 인정하지만, 원고의 뉴스가 현시되는 과정에서 피고의 화면(텍스트, 도형, 음성, 영상 등)이 나타나도록 하는 프레임 기법의 사용은 금지하며, 또한 원고의 상표나 로고 등의 이미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하였다. 즉, 이 합의는 텍스트만의 단순 링크만을 허용한 것이다. (‘링크하고 공유하라-인터넷에서의 저작권 침해 논쟁’, 김인수, [디지털은 자유다](이후))

이러한 분쟁의 바탕에는 당연히 경제적 이해관계가 개입하며, 특히 프레임 링크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너 광고는 디지털 컨텐츠 제공 기업(A라고 하자)의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이며, 배너에 대한 클릭수는 광고 효과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만일 다른 사이트(B)에서 A 사이트를 링크한다면, 이 사이트로의 접속은 증가할 것이고, B 사이트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B 사이트가 프레임을 이용하여, A 사이트의 광고가 실리지 않은 하위 페이지를 링크한다면 어떻게 될까? B 사이트는 A 사이트의 컨텐츠를 간단히 이용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광고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A 사이트의 경우는 서버 부하만 증가할 것이다. 이것이 A 사이트가 B에 대해 분쟁을 제기하는 이유이다. 언뜻 보면 A 사이트의 문제제기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저작권 위반 문제로 볼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선 다음과 같은 것을 따져보자. B 사이트가 A 사이트의 저작물을 복사 혹은 전송했는가? 즉, A 사이트 저작권의 복제권 혹은 전송권을 위반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컨텐츠는 A 사이트에서 이용자의 컴퓨터로 전송되었을 뿐이며, B 사이트는 위치만 표시했을 뿐이다. (겉보기로는 이용자가 B 사이트에서 전송받는 것처럼 착각을 하더라도) 물론 B 사이트는 A 사이트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인 손해 여부가 저작권 위반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부정 경쟁을 방지하는 법안에 의해 제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저작물 생산자에게 독점 배타적 권한을 주는 것인데, 위의 경우에 저작권을 적용한다면, 훨씬 광범하게 인터넷의 이용을 제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비영리적 동호회에서 인터넷 관련 자료를 링크하여 회원들에게 제공, 공유할 수 있다. 이때 링크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똑같은 논리로, 즉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는 근거로 동호회 활동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어차피 경제적 피해의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을 이미 우리는 소리바다의 사례로부터 본 바 있다. 즉, 저작권을 근거로 위와 같이 자연스러운 인터넷 이용행위마저 규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 판결이 모든 링크를 금지한다거나, 혹은 모든 프레임 링크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은 세부적인 여러 고려사항들을 참조하여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인터넷 링크에도 저작권 침해 판결이 나왔다’라는 것이고, 전반적으로 저작권자의 이익, 더 정확하게는 정보문화기업의 이익의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할 때, 위의 판결이 전반적인 인터넷 이용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음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200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