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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칼럼] 이데올로기를 넘어 실체로서의 정보통신혁명으로

By 2002/01/1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이데올로기를 넘어 실체로서의 정보통신혁명으로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소장 | haje@jinobo.net)

날이 바뀌면 터져나오는 무슨무슨 게이트는, 어김없이 그 잘 나가던 정보통신 벤처와 관련이 있다. 어설픈 기술 또는 페이지 하나 개발 또는 개설해서, 정부관리, 언론 쪽에 자기 주식 – 그것도 표시 안 나게 해외전환사채로 줘서 부풀린 다음, 눈먼 돈 끌어들이는 수법은 하나같이 똑같다. 이런 껀 수가 지금까지 터진 것말고도 얼마든지 더 있다고 하는 소문은 지금 한나라당 인품들 목에 힘준 형상을 보면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이 모두 정보통신혁명 이데올로기의 애드벌룬을 높이 띄운 채 ‘신흥공업국을 신흥시장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되는 금융자본주의로의 재편, 그리고 일부 노동자를 끼워 넣어 노동자 분할통제의 기제로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증권시장 부양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최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통신비밀보호법,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과 같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법들이 나열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국회를 통과하여, 국가가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단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그리고 건강보험증에 IC칩을 넣어보겠다든지, 저항이 어려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 하여, 이미 좌절당한 전자주민카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개정전에는 불법이었던 스팸메일을 ‘광고’라는 문구만 붙이면 합법화되는 법안(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통과시키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생산, 수집, 가공, 배포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 인터넷의 기능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수집한 개인정보를 인수합병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팔아 넘길 수 있는 법안(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통과시키고 국영기업 한국통신이 초중고등학교에 전용선 깔아주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캐가면서, 이제 간이 부을만큼 부어 아예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마저 팔아먹겠다는 발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진료정보와 심사정보를 민간보험회사와 공유하겠다는 것이 그 예이다. 바야흐로 특허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인터넷을 자본이 통제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종주국 미국에서 이미 그 한계가 드러난 신경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 이 정권은, 반도체경기 하나로 증권시장을 춤추게 하고 정보통신으로 국가경제를 되살리고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 이면, 국부의 선진제국주의로의 이전과 인터넷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통제를 감수하는 것은 순전히 대다수 국민의 몫으로 남겨둔 채로. 이즈음에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연자원 그리고 강력한 노동조합과 이에 기반한 민중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선진자본주의를 꿈꾸던 아르헨티나가, 미국을 배후에 둔 군부독재와 IMF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30년 만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앞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겠다고 하는 가히 혁명적 발상을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체로서 정보통신혁명이 다가올 때 의미있는 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200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