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터넷 국가 검열을 끝장내고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
– 60일 릴레이 철야 단식 농성을 마치며 –
인터넷내용등급제 반대와 정보통신부 장관 퇴진을 주장하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함께 참가한 60일간의 릴레이 철야 단식농성이 12월 20일로서 마무리되었다.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이들이 끝까지 명동성당 농성장을 지켜냈던 이유는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 11월 1일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전자적 등급 표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상업 사이트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정부의 처음 설명과는 달리,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최초의 게이 커뮤니티 [엑스죤]에게 들이닥쳤다. 엑스죤은 동성애 홈페이지라는 이유만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배포하는 차단소프트웨어(youth.rat)가 인식할 수 있는 전자적 부호를 표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경고를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단식농성에 참여한 60여명의 활동가와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이것은 청소년보호가 아니라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무엇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인가’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오랜 싸움 끝에 영상물등급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방송위원회 등 다른 매체의 규제위원회가 상당히 민주화된 것과는 정반대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자기 권한을 제맘대로 확장해 왔다. 차단목록 10만8천건과 퇴폐 2등급을 자의적으로 지정하고 배포하다가 문제가 생기자 "아님 말고"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왔으며 자퇴청소년들의 자생적인 커뮤니티인 [아이노스쿨]을 다른 청소년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폐쇄시키면서 자신들이 청소년 보호를 하고 있다고 억지를 써 왔다. 무엇보다 모든 위원을 장관이 위촉하고 위원장을 장관이 승인하며 모든 업무를 장관에게 보고하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민간 자율 위원회’라고 우기는 것이야 말로 희대의 코미디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을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해 서비스가 폐쇄될 수 있는데 감히 누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민간 자율적인 권고’를 거역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차단목록 10만8천건, 불온통신의 폐쇄에 이어 인터넷내용등급제라는 또다른 검열 수단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정부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차단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인터넷을 검열하는 ‘신종 검열’이자 ‘기술 검열’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러한 지적을 청취하기는 커녕 아직까지도 "사회단체가 자율적인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http://www.safenet.ne.kr)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는 흰소리만 해대고 있다. 이들의 거짓말에 이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함마저 느낀다. 사실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다.
다시한번 분명히 밝히건대 지금까지 우리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농성을 했던 이유는 시행도 되고 있지 않은 소위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에 대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 해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반대한다는 국회의 입법취지와 본법의 위임범위도 무시한채 정부가 시행령을 제멋대로 손보아 기술적인 등급제, 즉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행동에 돌입했던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일방적인 판단과 기술적 차단에 의해 강제되는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청소년보호가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검열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인터넷에서 국민의 정보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실 정보사회의 국가보안법인 것이다. 우리는 이번 농성에 줄이은 참가로 이런 사실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60일간 계속되었던 농성을 오늘로서 접는다. 우리는 앞으로 등급 거부 운동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한다. 또한 국내 주요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보다 확대된 연대틀을 구성하여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가 반드시 폐지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해체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
2001년 12월 20일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정보통신모임 I’m,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 정보통신부 장관 퇴진! 60일 릴레이 철야 단식 농성 참가자>
경수, 고승우, 구본승, 권병안, 김경미, 김낙준, 김병수, 김승만, 김실, 김인규, 김현철, 김혜련, 나재민, 레이, 리버, 머슴, 문성준, 문은영, 박철민, 박한근, 보릿자루, 붕어, 서동진, 서민갑, 서임선아, 송권봉, 송성훈, 송용환, 신재영, 썩은비, 안나래, 안성배, 양명철, 여준성, 오병일, 오상훈, 요한, 이광열, 이나라, 이상현, 이성우, 이영수, 이용근, 이은희, 이종회, 이창수, 이창은, 이창조, 임현석, 장여경, 정승연, 정은희, 정현정, 조성용, 조형진, 조화심, 지경, 최유리, 추은주, 칸, 하강석, 한채윤, 홍준호, 홍창욱, 황정일 (이상 65명, 가나다순)
200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