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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의견]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에 대한 시민단체 의견서

By 2001/11/2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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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의안번호 제1166호)에 대한 시민단체 의견서

새천년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이하, ‘법안’이라 함)에 대해 下記의 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아 래

1. ‘법안’의 전체적인 구성과 문제점

지난 11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오는 12월 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인 ‘저작권법개정법률안’과 지난 11월 17일 이미경 의원의 대표발의로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1167호)’와 ‘법안’의 중복 문제 등이 존재하지만, 본 의견서에서는 그 내용을 생략한다.

‘법안’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장(온라인 콘텐츠 산업 발전 추진 체계)과 제3장(온라인 콘텐츠 산업의 기반 조성)은 온라인 콘텐츠 산업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하여 국무총리실 산하에 위원회를 설치하고(제5조), 창업 촉진, 기술 개발, 식별체제, 유통촉진, 국제협력 등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기반조성 및 지원근거를 규정하고(제7조 – 제12조) 온라인 콘텐츠 사업자의 재정 지원 등을 위한 전담기관 설치(제13조 – 제16조), 정보통신망 사업자와 온라인 콘텐츠 사업자의 협력 방안(제11조 – 제14조)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근거 규정(제18조 – 제20조)을 마련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의 생산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안’의 제4장(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보호)과 제5장(벌칙)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투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서, 온라인상의 정보의 유통과 이용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으므로, 본 ‘법안’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법안’의 제4장과 제5장 규정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살핀다.

2. 입법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

‘법안’에서 말하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1호 소정의 ‘정보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부호·음성·음향·이미지·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법안’ 소정의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그것의 저작물성이나 편집물성을 불문하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형태의 디지털 정보를 다 포괄하게 되므로, 온라인상의 정보접근권에 근본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든 형태의 디지털 정보에 대해 그것을 제작한 자에게 지적재산권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선진외국에서 그 입법례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투자’의 보호를 명분으로 오히려 ‘창작’을 저해하거나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정보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2차적 제작을 제한하여 다양하고 양질의 정보를 이용할 시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법안’의 제정에 앞서서, 이 법이 사회적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형태의 법률을 왜 다른 나라에서는 입법화하지 않았는지 세밀한 비교 검토가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3. 배타적 권리 설정의 입법정책적 결함

‘법안’은 겉으로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한다는 행위규정 형태를 따르고 있지만,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지위를 양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제2조제6호), 위반행위의 중지나 예방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여(제22조제1항), 실질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準物權的 權利를 부여하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3조와 별도로 창작자(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는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근거 규정인데, 이것은 권리부여의 전제로 創作性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창작성을 묻지 않고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였다는 조건만으로 콘텐츠 제작자에게 物權에 준하는 권리를 창설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의 성립에 권리의 침해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보 그 자체에 대해서 저작권 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그러한 정보의 무단이용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민법 제750조 소정의 ‘不法行爲’에 따른 구제 수단과 그 구체적인 요건을 명료하게 규정하는 입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법상 불법행위는 침해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적으로 발생시키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債權的 權利의 발생을 그 직접적인 효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제22조제1항과 같이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위반행위의 중지나 예방 청구권을 인정할 것이냐의 여부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 또는 다른 제작자의 자유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데서 생기는 손실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의 그것에 의하여 얻게 되는 이익과의 비교 형량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4. 보호법익

‘법안’이 상정하고 있는 보호법익이 특정인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해서 창작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간의 무단복제 또는 무임승차를 방지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고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모든 투자’를 포괄할 것이 아니라 법이 조력할 가치가 있는 ‘실질적인 투자’로 특정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창작’을 장려하기 위한 특허법이나 저작권법과 그 보호법익을 현저히 달리하는 ‘법안’이라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에대한법률’에서 보호하는 標識가 ‘국내에 널리 알려질 것’을 요구한다는 점과 ‘영업비밀’의 구성 요건으로 ‘비밀유지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베이스 보호를 위한 EU 지침 제7조 제1항은 각 회원국에게 ‘그 내용의 수집·확인·표현에 있어서 질적·양적으로(qualitatively and/or quantitatively)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자에게 그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질적·양적으로 상당한 부분의 내용을 추출·재이용을 방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데이터베이스 보호법안인 H.R. 1858§101(1)(A)에서도 상당한 금전 기타의 자원 투입을 요구하고, H.R. 354§1402에서도 상당한 투자(investment of substantial monetary or other resources)의 요건을 정하고 있으며, 독일 정보통신서비스법(제7장 저작권법 개정부분)에서도 소재의 획득, 검증 또는 표현이 질적 또는 양적으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편집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입법례로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촉진 및 공정한 경쟁에 관한 시장의 요구와 일반 공중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라고 하는 헌법적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보호법익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5. 공정이용 영역의 확보와 공공 정보의 제한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 영역을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런데, ‘법안’에는 온라인에 적용되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디지털 콘텐츠의 자유이용 영역 또는 공정사용 범위에 대해 아무런 조항도 마련하고 있지 않는데, 저작권법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들이 좀 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법안’으로 포섭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敎育, 學問, 硏究, 批評, 報道, 裁判의 목적이나 도서관에서의 사용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複製하여 無償으로 配布·傳送하는 행위는 이 ‘법안’에 의한 권리행사에 적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표된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하여 일반공중에 배포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작자 등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 당해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소위 법정이용허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내용에 공공성이 강한 것과,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주최가 되어 제작한 정보를 공공정보 또는 공적정보로 정하여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상업적 콘텐츠와 차별적 보호를 하여야 한다.

6. 기술적 보호조치

‘법안’은 제21조제2항에서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없이 제1항의 금지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나 그로부터 허락을 받은 자가 디지털 콘텐츠에 부가한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장치 또는 그 주요 부품을 제공·수입·제조·양도·대여 또는 전송하거나 양도·대여를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금년 1월 16일 개정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30조제2항의 규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보호조치는 지적재산권의 디지털 의제로 많은 논의가 되고 있고, ‘저작권법개정법률안’에도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 등에서 이러한 기술적 보호조치 규정을 두는 것은 창작물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 따라서, ‘법안’이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기술 등의 제공 행위까지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법안’의 제21조제2항은 기술조치의 무력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이용을 해치는 기술조치를 금지하는 규정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자유이용 영역이나 공정사용을 금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콘텐츠 제작자 스스로 해제하도록 ‘법안’에서 강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더구나 ‘법안’에서는 "무력화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행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30조 제2항이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처음에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상당히"로 개정하였던 전례를 문제의식 없이 차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7. 후발 제작자와의 권리 조정 문제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에는 기왕에 존재하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경우에는 콘텐츠의 선후 제작자 사이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관계’를 인정하고 이들 사이의 강제이용허락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8. 기타

가. 부칙 2조

부칙 제2조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정하고 있는데,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독점금지법, 소비자보호법, 약관규제법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나. 신뢰당사자의 보호

‘법안’의 효력발생일 이전에 타인이 제작한 콘텐츠를 기초로 하여 제작된 콘텐츠가 상당히 존재할 것인데, ‘법안’ 시행 이전의 신뢰당사자를 보호하는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9. 결론 및 근본적인 문제 인식

우리는 디지털 환경이 약속과 위협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즉, 디지털 형태의 정보는 그것의 복제 비용이 영에 가깝고 원본과 복제본의 질적 차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생산자에게는 법률적 보호의 위협인 동시에 일반 공중에게는 자유로운 정보의 접근과 공유를 약속한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사적인 권리와 공익간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법은 도덕이나 기술보다 더 강력하게 행위를 규제한다. 특히, ‘법안’은 사이버스페이스의 모든 정보에 대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제도 그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정보·지식의 생산체제를 결정할 수 있다. 콘텐츠의 생산은 다양한 의제와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투자에 대한 결과 또한 동일하지 않다.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도 존재하지만 간접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거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콘텐츠를 공유로 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 ‘법안’이 지식의 생산방식을 영리적 목적의 상품 생산으로만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이것이 결국 한가지 모델의 생산방식을 강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보, 지식, 예술 등의 한 사회의 문화 자산은 결코 한가지 생산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생산과 소비 방식에 의해서 발전해 왔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문화 자산을 풍부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생산방식을 보장하고, 모든 국민이 정보기술의 혜택을 공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이 ‘법안’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2001.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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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