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인터넷내용등급제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
– 정보통신부 장관 고시 발표로 인터넷내용등급제 확정되다 –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방법’에 대한 정보통신부 장관
고시를 발표하였다. 이로써 일년여 이상 논란을 빚어 왔던 인터넷내용등급제
정책이 확정되었다.
이번 발표로 우리는 정부가 인터넷내용등급제에 관한 진실을 왜곡하면서 계속
국민을 호도해 왔으며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앞으로 국민의 인터넷 생활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사회단체들의 우려가
사실임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지난해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의 인터넷내용등급제 반대 여론을 수렴한
국회 상임위는 문제가 되었던 통신질서확립법(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조항들을 모두 삭제한 후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표시 의무만을 법 제42조로
남기고 이 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올 4월 정부는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내용선별소프트웨어’라는 말로 은근슬쩍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부활시키려는
꼼수를 부렸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격렬히 반대하자
정부는 다시 ‘전자적 부호표시’라는 애매한 용어로 이를 대체하면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고수하였다.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5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이 적용되는 이 시행령이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으며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표시의무만을 규정한 본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의견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가운데 마침내 올
7월부터 통신질서확립법이 발효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사상초유의 사이트 파업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9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이법
제41조상에서 별도로 규정한 ‘내용선별소프트웨어의개발및보급’의 규정에 따라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즉 정부는 이 법 제42조의
등급제는 청소년보호법상에 규정되어 있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 의무를
규정한 것일 뿐이며 이 법 제41조의 등급제는 ‘민간자율’적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다. 이 두가지의 등급제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모두
정부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시행하기 때문이다. 첫째, 이 법
제41조상의 ‘민간자율적인’ 등급제를 시행하는 기관도, 이 법 제42조상의
인터넷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정하는 기관도 모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너는 음란하다, 너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다"라고 지목을
하는 순간 누구도 예외없이 등급을 달아야 한다. 더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생각하는 ‘청소년 유해’의 인식과 기준은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 폐쇄,
아이노스쿨 홈페이지 폐쇄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논란을 거치면서 상당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둘째, 이 법 제41조상의 선별소프트웨어나 이 법 제42조상의 청소년유해매체
등급제나 모두 PICS라는 기술표준에 의해 운영되는데, 그 기준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정한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청소년유해매체 등급이 그
‘차단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가 아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즉 인터넷에
접속할때 이 법 제42조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법 제41조상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소프트웨어 혹은 그 기준을 따르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9월 24일부터 발효한
‘음반, 비디오물및게임물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전국 모든 PC방에는 음란물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며 이미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도서관, 학교 등의
공공장소도 청소년들이 청소년유해매체 사이트에 접근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택은 단 하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소프트웨어(혹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발표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소프트웨어로는 등급을 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접속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PC방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나의, 혹은 우리 단체의 홈페이지가
차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등급을 달아야만 한다.
국민의 주요 인터넷접속점에는 모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등급제와 그 짝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사실상’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민간자율적인’ 방식의 등급제가 될 수 있는가?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물론 지금처럼 공공 영역의 기능이
줄어드는 때일수록 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부의 책임은
더욱더 막중하다. 그리고 인터넷에 불법한 컨텐츠가 있다면 현행법에 의해
처벌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결코 정부가 지금과 같이 ‘불온’ 혹은
‘청소년유해’라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인터넷의 내용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제는 국가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인터넷의
내용을 제입맛대로 걸러내고 PC방, 학교, 도서관에서 국민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열일 뿐이다.
우리는 이에 우리의 인터넷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결사투쟁을 선언한다. 또한
우리는 여러 네티즌, 시민, 노동자, 단체들이 등급을 거부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차단소프트웨어 설치를 거부하는 운동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
1. 어떠한 명분으로도 검열은 용납될 수 없다, 인터넷내용등급제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
1. 결국에 드러난 실체, 통신질서확립법을 즉각 폐지하라!
1. 위헌적 조직과 위헌적 활동,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폐지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을 즉각 개정하라!
2001년 10월 15일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정보통신모임 I’m,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200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