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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칼럼] 온라인 시위 지키기, 민주주의 지키기

By 2001/06/1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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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위 지키기, 민주주의 지키기
– 문성준 (민주노동당 정보통신부장 / moon@songjoon.pe.kr)

어느새 우리는 ‘온라인 시위’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유행이다 싶을 정도로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난 온라인 시위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적어도 하나는 위기에 처한 ‘온라인 시위’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시위’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시위는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뒤집고자 하는 행위다. 사회적 약자는 시위를 통해 권력을 움직이려 한다. 시위가 당연한 권리이며 정당성을 갖는 것은, 삶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횡포를 바로잡는, 불평들을 뒤집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위 중 하나인 온라인 시위가 위기에 처해 있다.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제48조③항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12조3호는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의 조항은 ‘온라인 시위를 금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라는 입법 취지를 상임위 속기록에 남기고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온라인 시위를 겨냥한 조항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시위 방법 중 하나인 ‘서비스 거부공격’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항의 글 올리기’는 시위 대상 사이트와 서버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성공적인 온라인 시위일수록 위의 두 법은 ‘불법’이라는 칼을 들이댈 것이며, 성공적이지 못하더라도 미수범까지 처벌하는 조항으로 시위를 조직한 단체나 개인을 처벌할 것이다. 이제 7월이면 온라인 시위가 현실 공간에서의 시위만큼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정보통신망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낙인찍히게 된다.
더욱이 온라인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법조항만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각 부처 사이트들은 자유게시판 등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폐쇄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이트에 정치적인 의견을 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줄어들고 페쇄적이고 파편화된 사이트나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인터넷이 주는 진정한 축복은 서로 주장하고 토론하는 데에 용이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데에 있다. 인터넷의 민주주의에 기여할 가능성을 박탈하면 현재의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온라인 시위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벤트에 머무르지 말고 온라인 시위의 정당성도 함께 외쳐야 한다. 온라인 시위는 범죄행위가 아니라 권리임을 각인시키고,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위를 처벌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안하게 고개를 숙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2001년 인터넷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사태는 참으로 가지가지다. 온라인 시위 금지, 인터넷 내용 등급제, 공공 장소 선별소프트웨서 설치, 개인정보를 매매하는 정부, 자살-폭탄-병역거부사이트 시리즈 단속, 상업망들의 사이트 임의 차단 및 폐쇄, 지적재산권의 강화, 회사 내 감시 소프트웨어 도입 등등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분야가 이렇게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우리가 과연 인터넷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며 필자가 소리 높여 제안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모두 폐쇄하고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자들에게 달려가 온라인 시위를 하는 ‘사이트 총파업’을 벌이자.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는 자들은 오직 우리들뿐이며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날 한시의 ‘사이트 총파업’과 강력한 시위로 위기를 돌파하자. 연대!

200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