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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버넌스/칼럼] 인터넷주소자원관리조직(ICANN)은 진정 민주적인가?

By 2001/06/1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터넷주소자원관리조직(ICANN)은 진정 민주적인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 antiropy@www.jinbo.net)

ICANN은 누구에게나 참여가 열려있고, 아래로부터의 의견수렴을 통한(Bottom-up process)합의(Consensus)를 운영원리로 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ICANN 운영과정을 보면, 과연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운영되는지, 진정으로 민주적인 조직인지 의심하게 된다.
첫째, 제1세계, 상업적 이해관계의 지배. 인터넷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확산되었다는 역사적 맥락이 있겠지만, 현재 ICANN에 참여하는, 그리고 발언력을 갖고 있는 대다수는 제1세계, 상업적 세력이다. ICANN의 도메인정책지원조직(DNSO)의 7개의 위원회를 보아도, 5개가 상업적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으며, 비영리는 국가도메인위원회(ccTLD)와 비영리기관위원회(NCC : Non-Commercial Constituency) 뿐이다. 따라서, 제3세계, 비영리 조직의 이해관계를 ‘의식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이해관계는 정책 결정에 반영되기 힘들다.
둘째, 중요한 결정사항에 있어서, 상향식 의견수렴구조(Bottom-up process)의 무시. ICANN의 최종 결정은 이사회(Board)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하부단위인 DNSO에서 도메인과 관련된 정책을 논의하여 이사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NCC는 DNSO가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중요한 결정 사항이 이사회에 의해서 독단적으로 결정되거나, 혹은 DNSO를 거치지 않고, ICANN 사무국에서 결정되어 이사회에 상정된다면, 도메인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는 하위 단위로서의 DNSO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작년 말에 결정되었던 7개의 최상위도메인(gTLD)도 DNSO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무국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이번 멜버른(Melbourn) 회의(2001.3.9 – 3.13)에서 이슈가 되었던 베리사인(Verisign : .com/.org/.net을 관리하는 업체임)과의 재계약 문제도 DNSO가 아니라 사무국과 협상을 거쳐 이사회에 상정되었으며, 이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받았다. 결국 ICANN 자신이 운영원리로 내걸고 있는 ‘상향식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에의 종속. ICANN 이사회가 결정했다고 해서, 새로운 7개의 신규최상위도메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태초에 ICANN은 미 상무성과의 계약에 의해 탄생되었으며, ICANN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법하의 비영리기업이다. ICANN 사무국이 미국인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어찌 공정한 업무수행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아직도 인터넷의 질서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미 상무성이 가지고 있으며, 이런 권위는 루트 서버(Root Server : 도메인네임 시스템의 최상위에 있는 서버. 만일 루트 서버에서 .kr이 사라진다면, .kr 도메인을 이용한 소통은 사이버 공간으로부터 사라진다.)로부터 나온다. 미 상무성은 아직 ICANN에 루트 서버에 대한 관리권한을 이전하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 이르면, 민주주의란 한낱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과 마음에 안드는 것을 하지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니까.), 인터넷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궁극적 대안은 무엇인지 막막한 것은 사실이다. 제3세계, 비영리조직에서 끊임없이 ICANN을 비판하고, 참여해야한다고 생각할 뿐.

200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