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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버넌스/칼럼] .KR의 At-Large Member들의 조직화 방안

By 2001/06/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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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의 At-Large Member들의 조직화 방안

전응휘 (평화마을 Peacnet 사무처장)

I. 인터넷 가버넌스와 인터넷 공동체

지난달 말까지 .KR ccTLD 차원에서 ICANN의 At-Large Membership (이하 일반회원으로 통칭) 가입을 독려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총 6,439명이 가입하였다. 이들 회원들은 일차적으로 ICANN의 일반선출이사 선거일정에 따라 선거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그 모든 과정은 우선적으로 ICANN사무국이 회원들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ICANN의 일반회원 가입이 이러한 의미만 지니고 있다면 사실 주소위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다 더 근원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해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정작 우리보다도 ICANN 차원에서도 모집된 일반회원은 한마디로 골치아픈 숙제라 할 수 있다. ICANN이 일반회원을 모집해야 했던 이유는 현재 ICANN이 다루고 있는 인터넷 가버넌스에 관련된 문제들이 – 물론 대부분 대단히 제한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 궁극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적인 조정(technical coordination)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DNSO, ASO, PSO와는 다른 차원에서 인터넷 일반이용자들의 대표성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처음부터 한가지 중요한 모순이 있었는데 그것은 ICANN이 다루고 있는 핵심과제들의 의미를 일반이용자들이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하는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회원들은 사실은 정확히 이 선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ICANN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것을 자신이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정확히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희안한 상황이 생겨나게 되었다. 더구나 이 문제는 어떻게든 10월초까지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ICANN의 대단히 빡빡한 일정때문에 더욱 심화되었다. 그런 이유때문에 처음부터 이 선거가 작위적인 선출(capture)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었고 이 점은 이미 어느정도 현실적 가능성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10월초에 이루어지는 선거결과를 놓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반회원 선거 전반에 대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자는 결정이 이루어진 배경도 사실은 이번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 아무도 명확한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ANN의 일반회원선거는 여러가지 점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의미내용들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ICANN이라는 인터넷 가버넌스의 자율구조(Self-Governance)가 자신의 정당성과 권위의 근거를 인터넷 일반이용자들로 구성되는 인터넷 공동체(Internet Community)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를 이용자들의 상향식(Bottom-up) 직접참여모델로 구체화했다고 하는 사실에 있다. 바로 이 점은 .KR ccTLD영역에서 인터넷 가버넌스에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NNC/NC/PAC, KRNIC이 국내 인터넷공동체(Local Internet Community)와의 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느냐 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암시를 던져줄 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KR의 일반회원 조직화방안을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II.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의 목적과 사명

그러나 인터넷공동체의 참여방안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사실은 지역단위 인터넷 가버넌스의 핵심과제가 무엇인지를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KR ccTLD의 기본적인 과제는 국내 인터넷공동체와 세계 인터넷공동체(Global Internet Community)에 대한 과제 두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국내 인터넷공동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도메인의 생성, 한글도메인, 등록, 시스템 관리, 분쟁처리, 관련정책수립, IP할당, 주소관련 기술적 표준설정, 유지, 재정 등의 과제들이 있으며 세계 인터넷 공동체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ICANN차원에서 제기되는 인터넷 가버넌스의 이슈들 – 신규도메인생성, 일반선출이사선거, 도메인분쟁해결정책, 다국어도메인, IPv6에 대한 정책결정, 아시아차원에서의 인터넷 가버넌스에 대한 논의및 정책공유(APTLD) 등과 같은 과제가 있다.

원래 ccTLD의 경우에는 이같은 인터넷 가버넌스에 관련된 과제외에도 인터넷의 확대/보급 또한 중요한 과제였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이러한 과제는 이미 시민사회 혹은 시장이 스스로 해결해 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우선순위 과제가 될 수는 없으리라 본다. 오히려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터넷 가버넌스 관련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인터넷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훨씬 더 우선순위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이러한 과제들은 대부분의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는 사실 큰 관심거리가 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기술적인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 IPv6를 시급히 도입하고 IP영역을 단위로 하여 성인정보 제공영역을 분리하고 IP차원에서 필터링을 하자는 주장같은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기술적 영역으로 한정된 인터넷 가버넌스의 과제들이 나중에는 인터넷의 내용규제에 관련된 문제들에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장기적으로는 예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까지는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에 관련된 문제들도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문제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기구나 정체에 대하여 참여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 기구나 정체의 궁극적 사명이나 목적에 공감하고 자신이 그것에 참여해야할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았을 때 현재 국내 인터넷 공동체의 가장 주요한 구성원인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이 직접적으로 납득하고 수긍하고 소화할 수 있는 지표가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인터넷 공동체의 참여를 위한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는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의 과제들을 보다 명확히 하고 그러한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원리 혹은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례로 ICANN의 경우를 보면 미상무성의 백서와 그것에 근거한 ICANN과의 양해각서가 그런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 역시 상당한 기간동안의 연구와 민주적 의견수렴의 과정을 철저하게 거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 꼭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소한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를 위한 일종의 정책협의회 혹은 목적과 사업에 대한 총괄적인 협의회 같은 것을 정례적으로, 최소한 1년에 한번 정도라도 가지면서 사회 각부문에서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부여하고, 실질적으로도 보다 심층적인 정책토론을 해 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NNC나 NC를 보면 대부분 현안처리에 바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리고 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대하고 세계 인터넷공동체에 대해서도 어떠한 전략을 갖고 무엇을 목표로 어떤 접근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하여 심층토의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터넷공동체의 참여를 위한 제안

국내 인터넷 공동체의 참여를 촉진하고 이를 조직화 하기 위해서는 현재 당장 시급한 두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이미 ICANN 회원으로 가입한 6,439명에 대한 후속관리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회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조직해 나갈 주체를 형성하는 일이다. 후자의 경우는 이미 한국인터넷포럼(Korea Internet Forum)으로 잠정적으로 정의하였으나 그 내용은 사실 모두 새롭게 설정되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ICANN 회원관리는 다시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한가지는 ICANN의 선거 혹은 좀더 범위를 확대한다면 ICANN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넷 가버넌스 이슈들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소개하고 안내하는 정보서비스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메일링리스트와 웹사이트(http://www.internetforum.or.kr) 를 이용하되 가능하다면 선거때까지 최소한 1회 인쇄물을 배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는 달리 ICANN 회원가입 캠페인을 통해서 확보한 회원들을 오프라인 모임으로 초대하여 그중 다만 몇십명 내외의 사람들이라도 이들을 한국인터넷포럼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포럼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현재 NC/NNC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민간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고 이제까지 ICANN 회원가입 독려나 웹사이트 운영에 참여해온 서울대 언론대학원팀에서 일부, ICANN 가입회원중에서 오프라인 모임에서 일부, 요코하마 회의 참석 민간단체 참가자들 중에서 일부, 관련 전문인사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민간그룹/전문인사/관련기업의 주축인사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단위별로 서브그룹을 운영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좀더 검토해야 할 문제지만 만약 한국인터넷포럼이 인터넷 일반 개인회원들의 집단을 조직하는 과제를 갖는다고 보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유인이 과연 무엇이 있을지가 불명확하고 원칙적으로 개인단위로 이루어지는 그룹을 기업이라는 집단을 단위로 참여하게 한다는 것도
어딘가 원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인터넷포럼을 조직단위로 참여하게 할 지 개인단위로 참여하게 할 지조차 논의가 없었으나 인터넷 공동체/인터넷 이용자의 대표성을 생각한다면 조직을 통한 간접적 참여보다는 개인의 직접참여가 원리적으로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개인이 조직의 연결고리(Liaison) 역할을 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차적으로 내년도 상반기까지 온라인으로는 몇천명 오프라인에서 적게는 2백여명 많게는 5백여명의 직접적인 참여 회원들을 구성하여 이들이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에 관련된 여러가지 과제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을 한시적인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멤버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접근방법으로 도메인동호회처럼 인터넷 가버넌스 관련주제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인터넷상의 각종 동호회들과의 연결을 맺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고 이번에 KRNIC이 ICANN 회원가입 독려를 할 때 했던 것처럼 국내 인터넷 도메인 등록자들에 대한 부가서비스 형식의 정보제공이나 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에의 초대와 같은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 경우에는 참여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한하여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아마도 한국인터넷포럼을 매개로한 국내 인터넷 일반회원의 조직화는 그 전체과정이 대부분 인터넷 가버넌스 문제에 대한 교육적 활동이 주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교육자료개발이 시급하며 다양한 형태의 교육적 프로그램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중적인 조직과정과 병행하여 국내외 인터넷 가버넌스 문제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국내 전문인사를 폭넓게 개발하고 조직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NNC/NC/PAC, KRNIC과 한국인터넷포럼과의 관계나 위상설정의 문제는 정태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내 인터넷공동체의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 문제에의 참여가 하나의 합의로서 확인되고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임시기간을 설정하여 국내 인터넷공동체의 참여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기간으로 삼으면 될 것이고, 내년 하반기에 가서 잠정평가를 통해 향후 방향과 위상설정을 다시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임시기간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문제 역시 논의되어야 할 과제이다.

200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