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자건강보험증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기관의 부당·허위청구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당·허위 청구를 근절할
목적으로 건강보험증에 IC카드를 삽입하고 신용카드와 연계된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다는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과 TV토론회, 심지어 대학강연을
통해서 마치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하면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를 근절시킬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해 왔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내부의 연구보고서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5월 21일과
23일에는 김원길 장관이 직접 참석한 자리에 5개 기업 컨소시엄과 사업설명회까지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연구용역 보고서조차 작성되지 않고 최소한의 국민여론조차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전자건강보험증 사업에 대해서 심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정보유출의 위험과 의료보험 부당·허위청구
근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자건강보험증에 삽입되는 IC칩에는 국민의
개인정보와 신체의 특이사항들이 기록된다고 한다. 비록 IC카드라고 할지라도
해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정보들은 만에 하나라도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신용카드기능까지 첨가할
계획이어서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대금결제를 위해서는 신용카드 회사에 진료 및 제약내역이 전송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가 개인의 병력사항과 투약내역을 볼 수가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전자건강보험증은 IC칩 사용과 신용카드 겸용은
물론 본인확인을 위해 전자지문감식을 계획하는 등 사실상 그 기능이 과거
전자주민카드보다도 더 강력한 주민통제기능을 갖고 될 것이라는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의 바램대로 전자건강보험증제도가 의료기관의 부당·허위청구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인가 하는 점도 짚어 볼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현재
관행상 진료비 청구가 의료기관의 자체심사를 거쳐 진료시점보다 빨라야 2, 3일
후에나 청구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당·허위 청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전자건강보험증이 시행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관행이 유지된다면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IC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내역을
전송하고 곧바로 보험청구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부당·허위청구를
막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진료 내역서를 작성하고 입력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부당·허위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며, 병원과 약국의 담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부당·허위청구에도 전자건강보험증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건강보험증제도는 의료기관의 부당·허위청구의 기법만 고도화시켜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행위를 정당화시켜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자건강보험증제도는 국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비부담을 증가시키고 국민불편을 가중시키는 제도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전자건강보험증제도의 시행에 전액 민자유치로 사업을 진행하여
정부예산은 한푼도 들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윤에 밝은 기업들이
자선사업 하듯이 이 사업에 참여할 리도 만무한 일이다. 시행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5개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등 이 사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 이유는 전자건강보험증의 카드 발급 및 재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연회비 등 제 비용이 들고 언론분석에 따르면
연간 최소 1조5천억에서 2조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비용들은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사실상 의료비를 인상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또한, 전자건강보험증 분실이나 미지참의 경우 의료기관 이용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산망 사용량 폭주에 따라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경우에도 국민이 적정하고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받는 데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이처럼 전자건강보험증제도는 국민들에게 실제 아무런 편익도 제공하지 못하는
반면 카드업계에는 대규모 특혜를 제공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졸속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는 전자건강보험증제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전자건강보험증제도는 의료기관의 부당·허위청구 근절에도
아무런 실효가 없고 오히려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만을 가중시켜 놓는 그런 제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이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고 실효성 있는
의료보험재정안정화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정부가 우리의 이러한
충고를 무시하고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강행하고자 한다면 전자주민카드와 같은
국민적인 저항과 반발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정부는 과거
전자주민카드제도가 국민의 대규모적 저항에 따라 그 시행이 좌절되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01년 5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의료연합,
보건복지민중연대(준),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정보연대PIN,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빈민연합, 전국교수노동조합(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제주인권지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청년진보당,
정보통신연대INP
200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