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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거버넌스/칼럼] 인터넷 세상의 시민권을 갖자!

By 2001/04/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터넷 세상의 시민권을 갖자!

전응휘 (평화마을)

사이버 공간은 아직 미지의 땅이다. 15세기에 유럽인들은 이미 본토에서 오래 전부터 살고있던 원주민들을 굴복시키면서 소위 아메리카 "신대륙"의 개척사를 시작하였고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골드러쉬와 식민주의, 신식민주의로 모습을 바꾸어 가면서 정복 역사의 맥을 이어왔다. 허나 그러한 역사조차도 신이 창조한 유한한 지구라는, 물리적으로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한계를 벗어나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의 순수한 창조물인 사이버공간은 과연 독점과 탐욕, 정복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1992년 미의회가 국립과학재단(NSF)측이 운영하던 NSFNET을 상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면서 시작된 사이버 공간의 상업화는 멀티미디어 통신을 가능케 한 월드와이드웹기술에 힘입어 오늘날 인터넷 빅뱅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영토팽창 역사의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 이 상업화의 과정은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았든 처음부터 철저한 독점 의 구조속에서 진행되었다.

TCP/IP 프로토콜의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 제한된 수의 IP주소(세계적으로 약 41억개 정도)는 미국의 대학 하나의 보유분이 특정 개발도상국 한 나라의 보유분을 능가할 정도로 독식되었다. 적어도 작년까지 일반 국제도메인(gTLD – generic Top Level Domain, .com, .org, .net 등)의 등록처는 미국의 네트워크 솔류션사(NSI) 1개 회사가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도메인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도 분쟁의 해결을 위해 최종적으로 이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데이타베이스의 내용을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법정에서의 심판이 사실상 분쟁의 최종해결수단이 되어 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오늘날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도메인네임의 최고위치에 있는 루트 데이타베이스인 A 루트서버를 비롯하여 그 복사본을 유지하는 여타 11개의 루트네임서버 중에서 6개가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쪽에 있는 루트서버들의 기능이 중단되면 전세계 인터넷망도 하루아침에 정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거의 혼자 독식하고 독점하는 사이버세계에서 지금도 미국에 있는 거대기업들은 등록상표를 무기삼아 인터넷세상의 영토나 마찬가지인 도메인에 대한 독점권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이 글로벌화한 만큼 네트워크의 가장 중핵을 이루는 이같은 도메인/주소 관리체계 역시 미국 중심의 독점적 관리, 정책 결정구조로부터 보다 민주적이고 범세계적인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이니셔티브까지도 지금은 미국정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 도메인네임과 주소를 할당하는 인터넷기관)이다. 총 19명으로 구성될 이 새로운 구조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이사중 9명의 이사는 네티즌들의 직접투표로 선출한다. 직선제 또한 간선제를 주장하는 기득권자들과 수차례 논전을 벌이면서 비영리기구들의 정치적 노력을 통해 획득되었다. 나머지 10명은 인터넷 서비스업체, 영리기구, 비영리기구 등 관련 이해당사자중에서 선출된 9명과 기구의 대표(CEO)로 구성되며 이미 대표를 제외한 9명은 선출이 끝난 상태다.

사이버공간의 미래를 결정할 인터넷 정치(Internet Governance – 기술적이고 제한적인 의미에서 이긴 하지만 정치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에는 16세 이상이기만 하면 인터넷 사용자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유권자(At Large Membership)의 등록기한은 금년 7월말까지이며 ICANN사이트 (http://members.icann.org/join_now.htm)에서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유권자는 10월말 이전에 일차로 5명의 이사(각 대륙별로 1명)선출을 위한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실질적인 인터넷 세상의 시민권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인터넷세상의 공용어는 영어다. 현실세계가 그러하듯이 사이버공간에서도 정의는 정치를 통해 구현된다. 정치적 무관심의 결과가 기득권자들의 통쾌한 승리로 귀결될 것은 사이버공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관련 사이트
ICANN 공식사이트 http://www.icann.org

200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