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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칼럼] 의사소통과 공동체

By 2001/04/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의사소통과 공동체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

네트워크가 가져다 준 한가지 획기적인 변화는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 다. 정보사회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피부로 체감하는 것은 "그건 전화 로 이야기하지 말고 메일로 보내"라는 말을 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때다.
실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바로 의사소통수단의 발달이었다. 웹기술이 선보일 때만 해도 문자 위주의 통신이 멀티미디어 형식의 통 신으로 발전해 가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기 존 아날로그 전화통신 방식을 대체하고 온갖 형태의 전통적, 현대적 의사소통수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소위 통합메시지서비스(Unified Messaging Service)로까지 나아가리라고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소통 수단이 발달하는 만큼 우리의 의사소통 현실은 발전 하고 있는 것일까? 권위주의적 통치와 언론탄압이 팽배하던 시절에 언 론민주화운동은 곧 사회 전반의 민주화운동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 적인 언론의 자유가 거의 실현된 지금, 엄청난 숫자로 늘어난 언론매 체는 과연 얼마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일 까?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형태의 의사소통 (communication)들은 과연 얼마만큼 우리 공동체(community)를 살찌 우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일까?
떠도는 네티즌들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묶어두려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속에 둥지를 튼 허다한 가상 커뮤니티들은 과연 우리 사회 안에 가로막힌 말길(言路) 의 숨통을 틔우는 데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이러한 현 란한 형태의 의사소통수단들은 단지 사사로운 의사소통에만 매달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공동체를 망각케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 까?

네트워크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의 망이다. 의사소통의 궁극적 이상은 공동체의 평화이며 의사소통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완전한 일치의 상태(communion)일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상업화는 평화로운 공 동체에 대한 갈망에서 나오는 진정한 의사소통 욕구를 또다시 돈 몇푼 으로만 환산될 뿐인 소비적인 의사소통 욕구로 바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고속망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티로 연결하여 나스닥의 주가 폭락상황을 한눈에 굽어보거나 네트워크 게임으로 전세계 강자들과 프 로게임리그를 겨루는 다른 한편에서는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50년 이 상 편지 한통 못건네고 생사조차 모르는 천만 이산가족 의사단절의 현 실이 있다. 과연 전자통신 네트워크는 공동체의 평화를 낳는 진정한 의사소통의 망이 될 수 있을까?

200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