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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네트 사용자의 사회적 성격에 관한 연구/백욱인

By 2000/12/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네트 사용자의 사회적 성격에 관한 연구/백욱인
http://soback.kornet.nm.kr/~wipaik/index.html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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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네트 사용자의 분화와 계급적 성격

네트 사용자의 급격한 수적 증가와 이에 참여하는 다양한 계층의 자기 이해는 네트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최근 상호소통의 공동체에서 출발한 인터넷이 점차 시장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변화하고 있는 조짐들이 보인다. 인터넷의 상업적 도구화는 네트의 공동체적 성격을 퇴색시키면서 네트를 ‘개인화(privatization)’한다. 이러한 상업적 탈정치화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은폐되는 과정이며 자본의 지배가 자리잡는 과정이다. 이하에서는 초기 네티즌이 상업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분화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던 자유와 공동체의 꿈이 자본주의의 상업적 ‘탐욕’에 의해 사라져 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들은 개인의 인격적 완성에 대한 추구가 이익의 추구로 변질됨을 경계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여전히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존재이다. 인터넷은 상업적 도구인 동시에 여전히 다양한 주체의 표현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대립과 모순을 균형 있게 파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네트에서는 자유주의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초기 공동체주의자들과 시장을 신봉하는 정보자본가들, 그리고 네트의 상품화와 자본의 지배를 반대하는 좌파의 이해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네트에 대한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적, 비판적 평가로 갈라진다. 네티즌에 대한 초기의 이상주의적 관점도 점차 비판적인 조류에 합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트의 공동체적 성격에 주목한 허번은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네트워크 사용자들이 자신들만의 생각과 제도, 공동체적 지향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들을 네트의 시민(Net Citizen), 곧 네티즌이라 불렀다. 온라인 토론과 질문, 상대에 대한 논평, 그리고 조언이 오가는 유스넷(Usenet)의 특성에 주목한 허번은 이들의 공동체적 특성에 주목하여 네티즌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그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온라인 세상’의 문화는 어떻게 생겨났고 그 근원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실제로 유스넷(Usenet)과 메일링 리스트(mailing list)를 활용하여 조사를 전개하였다. 네트의 사람들은 기꺼이 서로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함께 협력하려 했다. 그는 ‘참여’와 그에 기반한 ‘공동체’라는 것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티즌’은 네트의 발전을 위해 활동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공동 작업의 가치를 이해하며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공동체적인 측면을 인정한다. 허번의 네티즌은 네트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허번의 네티즌은 공동체적 지향이 강한 개념이다. 공동체적 입장에서 볼 때 네트는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이다. 그래서 네트는 집합적이고 보편적일 때만 가치가 있다. 네티즌의 자발적 노력만이 네트의 지적이고 기술적인 고유의 부를 지켜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네트는 아주 빨리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네트와 네티즌의 권력을 깔보지 마라’는 당당한 주장은 자본의 침입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네트의 상업화 추이에 대해서는 –참조). 네트의 상업화는 네트 사용자의 공동체적 지향을 약화시키는 한편 ‘개인화(privatization)’를 촉진한다. 초기 네트의 문화적 특성과 공동체적 지향들이 약화되면서 개인화와 상업화의 침투에 따라 네트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허번이 찾았던 긍정적 의미의 네티즌이 차지하는 지분과 영향력은 차츰 약화되고 이를 대신하여 거대 기업과 상업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업가들이 새로운 네트의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네트의 새로운 동향이 갖는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입장으로 크로커(Kroker, 1994)의 ‘가상계급론’과 바브룩(Barbrook, 1994)의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론’을 꼽을 수 있다.

크로커는 ‘가상계급(virtual class)’이란 용어로 사이버스페이스의 지배계급을 설정하고 있다. 그는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 계층을 ‘버츄얼 클래스(virtual class)’라고 부른다. 이런 기술로부터 소외된 계층이 네트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를 구성한다. 크로커가 말하는 ‘가상계급’은 기술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하이테크 의존적 부르주아와 쁘띠부르주아로 구성된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컴퓨터 문화는 탈이데올로기적인 동시에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다.

한편 블라록이 말하는 대표되는 ‘캘리포니안 이데올로기’는 기술혁명가 그룹을 중심으로 한 ‘가상계급’의 소프트 이데올로기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이들의 세계관을 이룬다. 개인의 권능을 강화하는 인터넷은 탈중심화의 매체로서 새로운 사회변혁의 중요한 수단이자 그 자체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미디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인구적 구성은 현재 인터넷의 초기 사용자층을 구성하는 고소득,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로 대표된다. 컴퓨터 산업 관련 종사자와 소프트웨어 생산자, 그리고 네트를 통해 전달되는 갖가지 정보와 지식을 포함하여 문화산업을 이끄는 집단들이 테크놀로지의 해방적 잠재력이 현실화되는 것을 적극 주창한다.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 혹은 가상 계급의 이데올로기로 불리는 이런 입장은 현재 네트의 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하여 네트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집단을 갈라 볼 수 있다. 네트에서도 프롤레타리아, 쁘띠 부르주아, 부르주아의 기본 계급구성에 따른 이해관계와 지향의 갈라짐이 분명해진다. 네트에서 가장 빨리 시민권을 확보하는 계층은 분명히 전문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쁘띠 부르주아 계층이다. 특히 정보통신과 관련하여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전문가, 문화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네티즌의 주력을 이룬다. 이들은 일과 관련하여 네트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정보 확보와 교환, 생산을 담당하는 지식노동자이기도 하다. 지식노동자와 전문직 쁘띠 부르주아, 곧 신중간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층이 초기 네트즌의 주력을 이룬다.

크로커는 이들 가운데 핵심 계층을 가상계급이라 부른다. 블라록은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미국이라는 특성과 정보산업체의 상업적 이데올로기를 결합한 자유주의 리버럴리즘으로 비판하면서 이를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라 이름 부친다. 그렇다고 이들이 네트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네트를 가장 많이 활용하지만 이들이 곧 네트의 물질적, 경제적 지배자는 아닌 것이다. 자신의 영향력을 확산하고 새로운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네트 상에서 폭넓게 전달하지만 네트의 하부구조와 통제에 대해서는 별로 힘을 쓸 수 없다. 이들은 권력 없이 분산된 네트 사용자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프롤레타리아에게 네트는 아직 거처의 장이 아니다. 현실세계에서의 노동과 일상의 삶이 이들에게 네트로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산직 노동자는 네트에서 활동하지 못한다. 현실세계의 억압과 질곡이 이들의 네트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퍼블릭 악세스의 문제가 우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들을 네트에 끌어들이는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토대와 문화적 요인이 갖추어질 때 네트의 프롤레타리아트가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크로커는 이들을 네트의 피지배계급으로 부른다. 프롤레타리아트가 네트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이유는 다르지만 부르주아 또한 네트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네트를 뒤에서 조종하고 지배하는 자본의 힘은 지식노동자와 지식인, 쁘띠 부르주아라는 네티즌을 내세워 자신의 지배를 관철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어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통일된 단일 이념 체제에 갇히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구성과 진폭을 갖는다. 인터넷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스팩트럼이 존재한다.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검열과 감시를 주장하는 ‘반동 파시즘'(retro-fascism)세력에서 극좌 아나키스트에 이르기까지 네티즌의 이데올로기는 현실 세계의 그것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인터넷이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의해 침식당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공간이 현실세계와의 변증법적인 긴장 관계를 놓아버릴 때 개인주의화의 촉매제로 전락할 우려도 항시 존재한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가 개인적 문제와 공적 영역의 재활성화하는 새로운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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