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끝까지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 통신질서확립법에서 문제가 되었던 조항을 청소년보호법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여러 노동·정치·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은 지난 7월부터 정부가 ‘통신질서
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으로 인터넷과 온라인 매체를
규제하고 검열하려고 시도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해 왔다.
정부가 여러 차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조항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 뿐 아니라 정부는 오히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안,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 등 여러 법률안에서 문제되었던 부분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탈바꿈시켰는가 하면 정보통신망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개입 권한을
보장하거나 일체의 온라인 시위를 금지시키는 등 문제를 더욱 확대시켰고, 이에
대하여 국민들은 이미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통신질서확립법 초안 가운데 ‘사업자의 인지 책임’ 부분은 논란을 빚은 끝
에 입법예고안에서 삭제되었던 부분이다. 이 조항은 여러 법률가들로부터 헌법
에서 보장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발상이며 정부가 형사 처벌을 통해 사업
자에게 내용 규제에 대한 책임을 강제하는 교묘한 검열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이 조항이 오늘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에 포함되어 있
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26조2(청소년유해행위의 금지)의 제11항으로, 이에 따르
면 전기통신사업자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유통을 묵인 또는 방치하면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사업자는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청소년유해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이며, 여기서 그 내용의 명시적인 불법
성이나 영리·비영리성을 따지지 않아 결국 무분별한 삭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정부가 사
업자의 형사 책임 뒤에 숨어 사업자로 하여금 검열을 수행하게끔 만드는 교묘한
검열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으며, 논란을 빚었던 미국의 ‘통신품위법'(CDA)
이 지난 1997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였
다.
특히 사업자의 의무로 되어 있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조치’의 의미는 매우 모호
한데다 다른 사업자와 협조하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조치란 거의 없을 것이므
로, 인터넷과 온라인 매체가 작은 논란에 대해서도 쉽게 경직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헌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에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에서 당장 사업자의 검열 책임에 대한 조
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국회는 법안을 논의할 때 아래 노동·정
치·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2000.11.9
PeaceNet, 국제민주연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뉴스제작단, 노동자의힘,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 LISO,
노동정보화사업단, 대구지역사무금융노조
정보교육센터,
대자보,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 PIN, 사회진보연대, 성남청년정보센타, 안티조선 우리모두,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대학영자지기자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보민주주의를위한네트워크사업단 INP, 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 한국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참@네트워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통신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 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
200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