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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 Copyright? Copyleft? /최승우

By 2000/05/14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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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플라자-과학의 뒤안길/최성우,송호찬 (go FLAZA)』 155번

제 목:[과학단상] "Copyright? Copyleft?"

올린이:hermes21(최성우 ) 99/03/05 04:00 읽음:16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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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카피레프트"에 관련해서 글을 하나 올리려 보니, 저 아래에

Patsong님의 "카피레프트" 글도 있군요. 또, comenius님도 최근에 이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하신걸로 압니다. 저는 변리사도 아니고, 과

학사가도 아닙니다만, 저도 꽤 오래 전부터 한번 언급했으면 하는 문제여

서, 나름대로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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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Copyleft?

요즈음 ‘카피레프트’라는 단어가 신문, 방송 등지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카피레프트(Copyleft)란, 저작권, 지적재산권을 의미하는 ‘카피라이

트(Copyright)’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서, 미국 MIT 대학의 컴퓨터학자

리처드 스톨맨(Richard Stallman)이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톨맨은 1983년, 컴퓨터 프로그램의 공유와 자유로운 복제, 사용을

통한 정보화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Free Software Foundation이라는 단

체의 설립을 주도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이 단체는 현행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카피레프트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보호 문제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통상마찰의 주요원

인이 되고, 세계 지적소유권기구(WIPO) 등에 의한 국제적인 저작권 보호

추세가 갈수록 강화되는 요즈음, 지적재산권 보호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

해온 나라인 미국에서 출발한 카피레프트운동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나마 무

시못할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피레프트 운동의 맥락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계의 하나인 리눅스(Linux)이다. 핀랜드의 리누스라

는 학생이 처음 만든 이 자유 프로그램은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전세계 수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손길을 거친 결과, 윈도우NT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였으며 거대 컴퓨터회사 중 이를 채용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래아 한글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사라질 뻔한 위기

에 처했을 때, 아래아 한글의 소스 프로그램을 공개하여 카피레프트 운동

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주장들이 꽤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기된 적도 있

었다.

그러나, 카피레프트운동이 정보나 기술의 지나친 독점이나 상품화의 폐

해를 견제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창작자의 보호를 통한 발명,

개발의 촉진과 산업의 발전이라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기본 원칙과는 거리

가 있기 때문에, 과연 어느쪽이 더 합리적인가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꼭 카피레프트라는 개념은 아닐지 몰라도, 역사적으로 자신

의 연구개발의 성과나 발명을 특허의 취득 등을 통하여 독점적으로 이익

을 향유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한 경우도 종종 있으며, 이를 살펴 보는 것

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자신의 발명을 특허로 받지 않고 전세계에 공개한 유명한 사례의 하나가

바로 근대적인 카메라를 발명한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 1787-1851)

이다. (과학사의 X파일 – "카메라의 역사(3)" 참조…)

필름에 의한 현상과 인화를 두루 갖춘 사진술과 카메라를 발명한 다게르

는, 당시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프랑스 의회 의원이었던 아라고((Francois

Arago)에게 자문을 요청하였는데, 그는 이러한 훌륭한 발명을 공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카메라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하

는 대신에, 다게르와 그의 후손들에게는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자는 제안

을 하였다.

다게르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1839년 8월19일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와 예

술원의 합동회의에서 자신의 사진술을 공개하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법의 연구에 참여한 결과, 카메라의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지게 되었

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한 카피레프트라기보다는 ‘국가에 의한

특허권의 수용’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사진술을 소수의 발명가

의 손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여 관련 분야의 발전을 촉진했다는

점에서 카피레프트 개념과 통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연구성과를 일부러 특허 받지 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은 ‘X

레이의 발견자’ 뢴트겐(Wilhelm Konrad Roentgen; 1845-1923)이다. 1895

년 11월 8일부터 크룩스관을 이용하여 음극선 실험을 하던 독일의 뷔르츠

부르크 대학교수 뢴트겐은, 검은 종이를 꿰뚫는 신비한 광선을 우연히 발

견하게 되었고, 이 광선의 성질을 계속 연구하여 12월 22일에는 아내의

손뼈를 찍기도 하였다. 뢴트겐은 이 미지의 광선을 X선이라 이름짓고, 곧

연구결과를 학회에 보고하였는데, 이는 물리, 의학회 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의 언론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뢴트겐은 노벨물리학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고, X선의 발견은 다른

과학분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즉, 방사선의 발견에도 X선

이 계기가 되었고,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에 X선을 쬐여서 구조

를 알아 내는 X선 결정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가 생겨났으며, 분자생

물학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X선이 커다란 각광을 받고 있던 어느날, 독일의 가장 큰 전기회

사 사장이 뢴트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X선이 의학분야 등에서 중

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후, X선의 특허권을 자신의 회사로 양도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뢴트겐이 틀림없이 X선 발생장치를 이미 특허로

출원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만약 특허권을 넘겨 준다면 돈은 얼마든

지 요구하는대로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뢴트겐은 고개를 저으며 다

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하였다고 한다.

"X선을 특허로 낸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 X선을 혼자서 독차지하겠다

는 말인가? X선은 내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것을 내가 발

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X선은 온 인류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면서 뢴트겐은 자신이 고안한 X선 발생장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

으며, 많은 사람들이 개량에 힘써서 더욱 성능이 좋은 X선 장치가 나오기

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매우 최근에도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올해 (1999

년) 1월에 사라 플래너리라는 아일랜드의 16세 여고생이 기존의 전자우편

보안체계보다 30배나 빠른 새로운 암호체계를 발견해 화제를 모았다. 행

렬수학을 이용한 이 암호체계는 관련 수학자와 암호학자의 이름을 따서 ‘

케일리 피셔’라고 명명되었는데, 이와 같은 획기적인 암호체계의 개발소

식에 세계 굴지의 컴퓨터업체들이 몰려 들어 취업과 특허권 사용을 제의

하였으나, 이 소녀는 "내 발명품은 기본적으로 수학이다. 수학을 특허로

하는 것은 과학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안된다." 라고 어른스럽게 말하면

서 그들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만약 특허출원이 되었다면, 특허로 등록받았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특허취득 가능 대상을 갈수록 폭넓게 인정하는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권리의 독점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의 기회를 포기

하고 자신의 개발품의 상세한 내용을 밝혀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이

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숭고한 생각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어른들을 부끄

럽게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카피레프트적인 발상이 항상 옳거나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각종 저작권 침해와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지적재산권의 보호장치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개발자, 창작자들의 의욕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며, 관련 산업의 낙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특허제도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제도가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선

진국들의 지나친 기술독점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의 불공정 및 격차

확대에 악용되는 측면이 적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카피레프트 운

동의 이상이 지니는 의미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의하여 전세계적인 규모로 정보의 교

류가 빈번한 오늘날에는 ‘정보, 기술의 공개, 교류와 창작자의 이익 보호’

라는 두 수레바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나아갈 수 있을지 새로운 규

범과 질서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200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