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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 “정보사회와 평등”민주주의법학연구회 심포지움-정의·평등과 거

By 2000/05/13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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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6호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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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와 평등"민주주의법학연구회 심포지움-정의·평등과 거리먼 "지적재산권법"

"만국의 PC사용자들이여 단결하라"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 오직 자신이 구입한 정품소프트웨어와 무료로 배포되는 프리웨어만 설치돼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피시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사회구성원 다수를 범법자로 만드는 저작권법을 제대로 ‘준수’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지 윈도우98, 워드프로세서, 표계산 프로그램만 구입하려해도 웬만한 하드웨어 구입가격에 맞먹는 비용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컴퓨터 사용자가 설치한 정품을 빌려서 설치하는 것도 소프트웨어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사용이 허가되는 것"이라는 저작권법의 정신에 따라 불법에 해당한다.

국가기관 특정프로그램 강요

지난 4월 29일 이화여대 헬렌관에서 열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00년 상반기 정기심포지움에서 <정보사회와 평등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서경대 김도현 교수는 이처럼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김교수는 작년 4월 학교당국으로부터 불법소프트웨어를 삭제하라는 지시에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에 설치된 불법복제 윈도우98을 삭제하고 공짜로 배포되는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인 리눅스를 설치한 후 겪게된 경험을 예로 들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벌어진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은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정부를 통해 한국에 압력을 가한 결과였다. 김교수는 "리눅스 사용자로서 처음으로 좌절을 맞봐야 했던 것은 대법원이 제작·배포하고 있는 판례 및 법령 검색 프로그램 LX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LX는 오로지 윈도우 95, 98에서만 작동되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대법원의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 제작·배포는 "공적인 기관으로서 사회의 각종 기업과 이익단체로부터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들에게 특정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헌법 제119조의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과도 상치되는 것이다. 정부기관이 컴퓨터의 다양한 플랫폼(윈도우, 리눅스, 맥킨토시, 선 솔라리스 등)을 배려하지 않고 아래아한글,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등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돌아가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로 작성된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김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 서비스’ 개념을 제시한다. 보편적 서비스는 원래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망을 확대함으로써 집에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새로운 정보기술이 출현하고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정보통신 네트워크에의 접근과 참여,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교육의 확대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 실현해야

어떤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어떤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즐겁게 인터넷 항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 서비스의 ‘소프트’한 측면이 강조돼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교수는 "모든 ‘없는 자’들에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볼 것"을 권고한다. ‘공짜’로 배포되고 프로그램의 파일구조가 공개되는 프리소프트웨어를 통해 "평등과 자유가 넘쳐나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교수는 현재의 저작권법을 비롯한 지적재산권법이 과연 정의롭고 평등한 질서를 보장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을 권고한다.

MIT 미디어랩의 창설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저작권법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졌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유물이다. 저작권법은 반동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고치기보다는 완전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는 ‘과격’한 발언을 한 바 있다. 현실 저작권법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건 90% 이상의 사람들이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회사는 소프트웨어 하나를 팔면 적어도 5개 정도의 복제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계산 하에 가격을 높여 책정하고 있다.

저작권과 노동소요

김교수는 "저작권이 현실의 물결에 역행하여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그 근거로 첫째, 디지털시대의 복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한정으로, 고품질을 간직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점, 둘째, 저작권이 소프트웨어를 제작한 노동자에게 부여되지 않고 기업에게 주어짐으로써 자본의 잉여착취와 노동의 소외를 조장하는 점, 셋째,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저작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은 오픈소스운동으로 인한 기술발전에 의해 반증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네그로폰테의 주장처럼 완전히 폐기돼야 하는 걸까. 김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다. 김교수는 저작권의 시대착오성은 그것이 재산권으로서 디지털 정보에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며 "모듈이나 라이브러리를 짜맞추고 배열하여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작성했다면 이들을 짜맞추고 배열하는 방식에 아이디어와 노력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재산권’이 지적’인격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권 아니라 ‘인격권’

김교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투쟁은 국내적인 것으로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국제적인 시민사회의 연대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김교수는 지적재산권을 지적인격권으로 바꿔 참된 정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르크스의 권고를 원용해 "만국의 사용자(User)들이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미지리서치 프로그래머 황치덕씨는 "아래아한글이 발전한 것도 기술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파일구조를 비밀에 가려둔 채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성기 헌법재판소 연구원은 김도현 교수의 제안이 헌법적 관점에서 정당한가의 문제에 대해 "정보불평등을 해소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도현 교수는 토론을 마치며 최근 미연방법원이 반독점법 위반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 회사 분할을 명령한 것에 대해 "분할로 독점을 깨뜨릴 수 없다"며 소스코드의 공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설dllp21@kdlpnews.org)

200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