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운동 웹진 ‘네트워커’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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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
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
를 바라며 정보운동 웹진을 개통합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
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
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래는 네트워커가 개통되면서 처음으로 게시된 홍성태씨의 칼럼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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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커’의 중요성
홍성태 (문화과학 편집위원)
대중매체의 호들갑을 보고 듣노라면, 어느덧 인터넷은 모든이의 통신수단이
된 듯하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다양한 용도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다. 웹진에서 웹방송에 이르기까지, 사
이버몰에서 사이버동창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상거래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상
황에서 사회운동단체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 것은 필연적
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흐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운동단체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 듯하다.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이른바 ‘네트워크’
와 관련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접
하게 되었다. 대체로 이 용어는 정보사회의 형성을 문명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이용되는 경향이 짙은 데, 이 경 우에 그 뜻은 수직적이고 분절적인 사회구조에
비해 수평적이고 통합적인 사회구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변화
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외친다고 해
서 그것이 상징하는 사회구조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네트워크’ 자체는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본래 어떤 사회
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비공식적 연결망’을 가리킨다. 아마도 이런 연결망이
없이 작동하는 사회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지금 왜 그렇게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인터넷의 대중화’와 연관된다. 잘 알다시피 인터넷은 지구적
규모의 열린 정보통신망으로서 그 이름 자체가 ‘네트워크들 간의 네트워크’를
뜻한다. 인터넷보다 더 ‘네트워크’의 의미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은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네트워크’가 새삼스럽게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제법 심각한 문제가 발생
하게 되는 것같다. 그 문제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네트워크’가 구현될 수 있다
고 하는 착각이다.
이른바 ‘네트워크형 사회’는 탈근대적 사회구조의 한 이상형으로서 우리가
힘써 추구할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사회운동단체들이 ‘네트
워크’를 힘주어 강조하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분
명히 필연적이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
다.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가져다 줄 뿐이다. 인터넷은 ‘네
트워크형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을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를 그대로 가져다 안겨 주지는 않는다. 그러
므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네트워크형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사
회적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사회운동단체들은 과연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기
울이고 있는가?
현재 사회운동단체들의 정보화는 경쟁적 정보화, 곧 ‘정보화 경쟁’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닥 멀리 떨어져 있는 것같지 않다. ‘정보화 경쟁’이란
기술주의에 바탕을 두고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해 추진되는 정보화를 가리킨다.
사회운동단체들이 이런 식의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 더 많은 회원
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방
식의 정보화로는 결코 ‘네트워크형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각 단체의 주장을 널
리 알리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각 단체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사회운동단체들은 자기들
간의 소원한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긴급한 과제라
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요컨대 사회운동단체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
기 위한 ‘정보화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운동단체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면서 각 단체마다 ‘네트-워커
‘(Net-Worker), 즉 ‘인터넷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을 두게 되었다. 이 사람들
은 대개 기술적 전문가로서 인터넷을 이용한 각 단체와 시민 사이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사회운동단체들이 ‘정보화 경쟁’을 넘어서 진
정으로 ‘네트워크형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네트웍-커'(Network-er), 즉 ‘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작은 참여가 모여서 큰 변
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물론 사회운동
가란 본래 이런 의미의 ‘네트워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
이 이러한 ‘네트워커’의 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용이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
실이다. 물론 진정한 ‘네트워커’는 사회운동단체들 간의 연대를 위한 ‘정보화
운동’에도 헌신적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단체들의 정보화 열기가 이러한 ‘
네트워커’의 형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0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