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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버넌스] ICANN과 인터넷 거버넌스(internet governance)

By 2000/03/30 8월 21st, 2017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2000년 3월 24일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아이켄 포럼(ICANN FORUM) 자료

ICANN과 인터넷 가버넌스(internet governance)

인터넷 가버넌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중요한가

지난 1월,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업체인 두루넷이 korea.com이라는 인터넷 도메인을 5백만 달러에 매입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 액수는 미국의 business.com이 750만 달러에 팔린 이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값으로 기록되었다. ‘닷컴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도메인 네임의 중요성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간단하고 기억하기 좋은 도메인 네임을 원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도메인 네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뉴스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올해 1분기 중으로 쓸만한 도메인 네임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도메인 (×××.co.kr)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좋은’ 도메인 네임을 갖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기업의 상표를 다른 이가 선점했기 때문에 거액으로 매입하거나 소송으로 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의 기술적 배경과 ICANN

우선 DNS(Domain Name System)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관해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전세계를 하나로 엮는 망이다. 이를 위해 영어로 된 인터넷 도메인 네임(혹은 이메일 어드레스)를 통합 관리하는 서버가 필요하며, 인터넷의 관리는 일차적으로 도메인 네임을 숫자로 바꾸어서 인식하고 연결해주는 IP 어드레스 체계를 할당하고 관리하는 일을 말한다. 특히 도메인 네임에서 가장 뒤에 위치하는 TLD(Top Level Domain)을 통합 관리하는 ‘루트 서버’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누가 담당하며 통제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이 과정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는가’, ‘누가 루트 서버를 통제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역사에 관한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루트 서버는 미국 정부가 인터넷 엔지니어 단체인 IANA(Internet Assugned Numbering Authority)와의 협럭 하에 운영해왔다. 그러나 미 정부는 1990년대 초중반 ‘인터넷의 폭발’로 인해 이런 식의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도메인 네임 등록 사업을 완전 사기업인 Network Solutions에 독점적으로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도메인 네임이 7백만개에 이른다. 도메인 네임당 1년에 35달러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난 사업으로 커졌다. 미 정부(상무성)은 1997년 이 사업에 경쟁을 도입하고 미국 정부의 관리로부터도 독립시키기 위해 새로운 국제적 비영리 법인의 설립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1998년 10월에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 설립되었다.
ICANN은 도메인 네임, 인터넷 프로토콜 어드레스와 같은 인터넷 자원을 관리하고 등록 업무를 허가,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ICANN은 1년 남짓 3개의 지원 조직을 중심으로 도메인 네임 등록 업무를 허가하고, 도메인 네임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이제 ICANN 활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터넷 도메인 네임의 현안

현재 ICANN에서 첨예하게 걸려있는 현안을 몇가지 얘기함으로써 ICANN의 위상과 중요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 싸이버 스쿼팅: 유명한 상표에 대한 인터넷 도메인 선점의 문제 때문에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액슨-모빌은 등록을 일찍 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axxon-mobile.com이라는 도메인 네임을 거액으로 다시 사야만 하는가? IBM.com은 누가 가져야 하는가? IBM이라는 회사의 이니셜을 가지는 모든 회사는 단지 미국의 컴퓨터 회사 IBM보다 덜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도메인 네임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해야 하는가? 코카 콜라는 coke.com, coke.net, coke.org 등 모든 gTLD를 다 소유할 권리가 있는가? 예컨대 현대 자동차 노동조합은 hyndaimotors.com이라는 도메인 네임을 가지면 안되는가? 이런 문제들은 현재 법정에서 해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각국의 실정법이 동일하지 않으며, 매번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이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는 법정에서도 크게 유리한 위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ICANN은 WIPO(세계 지적 재산권 기구)에 의뢰하여 분쟁 조정 절차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지만, 거대 기업의 이해만 보호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 영어 이외의 언어를 포함한 인터넷 도메인 생성(iDNS): 인터넷은 영어 중심이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한 국제화를 근거로 영어 공용어론이 제기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포함한 국제적 규격을 만들려는 기술적인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 새로운 gTLD(.com, .net, .org처럼 마지막에 붙는 도메인)의 생성: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예컨대 .shop, .arts, .biz 등의 새로운 gTLD가 추가될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유럽 연합 .EU 등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Asia는 만들 수 없을까? 이런 문제들이 합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이런 문제들을 합의하고 결정하는가? 인터넷 전문가들인가, 미국의 관리들인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사업가들인가?

인터넷 민주주의의 실험

이상의 문제들은 대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상무성이 규정한 ICANN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관한 정책적인 결정은 심대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루트 서버는 공적인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관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트 서버의 데이터베이스를 누군가가 독점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거대 기업에서는 ICANN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CANN의 결정에 따라 현재의 인터넷의 전지구적 불균형이 완화될 수도 강화될 수도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결정 구조가 마련될 수도 있다.
ICANN은 일반회원(at large membership) 등록을 시작하였다. 일반회원은 ICANN의 모든 중요한 결정을 맡고 있는 이사회의 이사 9명을 선출할 일반 평의회(At Large Council)를 선출하게 된다. ICANN의 일반회원은 인터넷에 관한 정책 결정은 미국 정부, 인터넷 전문가,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에 의해서만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인터넷 사용자의 참여와 의견 수렴의 과정이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구성될 것이다.

참고한 글
David Post (June 1999). "Governing cyberspace: Where is James Madison when we need him?". http://www.icannwatch.org/archives/essays/930604982.shtml.
Izumi Aizu (Feb 28, 2000). "Turf war erupts over rights to new lands in cyberspace".

200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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