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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넷 설립 이전

By 2010/05/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한국 사회에서 기술은 압축적이고 강제적인 경제 개발 논리에 종속되어 왔다. 1990년대 이후의 정보화도 다를바 없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조선일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노골적으로 대변하듯, 정보화와 기술은 세계시장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산력 이상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사회적인 불평등의 문제는 편리함과 효율성이라는 명분 속에서 은폐되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인터넷 등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특히 국내 사회운동 진영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에 도입된 비교적 초기 시기부터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사설 BBS’에 대한 실험을 비롯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사회운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모색이 정보통신운동을 개척해 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설립은 그러한 모색 과정에서 생겨난 하나의 성과였다.

국내 정보통신운동은 컴퓨터 네트워크와 정보화를 사회운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자생적 소모임과 사설 BBS에 대한 진보적 실험들로부터 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남한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했던 초기부터 세계 NGO들은 이 기술이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로 인해 발생한 정보 독점과 정보 격차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목적의식적으로 개입하였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인터넷이 ‘민주적이고’ ‘지구적인’ 시민사회를 출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사회의 정보화가 확산되면서 그것이 유발하는 감시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대응도 모색되면서 정보통신운동의 범주 또한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