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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침해, 공정이용의 권리 축소 논란{/}디지털워터마킹, 정보에 대한 권리를 위협한다

By 2005/11/0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

정우혁

최근 업계에서는 저작권보호를 강화하는 기술조치들에 대한 연구개발이 급속하게 진행, 소개되고 있으며, 그중의 하나가 디지털 워터마킹이다. 디지털워터마킹이나 핑거프린팅 기술은 저작물에 저작권자의 정보와 그 저작물을 구매한 사람들의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불법콘텐츠의 식별 및 그 유통을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업계와 저작권자들은 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음악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쥬크온(http://www.jukeon.com)은 이미 저작권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서 디지털워터마킹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워터마킹 기술이 현재 저작권법상 규정되어 있는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함으로써 시민들의 공정한 이용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사생활비밀의 자유 등 또다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워터마킹 기술은 이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실제로 악의적이고 상업적인 불법행위들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워터마킹 기술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현행 저작권체계의 정책적인 목표인 ‘권리와 이용간의 균형’을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도입 이전에 이것이 가져올 사회적인 영향이나 문제점들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
디지털워터마킹에는 원 저작권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의 정보들이 삽입될 수 있다. 구매자들을 식별하는 정보가 삽입되고, 이런 정보들을 통해서 저작권자들은 저작물의 유통경로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다. 결국 저작물을 복제해 간 사람들의 위치 및 그 행적들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인터넷에서 기업들의 시민에 대한 감시를 일상화 할 수 있으며, 사생활비밀의 자유 등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서는 진보네트워크센터나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 공정이용 위축 우려
이런 기술적인 조치는 저작권 보호기간 만료 후에도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주어진 권리를 넘어서 과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워터마킹기술을 통해서 허용 가능한 복제 횟수를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허용하고 있는 학교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이라든가 장애인들을 위한 이용, 가정에서 사적으로 복제하는 등의 공정이용의 권리까지도 위축될 수 있다. 워터마킹 기술이 복제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다른 기술과 접목될 경우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시민들의 정보접근권과 알권리 등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악의적인 불법행위 막을 수 없다
디지털 워터마킹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측에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저작물의 복사본에 구매자의 이름과 주소가 워터마킹 될 경우, 그 구매자를 쉽게 추적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불법복제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보안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는 그의 저서 『디지털 보안의 비밀과 거짓말』에서 워터마크로 가려낸 사람이 실제 저작권법을 위반한 범법자인지를 명확하게 확증할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거의 실효성이 없는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구매자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거나, 정확한 구매자를 식별할 수 없다면, 추적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거지에게 돈을 주고 비디오가게에 가서 대신 비디오를 구입하게 한다면, 거기에는 거지의 구매정보가 워터마킹 될 뿐, 실제 구매한 사람의 정보는 알 길이 없으며, 또한 거지의 구매정보가 워터마킹 된 비디오를 불법유통 했을 때, 그 영화제작사가 유통경로를 추적하여 거지를 고소해 봤자 실익을 얻기란 힘들 것이다.

슈나이어는 또한 워터마킹 기술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뿐, 악의적인 범법자의 행위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워터마킹 기술이 손자에게 영화한편을 복사해 주려는 할머니의 행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대만 해적판 업자들이 워터마크를 제거하고 대량으로 불법복제하여 암시장에 판매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제국』의 저자인 심슨 가핀켈(Simson Garfinkel)도 워터마크 시스템이 제도화된 두려움과 통제를 이용하여 행위자를 위축시키는 효과만을 가지고 있을 뿐 불법복제하는 행위자체를 근절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디지털워터마킹 기술이 발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해킹 등 외부적인 공격으로부터의 위협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굳이 해킹을 하지 않더라도, 워터마킹 조치는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법정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적인 공개가 불가피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슈나이어는 워터마킹 기술이 한번 공개된다면, 해커들에 의해서 자동으로 워터마킹을 제거하는 툴이 제작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워터마킹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의 부담 가중
워터마킹 기술이 장착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이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나 불법복제의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소지가 높다. 디지털 워터마킹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며, 사실상 그 비용이 저작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구매자들에게 불법복제의 책임을 묻는다고 했을 때, 그 책임의 주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와 논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워터마킹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정보에 대한 시민의 자유와 인권보다 우선한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200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