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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분석 II - 음악, 미술, 공연{/}창작환경에 대한 연구작업이 선행되어야

By 2005/07/1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연재

김정우

올해 2월 안민석 의원 등 22명은 의원입법을 통해서 음악산업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존의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의 장르별 분법화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서 독립적인 법률로써 발의 된 것이며, 현재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안민석 의원은 이 법안의 발의 이유에 대해서 기반조성, 기술개발, 인력양성, 표준화, 유통활성화 등 음악산업진흥을 위한 법령으로 정비하고, 신규매체의 발달로 기존 음반중심의 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한 음원중심의 음악서비스산업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음악산업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발의 이전부터 실제 음악의 창작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산업계의 이해에 치우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음악산업에서 제외된 음악 창작자와 소비자
당시 이 법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비판의견을 제시한 인터넷 음악웹진 ‘가슴’의 박준흠 편집장은 한국 음악시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음악산업에서의 관심사는 온통 통신회사, 온라인 음악서비스회사, 음반사의 수칙창출에만 모아져 있지, 정작 뮤지션과 소비자의 권리는 도외시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법안도 이런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법안의 내용 중에는 음반의 유통을 건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음반에 ‘식별표시’를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주류음반사들의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으나, 자체적으로 레이블을 만들어서 음반을 제작/유통하는 비주류 음악창작자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제도이다. 박편집장도 ‘식별표시’의무화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유통하고 있는 음악창작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현재 음악창작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수익분배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나 전문인력양성기관의 구체화, 상업서비스와 비상업서비스에 대한 구분, 소비자들의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를 위한 구조 등이 제기되었으나 거의 반영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도 법안발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 법안이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기업’만을 위한 법안”이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은 시민과 예술계 그리고 관련 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음악산업진흥위원회 등의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이 되지는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안민석 의원실의 이은민 비서관은 “박준흠씨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법안자체가 기본적인 음반산업계의 요구를 기본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주류창작자들에 대한 고려가 많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이비서관은 법안에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향후 정책적인 방향에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음악산업진흥법이 통과될 경우 실제 음악창작환경이 얼마나 개선될지에 대해서 관련 음악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오히려 산업계의 이해에 치우친 정책은 창작환경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높다. 또한 국내 음악시장이나 창작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다.

순수예술분야, 유통활성화를 위한 공공지원정책이 필요
지난 4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저작권법 관련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영상설치작가인 백기영씨는 순수예술분야에서의 저작권분쟁사례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며, 저작권법을 강화하기 보다는 예술비평의 활성화와 새로운 예술의 보급을 위한 출판저작물 활성화를 위한 공적인 지원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기영씨는 “실제로 미술품의 경우에는 전시라는 것을 통해서 중재되고 알려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하지만 현재 미술품의 경우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올바르게 매개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한 상황이며 창작자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창작품을 매개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미술품과 같은 순수예술창작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지원시스템도 굉장히 미비한 실정이며, 이 분야의 창작환경에 대한 연구자료 또한 거의 부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문제는 저작권법의 강화인데, 유통구조가 취약한 순수예술분야에서 산업계의 이해에 치우친 저작권법 강화정책이 오히려 이용자들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백기영씨의 의견이다.

공연예술 창작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지원시스템 필요
공연예술분야도 창작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실태에 대한 연구자료 등은 순수예술분야와 같이 거의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또한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의 일부공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연작품들의 창작환경은 매우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이규석 대표는, “비영리공연과 같은 산업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공연들의 경우 실제 저작권법의 체계 안에서도 사각지대에 속해 있다”고 지적하고, “실제 창작자들의 활동배경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는 해외 공연자적물에 대한 국내 번안 및 번역공연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요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인 저작권법 협약에 따른 해외 저작권 대행업체의 저작권료 지급 요구에 대해서 영세한 국내 공연예술단체 및 개인의 저작권료 협의 및 조정력이 미약한 현실인데, 이런 상황이 국내 공연 창작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예술현장에서 저작권분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술인들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이대표는 공연예술 관련 저작권문제를 협의하고 조율함으로써, 실제 창작자들의 겪을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을 비롯하여 문화와 관련된 법률들을 개정하는데 있어서 실제 창작자들 보다는, 산업계의 이해에 치우친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창작환경에 대한 면밀한 연구 및 실제 창작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촉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