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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운영체제, 가장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공개되어야 한다{/}윈도 프리(Windows Free)’ 선언

By 2005/07/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임정애

임정애: ‘윈도 프리’는 처음 어떤 고민에서 시작되었나?

김성기: 기본적으로 한신대는 신학대학으로부터 출발했다. 이후 종합화되면서 인문사회학으로의 성장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다. 90년대 초 정보통신기술(IT)학과들이 생겼다. 하지만, 이 분야가 기본적으로 자본이 많이 투자되는 분야이다. 그래서 인문사회 쪽에서는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았다. IT분야로 돈은 많이 쓰는데 과연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단순히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비판들 속에서, IT분야에서 한신대가 해 나갈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다.

임정애: 구체적으로 ‘윈도 프리’는 어떻게 추진되었나?

김성기: 작년 교육부에서 대학특성화사업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 이 사업은 대학 스스로 특성화된 분야를 선정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2004년 한신대 주력사업을 공모한 결과, 정보기술 분야에서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한신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신성’이라는 것,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교무위원회에서 IT분야, <공개소프트웨어 인력양성사업>을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그 당시, IT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인문사회교수들이 뭔가 개운치 않은 인상을 보여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처음으로 공개소프트웨어로 특성화하겠다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임정애: ‘윈도 프리’는 한신대학교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성기: 한신대는 군사독재에 항거하면서 사회 개혁적인 활동을 해 왔다. 90년대 민주화 이후, 한신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늘 가져왔다. 과거 ‘한신성’이라는 것이 21세기에 어떻게 나타나야하고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주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IT가 발전하고 있는 정보사회에서 기존의 진보적인 ‘한신성’의 전통을 살려나갈 수 있는 것이 공개소프트웨어분야라고 생각한다.

임정애: 공개소프트웨어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성기: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표되어지는 거대자본에 대항한다는 의미이다.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서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상호 공존공생 한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처음으로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이 이 공개소프트웨어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다. 그런 분위기가 되니 학교에서도 단순히 교육부 특성화사업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학교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작년 11월 한컴과 산학협정을 맺으면서 정책적으로 좀더 강하게 드라이브걸기 위해 ‘윈도 프리’를 선언하게 되었다.

임정애: 교내에 ‘윈도 프리’가 어느 정도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김성기: 일단 올해부터 교내로 들어오는 모든 서버가 리눅스로 대체된다. 개발 시스템도 리눅스 환경아래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개발될 것이다. 학교에 설치된 데스크탑 컴퓨터가 거의 윈도우를 사용했는데, 점차 리눅스 환경으로 바꿔가기 위한 작업들을 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부 마인드를 바꿔야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 환경을 부분적으로 리눅스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실습실에서 윈도우를 없애고 리눅스로 바꾸는 작업은 전체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행정업무도 멀티부팅으로 해 컴퓨터를 켜면 윈도와 리눅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환경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임정애: 교육부 지원은 확정이 된 것인가?

김성기: 보고서는 이미 제출된 상태고 6월중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교육부 특성화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 상당한 액수의 자금지원이 확정되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실습실, 기자재, 연구비, 활동비들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빠른 시간 안에 한신대가 공개소프트웨어의 하나의 메카 내지는 전초기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성화사업으로 선정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학교는 정책적으로 계속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임정애: 세부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김성기: 학교는 내부적으로 공개소프트웨어 추진팀을 구성해 앞으로의 전략과 로드맵을 짜고 있다. 이것이 이론적으로는 매우 좋고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르익고 ‘리눅스로 완전히 대체해도 좋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한 3-4년 정도 길게 보고 있다. 아마 3-4년 후면, 교내 시스템의 90% 정도가 리눅스로 변환될 것이다. 일단 공공PC라고 하는 실습실이나 강의실, 직원용으로 사용되는 PC부터 윈도에서 리눅스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윈도 프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추진하는 사람과 사용자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공개소프트웨어가 좀더 활성화되어 리눅스에서 윈도와 같은 응용프로그램들이 충분히 개발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윈도를 사용하느냐, 리눅스를 사용하느냐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쉽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굳이 비싼 마이크로소프트를 구입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빨리 개발되어 쉽게 더 나은 버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정애: 실제 수업에는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가?

김성기: 학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교과과정의 개편이다. 구체적으로 임베디드 리눅스 시스템이나 리눅스 시스템을 이용한 프로그래밍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전에는 윈도우 환경아래 C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면 이제는 리눅스 환경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주로 공개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교과 과정으로 넣으려고 한다. 목표가 ‘공개소프트웨어 전문인력양성’이기 때문에 주로 이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지만, 점차적으로 교육과정을 확장해서 공개소프트웨어 관련 인문사회과학 과목들을 개설할 계획이다.

임정애: 학내 분위기는 어떤가?

김성기: IT관련학과에서 공개설명회를 개최하고 세미나를 열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상당히 좋다. 학생들도 뭔가 특화되어진 분야에서 전공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고 한신대가 뭔가 맞는 걸 찾았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윈도 프리’ 선언이 신입생들이나 고등학교에까지 알려져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문사회쪽 교수님을 만나도 한신대에서 IT분야가 정말 좋은 결정을 했다는 지지를 보내주었다.

임정애: 공개소프트웨어의 정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성기: 기본적으로 소스를 공개하고 공개된 소스를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료로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 공개소프트웨어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다는, 소유가 모두에게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스가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드러나 투명성을 가지는 것이고 누구든지 더 나은 것을 만들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적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모두가 소유할 수 있다는 점, 공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민주화라는 개념과도 일치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수익성 부분이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수익모델이 안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유지보수비나 소프트웨어의 레벨에 따라 수익모델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인류가 가진 모든 소프트웨어가 공개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OS, 가장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더 독창성 있는 사람은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또 공개를 하면서 상호발전 하는 면이 있다. 만약 기술자가 자신의 생산물에 대해 이윤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가능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거의 다 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대부분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종속이 심각하다.

임정애: 기술종속의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김성기: 과거 일본도 미국에 대항한 기술정책을 폈고 우리나라도 과거에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거의 미국이 독점하는 상황이다. 하드웨어는 굉장히 발전했는데,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윈도 시대는 10년 정도 더 가겠지만 뭔가 새로운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실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마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이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정애: 공개소프트웨어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

김성기: 이 운동은 원래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가장 필요한 곳이 한,중,일 3국이다. 정부차원에서도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마이크로스프트를 설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정책적으로 리눅스 개발에 상당한 힘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한?중?일 3국이 정부차원에서 공동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아시아리눅스라는 상품을 만들어 거의 판매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임정애: 공개소프트웨어를 통한 정보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성기: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기술만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신, 이론적 배경, 사회운동까지도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기술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과 이론, 사회적 역량을 같이 발휘할 수 있는 학교는 한신대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보민주화라는 관점에서도 한신대가 기여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임정애: 한글과컴퓨터와의 협조관계는 어떠한가?

김성기: 기업이 공개소프트웨어를 한다는 것은 대학과는 다르다. 기업은 수익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한컴은 리눅스 환경에서 한글이나 응용소프트웨어, 그룹웨어 등을 개발해 보급하는 수익모델을 잡아 일을 한다. 시장을 국내뿐만 아니라 한, 중, 일 3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은 굉장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엄청나다. 일단 중국은 윈도로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데, 미국 소프트웨어에 종속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특히 공공기관의 보안문제가 그것이다. 현재는 대안으로 리눅스가 유일하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시장도 없고 인력도 없을 것 같지만 현 상황을 보면 시장성이나 인력, 기술 수준도 훌륭하다.

임정애: 어려운 점은 없나?

김성기: 지금은 처음이라 아이디어수준에서 이뤄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학내 구성원이 리눅스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학생을 교육하고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 구체적 사업으로 진행할 때는 예산의 문제도 있고 적절한 학생들이 지원을 할 것인가, 외부의 압력 같은 것은 없을지 그러한 부분도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현재 정보통신부 장관도 공개소프트웨어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고 그것이 정부에도 보고 되어, 지원정책이 많이 제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서 리눅스 커뮤니티나 국내외 단체들과의 연대도 고민하고 있다.

200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