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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분석 I - 독립영화제작자들의 창작현실{/}창작을 지원할 사회공공시스템이 필요하다

By 2005/07/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연재

김정우

얼마 전 인터넷 언론인 ‘참세상’(www.newscham.net)에는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들이 겪는 저작권 문제를 다룬 짧은 영상이 소개되었다. 아메리칸 대학의 ‘사회적 미디어를 위한 센터’와 워싱턴 법대의 ‘지적재산권과 공익 프로그램’이 최근에 발표한 “이제는 나눌 이야기 :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동영상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7분 30초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그 속에서는 사진이나, 영화클립, 음악, 포스터 등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때뿐만 아니라 생산된 자신들의 창작물을 다양한 시장을 통해서 배급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영상 창작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행 저작권 시스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다. 특히 주류 미디어들의 상업시장 중심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는, 비영리적인 창작을 위한 작업일지라도 일반 상업 방송의 영상이나 음악 등을 이용하는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며, 절차 또한 굉장히 복잡하여 창작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실례로 헐리우드의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일부분을 이용할 때, 적어도 분당 4,000달러 이상의 저작권 이용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국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컨텐츠 이용료 분당 수십만원, 독립창작자들에게 큰 부담

SBS, KBS, MBC 등 주류 방송국의 영상물을 사용하는 경우, 복사료 이외에 자료 사용료로 기본적으로 최소 분당 50 – 6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방송사의 영상물 저작권 이용료와 관련된 비용은 각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다.) 이런 저작권 이용료는 ‘대한뉴스’와 같은 공익적 성격의 영상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대한뉴스는 영상홍보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비영리목적의 이용일 경우라도 기본적으로 분당 수십만원의 저작권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비영리적인 목적의 독립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는 창작자들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참세상’의 영상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경씨는 이런 구조가 영상을 상업적인 상품의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데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허경 활동가는, “영상이 제작되고 배급되는 지배적인 구조는 거대 상업방송국들과 전문 제작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져 구조화되고 있으며, 이미 경험과 물적 기반을 갖춘 이들에게는 저작권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다”라고 설명하고, “창작을 위한 물적인 접근과 이용을 상업적인 잣대로만 계속 접근하게 된다면 실제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창작행위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의 독립영화 창작을 지원하는 공적기반도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알려진 공적기금에 의한 지원제도 중에 대표적인 것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이다. 이 제도는 상업영화의 제작방식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영화에 대한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반기 및 하반기 2회에 걸쳐서 최대 2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금의 지원방식은 제작완성기간을 획일적으로 제한을 하고, 포트폴리오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지원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 지원금액이 영화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독립영화제작자들의 의견이다. 허경씨는 “실제 지원금이 많아야 6백에서 7백만원 수준이고, 이걸로는 일반 방송컨텐츠 일부정도를 구입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되는 금액이다”라고 말하고, “현실적인 독립영화제작자들의 여건을 구체적으로 반영하여, 실제 창작자들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공적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업유통망 속 독립영화 설자리는 없어

현실적으로 상업유통망에서 비영리 다큐멘터리와 같은 독립영화가 유통되기란 상당히 어렵다. 독립영화 상영을 위한 전용관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부재한 상황이다.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양질의 창작물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조항 때문에, 독립영화의 자유로운 유통은 오히려 제약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조동원 정책실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기존의 상업적 시장이 아닌, ‘공공적 시장’, ‘사회적 시장’의 개발과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문예회관이나 교육기관, 공공도서관 등에서 공공성격의 영상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독립제작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정부저작물을 포함하여 공적기금에 의해서 제작된 영상자료라던가 저작권이 만료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저작물을 데이터베이스하여 이용할 수 있는 공공아카이브가 부재한 것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조동원 실장은, “공영방송에서 방송되는 영상물들을 방영 이후에는 다른 창작자들이 비영리와 같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하여 공적인 접근을 확대할 수 있는 모델의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고, 아직까지는 국내공영방송에서 이런 정책적인 배려와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라이선스를 시작한 영국 BBC방송

최근 영국 BBC 방송, 채널 4(Channel 4), 영국영화연구소(BFI), 그리고 오픈대학 (Open University) 등은 공공적 성격의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라이선스(http://creativearchive.bbc.co.uk)를 도입하기로 발표했다. 이것은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어 유통되고 있는 정보공유라이선스(http://www.freeuse.or.kr)와 비슷한 제도로써, 영국 BBC방송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상이나 사진 등 자사의 컨텐츠를 비영리적인 조건 하에서 영국 국민들이 자유롭게 편집하여 자신들의 창작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인 성격의 프로젝트이다. 영리비영리를 막론하고 저작권이용료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들의 현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대한뉴스, EBS, KBS와 같은 공영방송의 경우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기해 왔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은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BBC 방송의 새로운 시도는 국내 방송사들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는 저작물의 공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법률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앞에서 소개한 보고서는 창작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현행 저작권법의 개정을 제안하고 있는데, ‘비영리적인 창작 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별도의 저작물 이용 조항’을 입법하는 그것이다. 더불어 창작자들이 겪고 있는 법적인 분쟁과 문제들의 해결을 지원할 수 있는 센터의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상업방송사 또는 스튜디오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개인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받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