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저작권

산업계의 이해, 오히려 창작환경을 위축시킨다.{/}창작자들이 말하는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점

By 2005/06/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연재

김정우

저작권법 전문개정에 대한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강당에는 문화연대, 미술인회의,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모여 “저작권법 누구를 위한 전면개정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번 법개정안이 문화계의 창작현실과는 동떨어진 채로 지나치게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그 이면에는 문화적인 가치보다는 산업계의 이해가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업적 가치가 우선시된 저작권 환경의 변화는 이용자들의 정보이용의 환경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창작환경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권리만 보호하여 이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저작권법이 거꾸로 그 권리를 부여받는 창작자들에게까지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사회적인 유통 경로가 미비하다
현행 저작권법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발의 핵심에 배타적인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는 경제주의로 인해서 발생하는 공정이용과 공공정보영역의 축소, 그리고 이로 인해 제약받을 수 있는 자신들의 창작기반의 문제 등이 있다. 창작자들도 결국 또 하나의 저작물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미술인회의 백기영 사무처장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문화예술의 사회적인 경로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법의 강화와 함께 이를 관리하는 신탁업체를 육성시키다 보면, 오히려 자유로운 예술작품의 감상과 이미지의 활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는 순수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 분쟁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저작권을 강화하여 유통경로를 제약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자의 창작물을 널리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유통 경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음악비평가인 박준흠씨는 현재의 음악시장에서의 논의구도가 음반회사 등 산업계의 이해만이 관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비판했다. 그는 “현재 음악산업에서의 관심사는 온통 통신회사, 온라인 음악서비스회사, 음반사의 수익창출에만 모아져 있지 정작 뮤지션과 소비자의 권리는 도외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실제 가수나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굉장히 적으며 비주류음악가들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7월호 네트워커에서는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었다.) 또한 박준흠씨는 자본력이 약한 비주류 음악가들이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는 것은 국내시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우며, 이런 가운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이들에게는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한다. 결국 음반회사 등 저작인접권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강화되면, 인터넷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유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이런 비주류음악가들의 창작환경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은 없다
토론회에 참여한 상지대학교 홍성태 교수는 창작은 ‘사회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보아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며, 창작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저작물을 기반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작물에 저작권법을 통해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홍교수는 지적했다. 홍교수는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저작물을 이용해서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하는 ‘적극적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고, 이것은 엄청난 문화향상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강화하는 것은 문화향상을 가로막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창작을 활성화 하고 그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저작권법이 오히려 정보의 독점을 유발하고, 나아가 창작활동이 훨씬 용이해진 디지털환경에서 창작권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일련의 사건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해프닝을 하나 소개한다.

네이버(NAVER)에 개설된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팬카페인 ‘영원불멸 이순신’(http://cafe.naver.com/kbsleesoonshin.cafe) 운영자는 최근 네이버 법무팀으로부터 카페에 올라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카페에 올라가 있는 드라마와 관련된 사진과 인터넷 동영상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카페는 지난 4월 KBS가 직접 발행하고 있는 KBS 저널에도 ‘<불멸>파도가 일렁인다’는 제목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저널은 드라마를 통해서 이순신의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자작소설을 쓰는 회원들의 새로운 창작활동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저작권법의 칼날은 불멸카페 회원들의 창작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현재 카페회원들은 네이버 측에서 요구한 해당 게시물들을 모두 삭제한 상황이다.

공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문화는 우선적으로 산업적 목적이 아닌 공공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연대 선용진 사무처장은 “현재의 저작권 시스템은 산업적 시스템 안에 있는 기획사나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이해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 전반의 창작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고, “산업적 시스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창작권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전문적인 창작인들에 대한 보장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창작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창작환경의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저작권의 보호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들에 대한 정보를 서비스 한다던가, 비주류예술가들을 위한 공적기금의 조성 등이 있으며, 이런 부분은 실제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다음호에서는 영상과 음악에 종사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겪는 창작환경의 문제들과 그 원인을 분석해 본다.

 

 

200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