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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이 죽는다?

By 2005/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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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최근 영국의 BBC방송은 자사의 방송콘텐츠를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P2P기술을 이용해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를 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이용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인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KBS가 자신들이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인 ‘불멸의 이순신’의 팬카페가 개설되어 있는 네이버(NAVER) 측에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사진과 동영상 등 카페에 올라가 있는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기가 찬 일이다.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고 있는 KBS. 국영방송이라는 이유만으로도 KBS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복무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런 KBS의 사회적인 역할에 역행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일상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인터넷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것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도대체 팬카페 회원들이 드라마의 콘텐츠를 즐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팬카페가 운영될 수 있는가. 전장에서 적군에 의해 죽은 이순신이 저작권 때문에 인터넷에서 또 죽어야 하다니.

디지털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이지만, 이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다. 이번호 <네트워커>는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인터넷 종량제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다루었다. 쓴만큼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KT와 이를 부추기고 있는 정보통신부. KT의 주장은 거꾸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쓰지 말라는 것으로 들린다. 국민들이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가. 이러다가는 정말 양아치님 말대로 ‘네트워크로 분리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KT가 아무리 민영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뒤에는 항상 국민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고의 기술력과 최상의 서비스가 국민의 편익 증진과 공공복지 향상을 위한 가치로 이어질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KT는 종량제 운운하기 이전에 그동안 돈을 지불하고도 사용하지 못한 것부터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200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