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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이용자, 사업자, 신탁관리업자 등 다양한 불만 제기{/}저작권법 전문개정 “누구를 위한 법인가?”

By 2005/05/0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

김정우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이광철, 정청래, 윤원호 의원은 현행 저작권법에 대한 전문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3월 8일 국회공청회를 통해서 전문을 공개하였다. 이 전문개정안은 문화관광부가 지난 2년동안 준비해 온 법률안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4월 중으로 전문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은 저작권법과 관련된 최근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전문개정안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공중송신, 디지털음성송신 등 개념정비 ▲도서대여권, 공중송신권, 배타적이용권 등 새로운 권리 창설 ▲실연자의 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성명표시권) 신설 ▲위탁관리업체 공익성 강화 조항 ▲부분적 비친고죄 변경 및 상설단속반 설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등이다. 이날 공청회는 도서관, 도서대여점, 작가, 음반산업,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이해당사자들의 많은 참여와 뜨거운 공방 속에 진행되었다.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었으며,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들도 제시되었다. 특히 토론자들과 대다수 플로어 참가자들은 현재 진행되는 입법과정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문제를 꼬집었다.

‘도서대여보상청구권’ 신설되면 만화방 등 대여업계 문 닫는다?

공청회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규정은 ‘도서대여에 대한 보상청구권’이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플로어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고려대 안효질 교수는 “대여권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들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리”라고 말하고, “대여권을 인정할 때 그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비디오도서대여업협의회’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저작권의 보호는 마땅하지만, 굳이 시장성 없는 혹은 신인작가의 만화에 대하여 대여권료를 징수할 경우 판매가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만화가 최악의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저작권과 함께 대여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좀더 심도 깊은 현재 한국시장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내려진 후에 결정되어야 할 부분이다”라며 심도 깊은 조사와 연구를 촉구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도서대여권 도입과 정책방식을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대여업계에서는 대여권을 인정하더라도 작가들이 선택적으로 대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즉 사전에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정책에 대해서는 ▲신규 서적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대여를 막는 시차제 적용 ▲판매전용 도서 표시 ▲도서대여료 일부를 작가 및 출판사가 징수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지만, 아직 이렇다할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 이용환경 더욱 제약할 수 있다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공중송신권’에 대해서 방송, 전송, 디지털음성송신 등을 포함하는 최상위 개념으로 포괄적인 권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웹캐스팅이 방송이냐 또는 전송이냐’ 등에 대한 해석상 논쟁을 불식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이용형태의 변화에 대해서 일정정도 미리 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공중송신권에 대해서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저작권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한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공중송신의 개념에 대해서 개정안은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이하 ‘저작물등’이라 한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인터넷에서의 비영리적, 개인적 이용을 더욱 제약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범위의 권리로 해석된다.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측은 새로운 권리의 신설을 통한 저작권의 보호에 대해서 의견서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기협은 의견서에서 “저작권법이 복제, 전송권을 강화하고, 사적복제제한, 친고제 폐지 등으로 추가 강화될 경우 이용자들의 인터넷 활용도가 급격히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의 토론자로 나온 전문영 변호사는 “음성이 없는 미디어 연주자들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 같다”라고 지적하고, “사후적인 보상을 위한 보상청구권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현재 재정이 미흡한 인터넷 방송국 등으로부터 보상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라고 비판했다.

자유이용을 위한 배려는 실종되었다?

그동안 네티즌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저작권법이 디지털환경에서 비영리적, 개인적 이용을 허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문개정안에서는 이런 요구사항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반영이 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과 ‘시사적인기사 및 논설의 복제’의 내용이 추가되어 있을 뿐이다. 정보공유연대 남희섭 대표는 이번 개정안이 저작권자들의 권리보호강화에 치우치고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에 대한 고려는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남대표는 “정부가 산업적인 이해만을 반영해서 법안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정보이용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개정안에는 새로운 권리들이 대거 삽입된 반면, 이에 대한 제한 규정마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이와 관련한 이용자들과의 새로운 마찰도 예상된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신설되는 권리들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 전송권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의 정보이용에 있어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친고죄 조항의 비친고죄화에 대한 것이다.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변경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은 권리 침해에 대해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권리자의 고소가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에서는 이를 위해서 저작권침해를 규제할 상설단속반까지 신설한다는 규정이 삽입되어 있다.

인기협의 김지연 정책실장은,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처벌을 한다고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그 운영방식이나 사업방식에서 다양한 형태가 뒤섞여 있고, 영리와 비영리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라고 지적하고, “어디까지를 영리로 볼 것인가의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런 조항을 넣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정책실장은 상설단속반을 설치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다분히 자의적 해석의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상설단속반을 만들어 규제를 하더라도 저작권자로부터 명시적인 위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공유연대도 작년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친고죄 폐지법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든 권리자가 자신의 창작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것은 아니다. 권리자는 공유할 의사로 배포하였는데, 이를 자유롭게 이용한 자를 수사기관이 나서서 처벌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며,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침해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민사적 배상일텐데,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되면, 권리자는 자율적 분쟁해결의 기회를 상실하여 권리자의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영되지 않은 도서관, 시민사회의 의견, 이유가 무엇인가

공청회에 참여한 대학도서관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학공대위)의 관계자는 도서관측에서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도서관에서 학위논문원문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지난 12월에 문화관광부에 공식의견을 제출했는데,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앞으로 더욱 많은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공대위 측은 현행 저작권법이 도서관에서의 디지털 도서의 전송을 관내로 한정한 것을 적어도 대학캠퍼스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도, “작년 문화관광부의 저작권법 전면개정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에서 ▲인터넷에서의 비영리적, 사적이용에 대한 공정이용 보장 ▲정부저작물의 자유이용 보장 ▲공공정보영역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요구 등을 골자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번 전문개정 초안에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앞으로 네티즌,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전문개정초안에 대한 반대운동 및 시민사회의 대응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음악산업협회, “위헌제청 내겠다"

공청회 후 한국음악산업협회는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에 대해서 공개탄원서를 발표했다. 협회측은 전문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저작자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고 그 관리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일부 단체에 ‘저작권신탁’이라는 제도를 두고 이를 근간으로 모든 권한을 부여해 시장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 단체의 인·허가권과 가격 및 정책까지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음악제작자의 역할과 권리는 축소시키는 반면 정부의 규제와 시장 개입은 강화해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더욱이 지난 3월 24일자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협회측은 위헌제청 등을 통해서 대규모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와 토론하자!

지난 3월 29일 전국지역미디어센터설립추진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정보공유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인터넷문화발전을 위한 네티즌 모임을 비롯한 9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작권법 전문개정안 4월 국회발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국회의원들이 시민사회대표들과 직접 논의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선진국들의 경우 전문개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개정초안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최소한 1년 이상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진행을 한다”고 지적하고, “공개된 초안의 내용과 분량을 생각해 본다면 이 법안을 4월에 발의한다는 것은 날치기식 입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의원입법방식에 대해서도 이들은, “복잡한 정부입법절차를 회피하고 최대한 단기간에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또한 “국회의원들이 성급하게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을 국회에 올릴 것이 아니라, 직접 참석하여 시민단체 대표들과 전문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고, 전문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이제 저작권자와 이용자만의 대립을 넘어 사업자들의 이해까지 확대돼, 앞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쟁은 더욱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할 때 법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200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