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저작권법개정

새 저작권법 개정안 당신의 안방까지 넘본다

By 2005/04/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Cyber Law

양희진

열린우리당이 준비한 저작권법 개정안 시리즈가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저작권 침해를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이도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의 비판이 아직 식지 않았는데, 또다시 논란이 되는 개정안이 지난 12월에 제출되었다.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제27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그것이다. 4월 중에는 같은 당 이광철 의원, 정청래 의원이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들은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저작물 이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같다.

원본 복제는 합법, 사본 복제는 불법?

이 중에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저작권법 제27조 개정안이다. 현행법 제27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 한 편을 같이 써서 보낸 경우, 라디오를 듣다가 원하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하는 경우, 개인이 연구나 비평을 목적으로 필요한 신문기사를 복사해서 스크랩하는 경우는 모두 (복사기가 일반공중의 사용에 제공된 것이 아닌 한) 타인의 저작물을 그의 허락 없이 복제하는 것이지만 제27조에 따라 저작권 침해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적이용 목적의 복제는 개개인의 매우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저작권법을 집행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저작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규율 밖에 놓아둔 것이다.

문제의 개정안은 이러한 사적이용 목적의 복제허용범위에서 하나의 예외를 추가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 또는 정당한 권리 없이 배포, 방송, 전송된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는 그 복제가 비록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사용을 위한 것이라도 저작권 침해로 규정한다.

개정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인터넷 미니홈피에 풍경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풍경사진은 사진찍은 저작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업로드 했을 수도 있고 제3자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올려놓았을 수도 있다. 그 풍경사진이 누구에 의해 업로드 되었건 당신이 단순히 다운로드 해서 당신의 컴퓨터에 저장하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는 합법이다. 반면 개정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업로드한 사진을 다운로드 하면 합법이지만 제3자가 무단 업로드한 사진을 다운로드 하는 것은 불법이다. 당신은 후자의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두 가지 행위가 불법과 합법의 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개정안에서처럼 피복제물이 불법이냐에 따라 복제의 불법성을 판단하려면, 피복제물의 불법성 여부가 분명하게 판단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이나 사진들은 대부분 저작자나 저작권자 등의 표시가 불분명하다. 저작권자 표시가 잘못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 표시가 있더라도 인터넷 상의 콘텐츠가 불법복제물인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개정안이 입법, 시행된다면, 일반 이용자들은 자신의 다운로드행위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그 결과는 당신에게 두 가지 극단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당신이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라면, 피복제물이 불법복제물인지 여부를 몰라 제27조가 본래 보장하려고 하는 사적이용목적의 복제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실리주의자라면 어차피 당신의 방에까지 경찰이 들이닥쳐 조사할 수 없을 터이니 법개정과 상관없이 어떤 사진이든 다운로드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개정안은 예외가 원칙을 잡아먹게 되는 오류를 범하거나 반대로 유명무실한 입법이 될 것이 뻔하다.

개정안은 복제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이와 같은 개정안을 왜 입법하려는 것일까? 윤원호 의원이 제출한 개정이유를 보면 “사적복제 허용 규정은 당초 필사(筆寫)에 의한 복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자동복제기술의 발전과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의 도래로 인하여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있어서 그 허용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풍경사진의 예에서 보듯이 단순한 다운로드 행위까지를 규제함으로써 실제로 음반사나 영화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그런 행위까지 불법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저작권법을 집행하기 위해 공권력이 개인들의 안방까지 들어가 수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개정안은 복제를 근절할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수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사생활의 침해 등 다른 정당한 법익을 침해하게 될 우려도 높다.

인터넷 숨통을 조인다

더 심각한 것은 저작물 이용자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켜 그들이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작권법이 본래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에 배치된다. 저작자 권리 보호가 저작권법의 1차적 목적이긴 하지만 저작자의 권리 보호도 문화발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저작물의 모든 이용형태에 있어서 무제한적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하면 오히려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문화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저작권자의 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 저작권법이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제27조도 같은 취지에서 일정 범위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27조를 개정하려면 단순히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제약당하는 이용자의 권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미 인터넷상의 행위들은 지나치게 저작권법에 의해 규제당하고 있다. 실익도 없는 법을 통해 음반이나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상의 콘텐츠의 교환과 인터넷 소통을 억압하는 것,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의 저작권법 개정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200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