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저작권법개정

저작권법위반 고소, 억울함 호소하는 네티즌 급증{/}열린우리당 의원, 저작권강화 전면개정안 제안

By 2005/04/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

김정우

저작권법을 위반하셨습니다. 경찰서로 출두해 주십시오”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으면 어떨까? 가슴이 철렁 내리지 않을까? 최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평생 경찰서 문턱에도 가지 않았던 50대 O모씨가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올해 초. 평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 거의 컴맹수준인 O모씨는 우연히 한 포털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미니홈피를 이용하게 되었다. 포털사이트를 서핑하던 중 괜찮은 풍경사진이 있어 몇장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옮겨놓았다. 이것이 화근이 된 것. 이 사진의 원 저작자가 이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것이다. 원 저작자는 이에 대해서 처음에 2500만원의 합의금을 요청했다고 O모씨는 말했다.

“저는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림이 좋아서 옮겨놓았을 뿐인데, 이렇게 큰 죄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진에는 아무런 출처 표시도 없었고,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표시도 없었어요.” O모씨는 자신과 유사한 죄목으로 고소된 건만 150여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풍경사진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있습니다.”

저작권표시 없어도, 허락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

최근 이와 유사하게 고소를 당하는 네티즌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Daum) 카페 ‘인터넷문화발전을위한네티즌모임’(http://cafe.daum.net/ p2powner)에는 저작권법위반 고소고발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10,000여명 이상의 네티즌이 가입되어 있으며, 주로 저작권법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상당수가 O모씨와 비슷한 사례로 억울함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저작권법위반이라는 죄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저작권법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등장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1월 한 경찰관계자는 제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작가 등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들을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일부러 뿌려놓은 뒤 여기에 접속한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 주소(IP)를 추적,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위 ‘저작권사냥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저작권 표시가 없는 사진이라도 무단으로 사용하고 복제하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어 인터넷에서 각종 자료를 그대로 갖다 쓰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작권법 2라운드, 전면개정안 물망에 올라

지난 2월 16일 열린우리당 이광철, 정청래, 윤원호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디지털기술 및 저작물 이용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법 전문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도서 대여권, 공중송신권 등 새로운 권리 신설 ▲실연자의 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성명표시권) 부여 ▲부분적 비친고죄 변경 가능 및 상설단속반 설치·운영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역할 강화 규정 등 저작권보호를 강화하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이들은 3월 8일 국회공청회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4월 국회에 제출하여, 올해 상반기 중에 입법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주장해온 공정이용에 대한 내용이 절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전면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원호 의원이 발의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허용을 축소하는 저작권법 제27조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어, 앞으로 저작권법을 개정하려는 문광위 의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의 전면전도 예상된다. (제27조 개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월간 <네트워커> 21호 사이버로를 참조)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전면개정안에 나온 새로운 권리 신설, 비친고죄 조항, 공정이용의 축소 등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변호사는 “디지털 음성송신, 공중송신권 신설, 실연자에게 인격권 부여 등 새로운 권리 등에 대해서는 모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과의 관계 속에서 고려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알려진 개정안에는 그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한조치가 거의 없는 전송권과 마찬가지로, 공정이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앞으로 정보이용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비친고죄 조항에 대해서 이변호사는, “저작권은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사적권리인데, 이를 당사자의 고소가 없이도 공권력을 통해서 처벌이 가능한 비친고죄화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모든 국민을 감옥으로 보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라는 비난도 있다.

풀리지 않는 논쟁, 공정이용 VS 저작권보호

저작권법이 개정될 때마다 항상 풀리지 않는 논쟁은 저작권보호와 공정이용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였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저작권법 개정 때마다, 공정이용을 확장시켜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거의 반영이 되지는 못했다. 작년 12월 문화관광부의 저작권법 전면개정을 위한 의견수렴과정에서도 공정이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가 제출되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전면개정안의 내용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정보공유연대 남희섭 대표는, “현행 저작권법은 디지털 환경에서 ‘공정이용’을 보장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비영리적인 목적의 저작물이용 및 정부저작물에 대한 자유이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남대표는, “정부가 저작권법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단속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저작권에 얽매이지 않고도 자유롭게 저작물을 생산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공유연대는 앞으로 네티즌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정부의 전면개정안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안을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철의원실의 안성배보좌관은,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정말 어려운 논쟁이다”라고 말하고, “어디까지가 법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고 어디까지가 공정이용에 범위에 넣을 것인가의 끊임없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월 8일 드디어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이 물망에 떠오른다. “개정안이 발표되면, 네티즌들의 항의 때문에 우리 의원실 홈페이지를 아예 닫아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라며 농담 섞인 걱정을 토로한 한 보좌관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