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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독점의 확장, 온라인 음악과 저작권법 개정

By 2005/03/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여기는 게시판

이강룡

<1월 17일부로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됐다. 작년 10월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3개월이 지나 법적인 효력을 얻은 것이다. 이번 개정 저작권법의 주요 내용은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실연 및 음반에 대한 전송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온라인 음악의 무료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 마디로 음반제작사들의 이권이 확대됐다고 – 보다 확실해졌다고 – 보면 된다. 네티즌 자신들의 개인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 인터넷 카페 등에서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음악을 포함하여, 각종 온라인 음악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법을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계도 기간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올라와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곧 음반 회사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일부 신문보도나 인터넷상의 주장에 따르면 이전에는 블로그나 카페에 불법복제 음악 파일을 올려놓는 것이 합법적이었으나 이번 법 발효에 따라 불법화되었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네티즌 등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블로그나 카페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 시켜놓거나 이를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저작권자(작곡, 작사가)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로 새 법 발효와 관계없이 이전에도 당연히 불법이었다. 다만 실연자나 음반제작자도 17일부터 전송권을 부여받음으로써 그 권리의 폭을 확대하고 보다 더 침해행위에 대한 통제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네티즌들이 지금까지는 온라인에서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던 음악저작물 등을 앞으로는 돈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전부터 당연히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했어야 했는데 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 개정 소식이 알려지자 블루코드, YBM서울, 튜브미디어, 예당, 에스엠 등 대부분의 음반 회사들 주가가 상한가 혹은 상승을 기록했다. 상반기 내에 ‘음악산업진흥법’이 국회에 상정되는 것도 음반 회사들에게는 호재이며, ‘시범 케이스’ 로 걸려들 인터넷 이용자와의 법정 분쟁에서 승리하면 점입가경이 된다. 이번 개정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사자간에만 고소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친고죄 항목을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마저 성사되면 거의 게임 종료다.

‘카페, 블로그 등 음악 게시물 금지, 음악링크 금지, 배경음악 금지’ 항목에 따라 온라인 음악은 그 종류와 상관없이 무조건 저작권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위법 행위 적발 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범위가 너무 넓어 예외 사항이 발붙일 틈이 없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은 반발 의견이 많았지만 한 편에서는 “제 블로그의 모든 음악을 삭제합니다” 같은 글도 많이 눈에 띄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연한 조처라는 의견도 있었다. 음악에 관심 없는 이들의 “음악 없는 게 낫다. 오히려 잘됐다” 같은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의견 속에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는 음원만을 수집해서 모으자는 취지의 ‘FREE BGM(인터넷에 배경음악 돌려주기 프로젝트 http://freebgm.net)’ 운동이 생겼고, 동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미 3개월 전에 개정법률안의 통과 자체를 막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개정안의 통과 이전에 제공자와 사용자 사이에 충분한 의견수렴과 조정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인터넷 이용자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음반 회사들 – 저작인접권자들 – 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한 반면 음악을 듣는 주체인 인터넷 이용자들은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입장을 대변할 만한 주체가 없었고 그에 따라 법 개정 진행 과정에 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뭉치는 ‘FREE BGM’ 같은 커뮤니티의 탄생은 일단 반가운 일이나 저작권법의 다음 개악을 막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다음엔 법률 시행일 며칠 전에 발끈할 게 아니라 음반 회사들의 동향을 미리미리 살피고 불합리한 점은 애초에 싹을 잘라 버리자. 이번 개정은 온라인 음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게 지침이 되어 다른 분야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각종 펌 행위도 단속 대상이라고 한다. 그동안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의 비상식적 ‘펌’ 행위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다른 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펌은 저작권을 심하게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앞서 인터넷의 참다운 공유 정신을 훼손하는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상식적 수준에서 암묵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저작권법의 불합리한 테두리를 없애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의 선구자 중 한사람인 리차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란 말 대신 ‘인공적 독점(artificial monopolies)’ 이란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공적 소유의 개념으로 확장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오프라인을 닮아가는 온라인 공간은 점점 공유의 개념이 퇴색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있을 때마다 핵심을 벗어나선 안 되는데, 정보 공유의 방점은 ‘무료’ 가 아니라 바로 ‘자유’ 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크게 후퇴했으니 다음엔 밀리지 말자.

200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