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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민 공동체의 보호와 이익의 공평한 공유가 중요하다”{/}유전자원과 전통지식,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By 2004/12/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김정우

김정우: 자신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로버트: 나는 현재 남반구 환경농업정책 기구(SEAPRI)의 부소장으로 있으며, 국제식물유전자원연구소(IPGRI)의 법률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유전자원과 관련된 각종 연구를 하고 있으며, 또한 개발도상국들을 비롯한 각 국가들의 농업정책을 위한 법률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익공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자원의 이용과 관련된 정책결정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일에도 참가하고 있다.

김정우: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버트: 유전자원이란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전적 생물자원을 의미한다. 특히 이것은 인류의 생존, 생물다양성보존 및 식량자원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높게 평가되고 있다. 전통지식이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지적인 산물을 통칭한다. 전통지식에는 농업, 의술, 음악, 환경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김정우: 최근 국제적으로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로버트: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은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자원들과 전통지식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들(이하 개도국)이 가지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특허를 통해서 그 경제적인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특허와 같은 현행 지적재산권제도가 불합리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새로운 보호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주장에 대해서 동의는 하지만, 실제 그 보호체계에 대한 논의에서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김정우: 이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로버트: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체결되면서, 각 국가들은 유전자원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150여 개국의 이 협약에 서명하였다. 이 협약은 생물다양성보존 및 유전자원의 보호, 그리고 유전자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개도국들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의 보호와 그 통치권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다. 토착민 공동체의 전통지식의 이용에 대한 관심도 이때부터 부쩍 늘었다.

문제는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권리와 이를 이용한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이다. 기존의 불공평했던 시스템을 공평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과 함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개도국 국가들이 선진국과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자국의 자원이 착취당하는 것을 걱정해 왔다.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의 보호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의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각 국가적 상황에 따라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할 방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에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지적재산과 유전자원, 전통지식 및 민간 전승물에 관한 정부간위원회를 구성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우: WIPO의 정부간위원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버트: WIPO의 정부간위원회의 논의는 2001년부터 시작했다. 이 논의는 다른 국제적인 논의보다는 어느 정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의 보호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생물다양성협약에서 이미 다루어 왔지만, WIPO의 논의는 기존의 국가간 협약에서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을 포함해서 상당히 넓은 분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논의는 시작단계이고, 각 국가들이 이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국가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정부간위원회에서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 그리고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입장, 토착민 공동체의 입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관된 국제기준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오히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수집 과정의 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지식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익공유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김정우: 그렇다면, 이런 전통지식과 유전자원에 대한 보호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로버트: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에 대한 합의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 실제 그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공동체의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전자원과 관련된 최근 국제적인 흐름은 개도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지식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 그 지식에 대한 권한이 해당 토착민 공동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지식들을 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이 누군가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해당 공동체를 보호하고 또한 그 지식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지식의 보호에 대한 접근은 산업적인 개발에 앞서서 문화적 다양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한다. 이것은 토착민 공동체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문화보호를 위해서 싸워온 역사적 맥락과도 연결되어 있다. 전통지식의 보호에 대해서는 국가간 합의도 필요하겠지만, 국내적인 보호정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200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