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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고죄 폐지를 둘러싼 지재권 관련 법 개정 논란{/}불법복제 단속, 친고죄 폐지 정당한가?

By 2004/11/1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좌담

양희진

두 사람의 대담은 우선 지적재산권 관련법에서 친고죄를 폐지하려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얘기로 시작되었다.

문건영(이하 문): 대륙법계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적재산권은 인격권적 측면과 사권적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형사소추의 경우에 권리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에서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권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서 저작물을 사용한 자를 처벌할 필요는 없다. 권리자는 오히려 잠재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을 원하고 있을 수조차 있다. 지금 친고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권리자 집단의 로비나 외국의 압력 때문인 듯하다.

이해완(이하 이): 친고죄로 규정된 배경을 분석한다고 하면 마치 친고죄로 규정한 것에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지적재산권 제도를 입법화할 때 독일법과 일본법을 계수하면서 깊은 고려 없이 친고죄 규정도 수용하게 된 것이지 적극적인 입법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적재산권 제도가 유구한 인류의 역사에 비추어보면 근대 이후의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형성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다른 권리에 비하여 차별 취급을 받은 면이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질서의 확립이 다른 사권의 보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적으로 취급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본받은 독일법도 지금은 경제범적인 성격을 갖는 지적재산권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친고죄 규정을 폐지한 지 오래이다.

지적재산권이 사권이기 때문에 그 침해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동산에 대한 소유권도 사권이지만 그것을 침해하는 절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사적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경제질서 자체는 결코 사적인 것만이 아니고 상당한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식기반사회에서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공공적 경제질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순수한 인격적 권리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저작권은 인격권적 성격을 갖는 저작인격권 외에 경제적 권리로서의 저작재산권이 중심적 내용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인격권 침해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친고죄로 규정되는 것도 아니다. 인격권 침해의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 기타 형벌법규에서 친고죄로 규정한 것은 세 가지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범죄가 비교적 경미하여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없는 한 국가공권력이 관여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 둘째는 사생활의 비밀 등 피해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셋째는 친족상도례와 같이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의 밀접한 인적 관계를 고려한 경우이다.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 이들 중 어디에도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문: 친고죄가 필요한 경우는 그 3가지말고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절도죄와 지적재산권 침해죄의 경우를 같은 맥락에서 볼 수는 없다. 절도죄는 권리에 대한 침해 그 자체에 그치지만,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는 침해 그 자체가 새로운 창작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고소가 없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화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 현재 폐지가 논의되는 것은 외국과의 통상문제도 한 배경이 된 듯하다. 친고죄로 규정하면 처벌을 위해서는 고소권자가 누구인지 명확해야 하는데, 외국 프로그램의 경우 제조사와 배급, 유통사가 각기 달라서 고소권자가 누구인지 실무상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고, 이런 이유로 처벌이 원활하지 않아 친고죄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요구가 있었다고 해서 국수주의적 태도로 대응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야 한다.

논의는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 : 친고죄 폐지냐 존치냐를 놓고 선택하자면, 폐지 쪽을 지지한다. 오늘날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 없이는 문화발전, 산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불법복제율이 현재 50% 정도라고 하는데, 몇몇 벤처기업들은 실제로 불법복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불법복제 집중단속 후에 회사의 재정적 위기를 극복하고 회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유형적 재화를 훔치는 것은 죄악시하면서 무형적 권리를 훔치는 것에 대하여는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경향이 강하며, 정부의 단속도 일관성이나 체계성의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것은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 문화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지식산업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적재산권 보호가 현실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 때문에 투자의욕이 상당히 꺾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도 최근에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이 점을 통탄하고 있다. 친고죄 폐지는 정부의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단속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문 : 친고죄 폐지에 반대한다. 현행법 하에서도 권리자가 침해자의 처벌을 원할 경우에는 친고죄의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수사 전 혹은 수사 후에 권리자들의 고소를 받아 처벌하면 된다. 친고죄로 둘 경우 눈에 띄는 불법행위에 대하여도 고소가 없으면 바로 형사절차에 착수할 수 없어 단속에 임하기 어렵다거나, 수사 및 재판과정이 고소권자의 의사에 좌우되어 수사와 소추를 지연시키는 폐단이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친고죄라도 고소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기 전에라도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자 실무에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고소권자가 처벌하지 않는 것을 바란다면 절차가 지연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상표권 침해행위는 비친고죄로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다른 산업재산권에 대해서도 비친고죄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상표권 침해 행위와 저작권이나 다른 산업재산권 침해행위는 그 성질이 다르다. 상표권의 경우 비친고죄로 규정된 이유는, 상표권 침해행위가 상품 출처의 오인과 혼동을 초래해서 권리자뿐만 아니라 상품 구매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표권과 다른 권리를 동일선 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친고죄로 되어 있는 규정들을 비친고죄로 전면 개정한다고 하여 현재의 권리 보호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에 따른 폐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친고죄 규정이 있는 현 상황에서도 정책의지만 있으면 어느 정도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따라서 친고죄의 폐지가 안겨 줄 수 있는 변화의 폭이 대단히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적재산권을 다른 사권에 비하여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고죄를 유지할 이론적 근거가 박약하고, 현실적으로도 친고죄 규정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보다 일관되고 체계성 있는 단속활동을 뒷받침하며, 공공정책 차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질서를 바로잡아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저작권법 제98조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저작권 침해 유형을 복제, 공연, 방송, 전시 등 4가지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정적으로 열거한 이유는 문화 예술적 창작물의 활용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저작물 이용범위를 지나치게 규제하지 않고, 침해 여부에 관한 자의적인 판단을 억제하고 법률적 평가가 예측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제도의 발생상 민사적 색체가 강하고 그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국가 정책적 고려에서 이를 보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민사적 보호 절차만을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처벌 조항을 친고죄로 하고 있는 입법례도 많다. 일부 지적재산권 처벌 조항을 비친고죄로 바꾼 경우에도 현재 상정되어 있는 개정안과 같이 개별적인 법에 대한 고려 없이 전면적으로 비친고죄로 개정한 사례는 없다.

이: 친고죄는 토론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몇 가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되고 있는데, 그것은 국가 소추권의 발동 여부를 각 피해자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입은 권리자가 고소를 제기할지 여부의 결정은 극히 개인적인 상황과 판단에 의지하게 되는데, 이것은 국가기관의 공공적, 합리적 판단과 괴리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많다.

가령 법원이나 정부와 같은 권력기관이 프로그램을 불법복제하여 사용하는 경우, 권리자가 그런 권력기관을 고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또 자기 회사의 주요 고객이 일부 제품은 구입하여 정품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불법복제하여 사용할 경우 기존의 거래관계를 감안할 때 그 고객을 고소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권리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고소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국가적으로 지적재산권보호의 경제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처벌이 필요할 수 있다.

문: 고소권자가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그런 상황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 아닐까.

두 사람은 친고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현 개정안이 현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문: 비친고죄화 한다고 하여 현재의 수사인력을 볼 때 불법복제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고소가 없는 경우에 수사기관이 나서서 활발히 수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불법복제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도 집중단속을 더러 많이 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권리자로부터 일일이 고소장을 받아야 하는 부담 없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에 따라 단속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라 불법복제율도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법개정을 통해 특히 소프트웨어산업 및 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권리자들은 현재에도 권리가 침해당했을 경우 고소함으로써 그 처벌을 구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 저작권의 보호가 부족한 부분들은 저작물 이용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의식의 부족,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권리범위의 불확정 등의 이유가 크다고 본다. 따라서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전환하는 것보다 이용자에 대한 의식 전환을 유도하거나 권리의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등의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친고죄 폐지는 아무런 역효과가 없는 것일까? 얘기는 친고죄 폐지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문: 지적재산권을 정당하게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며, 무형적인 재산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친고죄로 되어 있는 규정들을 비친고죄로 전면 개정한다고 하여 현재의 권리 보호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에 따른 폐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의 이용자들이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이 공익적 측면에서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입법 취지에 근거해서 보더라도,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사회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적인 창작물이 널리 이용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아니라 효용이다.

이: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을 신뢰해야겠지만, 수사기관이 권한을 남용해서 처벌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도 처벌할 위험이 있을 수는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 침해죄의 경우에는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불법복제를 예로 들면, 일반사용자의 복제와 경쟁업자간의 침해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전자는 침해 여부가 명백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침해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비친고죄로 하면, 피해자와 행위자간에는 이미 합의가 되어 분쟁이 해결되었는데도 수사기관은 고소 취소에도 계속해서 수사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사 경제상 합리적이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지적재산권의 특성에 비추어 권리자에게 확인하는 등의 신중한 절차를 거쳐서 소추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문: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건대, 수사기관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 수사권 남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친고죄를 폐지하더라도 형사소추과정에서 피해자가 관여할 수 있는 일정한 권리를 주는 것에 대하여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친고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보다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형사 소추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은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부와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에서 독일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제시한 법안과 같이, 영리의 목적 또는 공중에의 제공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 한하여 비친고죄화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 반의사불벌죄나 일부만 비친고죄화 하자는 견해는 검토해볼 수 있다.


문건영 /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현재의 권리 보호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에 따른 폐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의 이용자들이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적인 창작물이 이용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아니라 효용이다."

이해완 / 로앤비 대표

"다른 사람의 사적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경제질서 자체는 결코 사적인 것만이 아니고 상당한 공공성을 가지는 것이다. 오늘날 지식기반사회에서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공공적 경제질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200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