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저작권법개정정보문화향유권

지재권, 친고죄 삭제로는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By 2004/10/2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책제언

김지성

최근 신문기사를 통해 여당의 한 의원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의장법, 특허법, 저작권법에 들어있는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TV에서 가끔 봤던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비디오, 소프트웨어, 아니면 짝퉁 가방이나 신발 더미에 불을 놓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친고죄 삭제 논의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루어져왔다. 친고죄를 삭제하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단속이나 수사의 결과가 바로 처벌로 이어져서 지적재산권 침해를 줄이자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관련법들은 모두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피해자의 고소에 의한 형사 소송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이 피해의 실질적인 구제는 당사자간의 합의나 손해배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형사상의 처벌은 일종의 압박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전문성부족·편중단속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의 경우, 약 60%정도가 정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가정 등에서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절대 다수가 불법 복제라고 알려져 있다. (현행법은 가정 등의 제한된 장소에서 비영리적이고 개인적 목적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1986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하 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수사기관은 용산상가에 대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 PC방 단속 등을 해왔다. 이 과정에 끊임없이 전문성 부족, 특정 제품과 특정 업체나 지역에 대한 편중 단속이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전문성의 부족이라는 문제는 개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종류, 이용 라이선스(license)의 형태, 배포 형태, 이용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것과 더불어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외 공개 소프트웨어, 시험판 소프트웨어, 쉐어웨어(shareware), 저작자를 알 수 없는 소프트웨어 등을 수사기관에서 전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상용의 소프트웨어일지라도 마케팅 수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노려, 불법복제를 눈감아주는 관행, 또는 저작권자가 권리행사 의지가 없는 경우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까지 아주 제한적인 수의 특정제품들에 대해서만 특종 업종이나 지역을 대상으로 단속을 해왔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친고죄 삭제는 국가가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행정 자원과 사법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며 동시에 법집행에서 형평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개별적 대안 모색 절실

지금의 친고죄 삭제 주장은 온라인을 통한 소프트웨어 복제 및 배포가 일반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단속과 수사의 영역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활동에 대한 포괄적 감시로 이어지기 쉽다.

지적재산권에서 보호되는 대상과 권리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 대상물의 사회적 이용 형태 또한 다양하다. 실질적인 권리 보호와 지적재산권에 바탕을 둔 산업 보호를 주장하면서 실효성도 불확실한 형사 절차 개정을 일괄적으로, 지적재산권 관련 법안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다. 개별 보호 대상의 현실에서 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별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영리적 목적의 이용이 적고, 사회 구성원 다수의 접근이 공익의 증진을 돕고, 사회 구성원 다수가 접근을 원하는 저작물들(컴퓨터프로그램, 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법제도의 접근은 저작자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하기보다는 저작자와 이용자가 협력하고 지원하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에 법제도나 기타 국가정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프트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가격과 제한된 사용형태 때문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문제만 놓고 보아도 위에서 제시한 방향에서 국가, 기업, 이용자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불법 복제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가격과 아마도 제한된 사용형태 등이 있다. 가격의 문제로 먼저 살펴보면,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익숙함 등에서 오는 독점에 따른 적정이윤 이상의 가격 책정 등에 대한 대책으로 공개소프트웨어의 정책적 활성화를 통한 경쟁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을 이용한 판매로 유통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인하도 가능하다. 동일한 소프트웨어일지라도 다양한 이용 형태나 이용자의 성격에 따라 더 다양한 형태의 차등적인 가격제도를 기업 측에서 고려해보아야 한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만 필요에 의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나 아주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이런 필요를 충족시켜줄 공공이 사용할 수 있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비한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의 사용형태 제한의 문제에서는, 보다 많은 이들이 단일 컴퓨터, 단일 사무공간에서만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개별 컴퓨터에서 반영구적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소프트웨어 구매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장소의 제약 없이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라이선스를 고치는 것도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스트리밍 방식의 소프트웨어의 개발상황도 이런 면에서 흥미롭다.

지재권, 생산자와 이용자의 협력 기반 제공이 바람직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의 친고죄 삭제 주장은 소프트웨어의 예에서 보듯이 실효성이 없으며, 국가 행정 자원과 사법 자원 낭비의 요소가 크며, 자칫 광범위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지적재산의 성격이 한 사회의 공유 재산으로서 규정되는 만큼, 지적재산의 생산자와 이용자의 기계적 구분이나 한쪽의 권리 강화보다는 협력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4-09-05